CEO Forum

KOR
격변의 시대,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
KOR
격변의 시대,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먼저 포착해 가장 빨리 행동한 사람”조원경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5일, 21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격변의 시대,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올해 1월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를 펴낸 바 있는 조원경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격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자산 격차를 만드는 핵심적인 힘은 정보의 양이 아닌 자본주의를 읽는 관점이다. 수요와 공급, 권력과 자본의 흐름, 기술과 정책 변화가 산업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 내용.◆ 격변의 시대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우리는 지금 격변의 시대(turbulent times)를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격변의 시대’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 불확실성이 더욱더 가중되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을 강조한 듯싶다. 실제로 우리는 ‘룰’보다는 ‘재량(discretion)’에 의해서 움직이고, 자국의 안보가 자유무역을 대체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는가? 어제의 동맹도 오늘은 아닐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숲과 나무를 함께 바라보면서 어떻게 우리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누군가에게는 자본주의 세상이 매우 엄혹한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빌 게이츠는 2007년 하버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인생은 공정하지 않다(Life is not fair)”라고 했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는 불공정하다”는 것을 먼저 깨닫는 것이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지금 세계는 전레없는 경제적,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사회·기술·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현재의 불확실성은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변동이다. 그래서 정책·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재설계가 필요하며, 개인과 국가 모두 ‘격변’을 전제로 한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자본주의의 언어로 세상의 규칙을 읽어라부자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규칙을 먼저 읽고 움직인 사람이다. 자본주의는 규칙을 모르는 자에겐 매우 가혹하다. ‘자본주의 언어’를 기본적으로 잘 습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부자가 읽는 세상의 규칙은 우리가 이미 다 아는 것들이다. △수요와 공급 △희소성 △기회비용 △80;20으로 보는 부의 쏠림 △위기를 극복하는 회복탄력성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규칙을 잘 생각하지 않는다.첫째, 수요와 공급은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기본 법칙이다. 투자는 미래를 맞히는 일이 아니라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일이다. 시장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는 수요와 공급이란 기본 법칙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원칙과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시장은 늘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을 관통하는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 그 원칙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가질 수 있다.둘째, 희소성은 자본주의의 질서를 파악하는 기본 원칙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이를 충족시켜줄 자원의 양은 유한하다.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은 경우 그 재화나 서비스는 희소성을 지닌다. 귀금속이 적게 생산되어도 별다른 수요가 없으면 희소성을 띠지 않는다. 희소성은 선택의 문제를 만든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다. 문제는 가장 값비싼 게 아니라 희소한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할 것인가이다. 결국 희소성은 우리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에 대한 의문이다.나 자신을 희소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내가 정말 희소한 가치를 가진다.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희소하니까 가치가 있듯이 희소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내 자신이 희소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결국 희소성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키는 원리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셋째,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하게 되는 다른 선택의 가치다. 기회비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선택할 때 매몰비용 즉 이미 투자하거나 지출한 비용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과 부자는 단순히 얼마 벌었는지만 계산하지 않고 내가 놓친 기회가 무엇인지를 더 생각한다. 기회비용을 이해하게 되면 선택이 훨씬 신중해지고, 투자할 때도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결국 경제란 모든 선택이 가진 숨은 값어치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위기를 버텨내는 최고의 기술 ‘회복탄력성’전세계 20% 인구가 80%의 부를 소유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있다. 지금은 훨씬 더 적은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프랑스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발견한 이 법칙은 소수 인원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균형적 분배 현상을 설명한다. ‘2080’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칙은 노력, 투입량, 원인 등의 작은 부분이 대부분의 부, 성과, 산출량, 결과 등을 이뤄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서 매출의 80%가 전체 상품의 20%에서 발생한다고 할 때, 20%의 상품에 집중해 전략을 수립하는 게 효율적이다.상위 20% 중심의 파레토 법칙에 반대되는 법칙이 있다. 바로 ‘롱테일 법칙’이다. 하위 80%의 다수가 20%의 소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든다는 이론이다.파레토 법칙은 인기 상품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시장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반면 롱테일 법칙은 인터넷과 물류 기술의 발달로 비인기 상품에 대한 수급이 증가하는 시장을 설명하는데 적합하다. 넷플릭스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와 국가의 영화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영화들의 매출 합계가 상위 20% 흥행작들의 매출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위 80%가 더 큰 생산성을 창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관찰해야 하는 것은 부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쏠리고 있느냐이다. 자본주의에서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며 초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어떤 경제 법칙으로 이 세상에서 양극화를 해소한 적은 그 어느 역사에도 없었다.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파레토 법칙이든 롱테일 법칙이든 얼마든지 또다른 혁신으로 깨질 수 있다. 그러니 20%에 집중하면서도 다양한 꼬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시스템이 맞물려 잘 작동할 때 시장과 사회도 더 견고해진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하고 그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그리고 자본주의 시대에서 기업이나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이다. ‘새로운 고생살이, 거기엔 무엇인가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훨씬 더 잘 살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시장의 변화와 예기치 않는 위기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지금까지 말한 5가지의 자본주의 언어를 우리는 이미 학교에서 다 배웠다. 선생님들이 암기만 시킬 뿐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산업이 재편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해석하라지금의 자본주의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각자도생의 자본주의 시대다.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의 시대를 지나 국가 주도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재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과 국가 경영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서로 얽혀지면서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가지고 경제 질서를 움직이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식의 경제 질서 재편에 대해 점점 중국을 닮아가며 국가자본주의로 가고 있다고 맹공을 펼쳤다.2025년 7월 발효된 미국의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즉 거대하고 아름다운 법안은 세금 관세를 통한 경제 번영,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산업 및 에너지 정책 재편, 국가 안보 및 국경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의 자본주의는 국가 주도의 경제 정책과 기업의 시장 전략이 긴밀하게 얽히며 작동하는 신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다.전쟁은 자본을 움직이는 거대한 위협이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되지만, 불행히도 자본주의의 긴 그림자 아래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전쟁은 국방 수단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자본적 계산이 깔린 수단이며, 국가, 시장, 기업을 망라해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며 자본주의의 가장 어두운 얼굴을 드러낸다.어러한 격랑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누구인가? 커피, 뷰티. 바이오, 방위 산업 등은 국경과 관세의 장벽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이 산업들은 자본 흐름과 경영 판단 속에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건강은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바이오 산업은 건강과 자본이 맞물린 산업이다. 인간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경제와 연결해 시장 흐름을 읽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며 자본주의 시대에 세계 경제와 시장 구조를 재편한 핵심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뷰티는 인간의 욕망에서 태어난 가장 오래된 산업이다. 현재 뷰티 산업은 소비자의 욕망과 기업의 전략이 맞물리며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문화와 경제, 심리적 만족을 포괄하는 종합 산업으로 성장했다. 커피는 맛을 넘어 ‘문화’가 된 음식이다. 특히 스타벅스라는 커피 브랜드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이해하는 척도로도 활용되고 있다.불확실성 시대에 ‘돈’은 국가와 기업이 내리는 전략적 판단의 가장 핵심적인 ‘언어’가 됐다.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은 단순히 경제 지식을 넘어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 무기다. 돈의 흐름과 그 이면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디지털과 기술 대전환이 불러올 변화의 신호를 포착하라AI, 에너지, 스테이블 코인, 양자 컴퓨터 등 혁신 기술들이 자본과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제 돈은 물리적 화폐 단위를 넘어 디지털 정보가 넘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에서 국경을 넘어 누구나 금융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할 새로운 언어다. 부자들은 이러한 흐름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읽고 새로운 자본의 길을 가장 먼저 포착했다. 디지털 대전환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성장 축이 되어 금융, 정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우리는 전통적인 자본주의를 넘어 ‘디지털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속에 살고 있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단순한 기술 혁신의 시대를 넘어 돈의 본질과 경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시대다.AI와 로봇은 생산성과 노동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것들이 만들어낼 효율과 가치의 흐름을 먼저 읽는 게 부자들의 경쟁력이다. 에너지 재편 기술 또한 산업과 자원의 구조적 변화를 선점할 기회를 제공했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혁신적인 에너지 자원은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고, 이를 먼저 이해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과거 돈은 실물화폐나 은행 계좌 속 숫자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와 스테이블 코인 등 디지털 자산으로서 금융 거래 뿐만 아니라 가치 저장 및 교환 수단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금융과 신뢰자산 간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했다. 여기에서 부자들은 단순한 화폐 가치가 아닌 신뢰와 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자본을 포착했고, 미래 금융의 판도를 읽고 있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는 정보 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기존 컴퓨터로 풀 수 없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미래의 가치를 조기 포착하는 능력은 부자에겐 필수불가결한 자질이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부자가 되려면 기술이 만들어낼 변화와 기회 그리고 그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고 움직이는 통찰력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서 부와 경쟁력이 결정된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마인드를 탑재하라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세상은 이미 값이 매겨진 풍경으로 펼쳐져 있다. 첫울음이 병원비로 기록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모든 삶은 자본주의란 무대에서 화폐란 보이지 않는 실로 촘촘히 엮인다. 이 무대는 누구나 빈손으로 올라 빈손으로 내려가지만 그 사이의 장면이나 조명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왜 어떤 이는 더 넓은 무대를 누비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할까? 쉴 새 없이 값이 정해지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어떤 장면을 남길 것인가?영어권에서 녹색은 부러움이나 질투를 뜻한다. 워런 버핏의 평생의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는 세상을 살면서 부러움과 질투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멍거의 말에 따르면 누군가 나보다 더 빨리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은 치명적인 죄악이며,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어리석은 죄 중 하나다.질투는 부에 관해선 가장 강력한 족쇄다. 질투, 미련, 후회를 버리고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나만의 철학과 기준을 정립하고, 나의 판단을 기준으로 선택할 때만 부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칠해가는 화가다. 선명한 색을 좋아하는 사람, 번지는 수채화를 좋아하는 사람, 한 가지 색을 깊이 있게 사용하는 사람, 여러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사람이 있다. 어떤 색이 좋은 색이고, 어느 정도의 농도가 적당한지 정답은 없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한 문장이 있다면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을 직접 그려 나가란 말일 것이다. 정답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나만의 정답을 선택하는 삶을 살자. 남과 다르게 선택하고,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걷는다면 비로소 그 길은 내 이름을 가진 길이 될 것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인간다운 삶이 가치 있는 삶이다
KOR
인간다운 삶이 가치 있는 삶이다
“인간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영림원소프트랩은 5일, 213회 영림원CEO포럼에 이명곤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초빙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가치있는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삶의 요인들에 대해 숙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저서 <철학, 인간을 사유하다>를 통해 인간다운 삶과 행복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안한 이명곤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인간다운 삶이 가치 있는 삶이다’를 주제로, △생각하는 존재 △행복을 위해서는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욕망과 사랑은 무엇인가 △사회성과 정치 △진정한 소통이란 △인간은 왜 예술을 추구하는가 △진실과 진리 △참된 종교와 죽음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들려줬다. 다음은 강연 내용.◆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지혜는 인생을 잘 사는 것에 도움을 주는 실천적인 앎철학(philosophy)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가장 일반적으로 철학은 고대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랑하다’라는 뜻의 필로스(philos)와 ‘지혜’라는 뜻의 소피아(sophia)가 합쳐진 단어다. 즉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 중에도 친구 간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부모의 사랑, 아가페 등이 있는데 필로소피아에서의 사랑은 친구 간의 사랑 즉 우정이다.지혜는 지식과 비교된다. 지식은 크게 보면 정보이다. 정보만 가지고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내 인생을 잘 사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내 인생을 잘 산다라고 할 때는 내가 체험을 해서 인생에 대해 ‘아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지혜다. 즉 지식이 단순한 앎을 의미한다면 지혜는 인생을 잘 사는 것에 도움을 주는 실천적인 앎이다.철학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이러하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이후에 철학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나왔다. 플라톤이나 스토아 철학자들은 철학은 죽음을 배우는 것이며, 중세에는 기독교가 지배했던 시대이어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데카르트의 경우 참과 거짓을 구분해내는 것이 철학이라고 했으며, 현대에는 여러 응용 철학이 나왔는데 이를테면 일상 언어 사용의 혼돈을 없애 개념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라고 했으며, 과학철학은 기존의 과학이 만들어 놓은 정보를 체계화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했다.이처럼 철학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철학이 다른 학문과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한 개인이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가도록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는 학문이라는 점이며 그래서 AI와 같은 기계가 흉내 내기 어려운 학문이다.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에 대해서도 철학자들마다 견해가 다양하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신경계가 고도로 발달한 고등동물이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을 넘어서는 알 수 없는 존재다’ 등등이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규정들이 나왔는데 ‘호모(Homo)~’가 그것이다. 호모는 라틴어로 인간, 인류를 의미하며, ‘호모~’는 모두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호모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는 도구(기술)적 인간, 호모 루덴스는 유희적 인간, 호모 아티스티쿠스는 예술적인 인간, 호모 에티쿠스는 윤리적 인간, 호모 모랄리스는 도덕적 인간, 호모 폴리티쿠스는 사회적(정치적) 인간, 호모 헐리지오소스는 종교적 인간, 호모 비아토르는 여정(여행하는)의 인간 등 인간에 대한 규정이 매우 많다. 이것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갈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서 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빼면 그만큼 인간 존재는 부실하게 된다.하지만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은 동시적이다. 예를 들면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난 스님이나 수녀님이라고 해서 유희적인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유희적인 것을 추구할 뿐이다. 인간은 본성상 이것들을 자연스럽게 추구한다. 만일 뭔가 빠지게 되면 욕구 불만이 생긴다. 골고루 다 갖추면 좋겠지만 인간은 주어진 조건, 환경,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부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유는 인간을 위대하게 한다많은 인간의 본질 중에 철학자들이 보기에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다. 왜 그럴까? 예를 들어보자. 분재의 나무는 어느 정도 크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뿌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식물도 자기 생존 본능이 있다. 뿌리가 작은데 위가 너무 크면 바람불고 비 오면 넘어진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나무를 크게 키우고 싶으면 뿌리를 깊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도 크게 될 사람이 있다. 큰 사람이 되려면 뿌리가 깊어야 한다. 그 뿌리가 뭐냐하면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유럽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은 경제적 수준이 비슷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생각하게 하는 수업 환경에서 자라났다. 프랑스의 직장은 점심시간이 2시간인데 1시간 점심 먹고 나머지 1시간은 직원들끼리 진지하게 대화를 하며 자기가 생각한 아이디어들을 교환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집중이 잘 되고 협력도 잘 된다. 우리나라 직장의 대화 문화는 어떠한가? 대화는 생각을 많이 할 때 나오는 것이다.사유는 인간을 위대하게 한다. 철학자들 중에는 사유하는 것을 매우 찬미한 철학자가 있다. 데카르트의 “나는 사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은 유명하다. 데카르트의 이 명제에 의하면 살아있지만 사유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나의 존재’라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따라 충분히 의미있는 말이 될 수 있다. 가령 ‘나의 존재’가 다른 모든 인간과 구별되는 ‘나만의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곧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될 수가 없다. 나의 생각, 나의 사유와 유사한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의 사유는 가장 근원적으로 나를 규정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나답게 존재할 수 없으며,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이 정해놓은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한다는 것이 인간을 크게 만든다는 것이다.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신학자 에메 포레스트는 “인간의 사유는 영적인 시선을 통해 세계의 본질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참 멋진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능태와 현실태의 합성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모든 존재하는 것은 이미 실현된 게 이만큼 있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 또 이만큼 있다는 얘기다.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화시키는가? 이것이 어떻게 보면 존재한다는 의미다. 내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현할 때 존재한다는 말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현실태와 가능태가 있다. 훈련만 잘 시키면 탐지견이 될 수 있고 구조견이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철학적으로 ‘본질을 완성하다’라고 한다.본질을 완성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퀴리 부인의 예를 들어보겠다. 유로화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비싼 돈인 500프랑 지폐의 인물은 퀴리 부인이었다. 퀴리 부인은 폴란드 사람인데 어떻게 프랑스에서 가장 큰 지폐의 인물로 선정되었을까? 프랑스에도 위대한 사람이 많은데 말이다. 퀴리 부인이 존경받는 이유는 라듐 추출 기술(방사선 치료에 활용됨)을 발명한 과학적 업적과 두 번 씩이나 노벨상을 받은 과업 덕분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그녀를 가장 큰 위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과학적 업적이 아니라 그녀의 숭고한 도덕성에 있었고, 이 도덕성은 그녀의 깊은 사유에서 나왔다. 퀴리 부인은 라듐 추출 기술에 대한 국제적 특허 신청을 하라는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자신의 연구기록물들을 우편으로 보냈다. 편지에는 “이것은 전 인류를 위해 자연이 준 신의 선물이므로 그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퀴리 부인의 이 행위에는 자유, 평등, 박애가 깔려있었다. 프랑스의 국가 이념은 자유, 평등, 박애다. 퀴리 부인은 프랑스의 이 국가 정신을 세계에 가장 잘 알린 사람이었다.퀴리 부인의 도덕성이 깊은 사유에서 나왔다고 했는데, 인간의 정신은 조금 더 나은 것을 자꾸 찾게 되어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마지막에 가장 좋은 것이 남는다. 데카르트는 “사람마다 재능이나 환경은 다를 수 있지만 생각하는 능력은 다 똑같이 타고난다. 이 생각하는 것을 깊이 하면 할수록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했다.◆ 도덕 없이도 행복할 수 있을까?인간이 도덕적인 삶을 사는 것도 ‘깊이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왜냐하면 도덕 즉 모럴은 ‘정신적인 것’이라는 멘탈에서 파생된 용어다. 인간의 정신적인 특성은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가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즉 인간의 정신이 가진 본성적인 기질이 항상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도덕적인 존재가 되어줄 것을 바라지만 자신이 도덕적인 존재가 되는 것을 꺼려한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문호 폴 발레리는 “도덕이란 일종의 욕망을 추구하지 않는 기술이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하는 혹은 마음에 드는 것을 하지 않는 기술이다”라고 했다. 사실이 그렇다. 도덕적이란 말 그대로 우리의 본능적인 지향성에 반대되는 것이며, 힘겨운 어떤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도덕적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존재의 자연적인 법칙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도덕적 존재를 창조한 것이야말로 최대의 기적”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이 말은 인간이 도덕적인 존재라는 것 혹은 인간이 도덕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같지만 실제로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임을 의미한다.그렇다면 왜 우리의 삶은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미리 말하자면 도덕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도덕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행복은 불가능하다. 행복이라는 것은 나에게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도덕적이라는 것에는 나한테 소중한 것, 가치 있는 것, 더 나은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현대 철학자 페르디낭 알키에는 “철학적으로 말해 죄란 아무 것도 행위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살다가 죽을래’라는 삶을 경계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로 항상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한다.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보다 가치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말이며, 우리가 잘 산다고 할 때 이는 보다 가치있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가치있는 것을 소유하거나 보다 가치있는 삶을 살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인간이 보다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생존만을 강조하고 보다 가치 있는 것, 보다 소중한 것을 말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와 같다.철학자들은 저마다 행복을 말하고 있다. 세네카는 “각자는 혼자서 행복으로 향하는 길을 발견하여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그들 스스로 충분한(만족하는) 그것이다”, 보리스 비앙은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모든 인간의 행복이 아니라, 그것은 각자의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들의 핵심은 행복으로의 길은 각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남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다르며, 그래서 스스로 만족하는 상태는 남들이 스스로 만족하는 상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행복이 도덕적인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행복은 결코 어떤 특정한 조건만 갖추게 되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추구해야만 주어질 수 있는 어떤 것이며, 그것도 어떤 특정한 내적인 조건을 전제할 때 가능하다. 행복은 어떤 의미에서 창조적인 것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어떤 것이다.토마스 아퀴나스는 “행복은 즐거움과 다르다. 즐거움은 순간적인 것이지만 행복은 지속적인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즐거움과 기쁨은 차이가 있다. 즐거움은 가령 포도주 한 잔의 즐거움, 제주도 여행의 즐거움 등을 말한다. 반면 기쁨은 가령 벗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쁨, 중요한 시험에 통과했을 때의 기쁨 등이다. 즐거움은 언제 어느 때나 원하기만 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기쁨은 오랫동안 나의 삶의 소중한 그 무엇에 관련된 것을 전제한다.사회나 국가의 행복 지수를 얘기하는데 사실 행복은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20세기 프랑스 문학가 폴 클로델은 “행복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수단이다”라고 했다. 이를테면 일본의 장인정신의 본질은 그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진짜 예술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을 벌기보다는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행복감을 느낀다.◆ 인간은 무엇을 욕망하여야 하는가?…사랑은 최상의 가치욕망이란 무엇을 ‘욕구하고 갈망하는’ 행위다. 만일 인간에게 욕망이 없다면 인간사회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철학자들은 욕망을 마치 인간이 무엇인가 행위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동인’처럼 고찰하고 있다.플라톤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우리이지 않은 것, 우리에게 부재하는 것, 바로 이것이 욕망과 사랑의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앞에서 모럴은 지금 나한테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을 욕망한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며, 이는 행복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러기에 또한 나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욕망한다는 것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며, 그것도 행복을 추구하는 첫걸음이다.욕망은 단순한 욕구나 희망과 무엇이 다를까? 단순한 욕구는 예를 들면 정당하게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욕구를 욕망이라고 하지 않는다. 욕망은 마음으로 즉 의지적으로 무엇을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욕망하는 것을 단순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한다고 하는 것이다. 갈망하는 것이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지 않은 것일 때는 ‘희망한다’고 한다.우리는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욕망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올바른 욕망은 위대한 것을 낳게 한다. 욕망이 올바른 길을 잃게 되면, 그것은 인간적 삶에 있어 비극을 가져오게 되지만 올바른 길을 가게 된다면 사랑으로 변모한다. 인간이 무엇인가 위대한 것을 산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전제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갈망’ 혹은 ‘욕망’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욕망이 소유욕이 아닌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로 변모한다면 여기에는 위대한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한다.즉 인간 욕망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사랑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무엇이 같고 다른가? 영어나 우리 말에서는 좋아하다와 사랑하다가 구분되지만 유럽 사람들은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사랑이라는 개념은 매우 포괄적이다. 그래서 사랑을 가장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로서 고찰하고자 한다면 사랑은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다.토마스 아퀴나스는 “미움, 공포, 절망, 기쁨, 환희 등 모든 정념의 뿌리는 사랑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모든 자연적인 욕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라는 말이다. 먹고 마시며, 아름다운 것을 보려하고, 누구를 좋아하는 것 등은 모두 자기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위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를 ‘본성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본성적인 사랑을 넘어 심미적인 것을 추구한다.좋아한다와 사랑한다는 것은 질적인 차이가 있을 뿐 그 뿌리는 같다. 좋아한다는 것이 기질적인 문제이며 주로 감각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정신적인 것이다. 즉 좋아한다는 단순한 감각적인 것 그 이상의 무엇, 삶의 의미나 정신적인 명분 등이 첨가될 때 이는 이미 사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좋아하는 것이 윤리, 도덕적 의미로 나아갈 때 사랑하는 것이 된다. 무엇을 사랑하게 되면 책임감이 생긴다. 유럽이나 일본 사람을 보면 자기 삶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책임감이 없어졌다. 오래 사귀었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싫다며 떠나버리고, 이혼율도 높다. 책임감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도덕의 부재로 볼 수 있다.사랑은 최상의 가치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치 있게 하는 가치들의 가치이다. 빅토르 위고는 “네가 사랑하는 것을 나에게 말해다오, 그러면 네가 누구인가를 말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사랑은 본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며, 어느 순간 나 자신의 존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한국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표현에 인색하다. 무엇을 할 때나 사랑한다는 게 습관이 돼야 한다. 산책을 건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게 되면 길고양이나 까치, 꽃봉오리 같은 것이 보인다. 우리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많은 것이 보이고, 삶이 가치 있게 되고 충만해진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하려면 공동선을 실현해야사람이 왜 사회를 형성해서 사는가? 이에 대해 많은 사회학자들은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다. 한국 사회의 목적도 행복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공동선이다. 뒤르켐은 “만일 한 공동체가 국가 권력에 복종하기를 원한다면, 이는 복종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다만 공동선을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유럽에서 8년 반 정도 살아봤는데 한국은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다. 유럽에 비해 가장 큰 단점은 공동선의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공동선은 모두에게 공통으로 좋은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60% 이상은 공동선과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교통 신호등은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길 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 모여 있는 이 호텔도 공동선이다. 호텔에 평생 한 번도 못 오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이 호텔은 누구나 와서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공동선인데 한국 사회는 이상하게 갈라져서 공동선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 전라도 경상도, 좌파 우파, 심지어는 회사에서도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한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싸운다. 집단 이기주의 강한 셈이다. 서울이라는 관념을 벗어나야 대한민국이 보이고 대한민국이라는 관념을 벗어날 때 세계가 보이고 인류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마인드가 있는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한다.과거 학교 생활통지표에 선생님들은 공부를 못한 학생에게 성적은 낮지만 친구가 많다는 점을 들어 사회성이 좋다고 적었다. 그런데 실제로 사회성이 좋은 사람은 친구가 많은 게 아니라 공동선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만약 친구와의 유대관계가 끈끈한 것을 사회성 좋다고 평가한다면 아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사회성 좋은 집단은 조폭들일 것이다. 어쨌든 이 사회성이 좋은,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람을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교육이 매우 중요할 듯 싶다.그러면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법의 목적은 공동선의 실현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도덕적 선의지는 아직 존재하지 않은 정의(즉 새로운 법)에 도달한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다. 이 법이 처음 나올 때 탈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몇 년 지나서 오히려 편하고 사람들 마인드가 바뀌었다.루소는 “법들은 우리들에게 정의롭게 될 수 있는 용기를 주며,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도록 배우게 한다”고 했으며, 몽테스키외는 “정치적인 자유란 법이 허용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이며, 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이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법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뭘 할 수 있거나 또 부당한 것을 강요받지 않도록 울타리를 만들어준다.하지만 반대로 나쁜 법이 있는데 공동선을 파괴하는 법, 특정한 사람의 이익을 위한 법, 그리고 지금 있는 좋은 룰을 파괴시키는 법이 그것이다. 또 사람들에게 자꾸 말도 못하게 하고, 정의롭게 되고 싶은데 못하게 하며, 자꾸 부당한 것을 강요하는 것도 나쁜 법이다.◆ “소통하고자 한다는 것은 인간적이고자 하는 것”왜 인간은 소통을 갈망하는가?,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린 아기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소통이 필요하다. 우유와 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통 역시 삶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하나의 요소이다”라고 말했다.인간은 자신을 존중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자신의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소통은 단순히 도구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욕구이자 이를 통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그 무엇이다.‘소통’이란 말 그대로 ‘막힌 것을 통하게’하는 것으로 서로 이해하는 행위 즉 상호적이다. 모든 사람은 주관성 속에서 살아간다. 소통이 되려면 상대방의 주관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나의 주관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 이해하는 행위를 철학에서는 ‘상호주관적인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호주관성이 성립될 때 이해와 존중이라는 마음 속의 깊은 교감을 의미하는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한다’는 것과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상대방이 존재하는 그 지평, 처해있는 상황에 나 자신을 함께 위치시키는 것이 공 상호주관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진정한 소통의 토대가 된다.소통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소통하는 그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통을 위해서 하는 말들, 표현들, 비유들, 몸짓들 이 모든 것은 결국 ‘나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형성할 수 있다. 누구도 혼자서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가 없다. 서로 관계성이 있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스승은 내가 알지 못했던 나 자신의 모습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다.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것을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통해 표현되지 않은 것,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 그것을 섬세하게 감지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다. 진정한 소통은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평정되고. 긍정적이고 선한 생각을 가질 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좋은 의식과 선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면 이미 절반의 소통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서로가 서로에 대해 좋은 의식,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소통은 발전하게 될 것이다.참된 대화,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벗이 되어야 한다. 벗은 예를 갖춰야 하지만 전혀 장벽이 없는 그러한 사람이다. 내가 누구인가를 진정으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누구와도 벗할 수 있는 사람이다.◆ 예술은 탁월한 소통 방식인간은 왜 예술을 추구하는가? 인간이기 때문에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게 예술이다. 입체파 화가인 조르주 브라크는 “학문은 안심하게 하지만, 예술은 동요하게 한다”고 했다. 예술이란 우리의 마음 속에 파문을 던지는 그 무엇이다. 내 가슴 속에 파고들면서, 무언가 전율을 느끼게 하거나, 깊은 평화를 일깨우거나 혹은 세계의 전혀 다른 모습, 전혀 다른 의미를 느끼게 해줄 때 나는 감동하게 된다. 한마디로 예술은 잠들어 있는 셰계를 일깨우는 것이다.예술은 감동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베토벤은 “내가 음악을 작곡하는 이유는 내 영혼이 감동하는 무엇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라고 했으며, 빅토르 위고는 “감동한다는 것은 삶을 배운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감동한다는 것은 인생의 진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고 지나친 그 무엇의 가치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예술은 탁월한 소통의 방식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성모의 비애)>라는 조각 작품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성모 마리아가 아들인 예수보다 젊게 표현됐다는 비평을 받기도 했는데 어쨌든 성모 마리아의 표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하다. 이 작품을 정면에서 보면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보이고 위에서 보면 예수가 보인다.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 하나로 사람들에게 성모 마리아의 마음을 전해준다. 말이 필요없는 탁월한 소통이다.반 고흐의 <슬퍼하는 노인>이라는 그림은 어느 노인이 주먹 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나무 의자에 앉아 흐느끼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당시 이 그림을 본 사람들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노인이 정신병원에서 환자복 입고 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사회학자 나탈리 에니히는 이 그림을 두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흐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흐는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림밖에 없었다. 그림을 그려봤자 아무도 사가거나 봐주지 않겠지만 노인을 위로하기 위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울지 마세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진실은 삶의 제일원칙이 되어야 한다영미 속담에 “진실이 최선의 정책이다”는 말이 있으며,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링컨은 “누구도 거짓으로 성공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기억력이 좋을 수 없다”고 하면서 거짓을 경계하고 있다. 거짓말은 계속해서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자신이 이전에 했던 거짓말을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그럼에도 현대 사회에서 진실보다 거짓이 만연하고 날이 갈수록 진실한 것보다 거짓된 것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에서 8년 반을 살면서 가장 듣기 좋았던 용어는 ‘오네뜨망’이었다. 불합리하거나 진실하지 못한 것이 있을 때 주저없이 “오네뜨망하게 하자”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네뜨망은 깨끗함, 정당함, 명예로움, 당당함, 진실함 등의 의미를 담은 용어이다. 거짓 인생은 손쉬우나 거짓 행복을 주고, 진짜 인생은 힘겨우나 진짜 행복을 준다.진리는 진실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 진실이 진리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끄 레비는 “가장 나쁜 거짓말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아, 이상, 세계관, 가치관, 인생관 등은 나의 진실의 척도이다. 일반인도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번 강의의 마지막 주제는 참된 종교다. 마르크스는 ”모든 종교는 거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종교는 보다 좋은 세계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여 인간을 위로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빈곤하다는 의식을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인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편협한 관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진 자만이 현재를 똑바로 볼 수 있다. 종교에 대한 어원을 보면 동양에서 종교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배움이며, 서양에서 종교는 신성한 것과 다시 연결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삶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종교인은 상황이 매우 열악해도 희망을 잘 잃지 않는다. 종교는 현재를 밀도 있게 살게 하고 새로운 도덕을 산출한다. 또 삶의 이정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다.맺음말로, 철학은 인간의 삶을 올바르고, 참되게, 풍요롭게 해주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유용한 학문이다. 가끔 틈을 내어 철학적 사유를 해본다는 것은 내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고객의 탄생: 지속 성장의 비밀
KOR
고객의 탄생: 지속 성장의 비밀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가치경영을 실현하려면”“진정한 고객가치경영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으로, 기업은 이를 통해 비즈니스의 꽃을 피우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객가치경영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이유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15일, 212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고객의 탄생: 지속 성장의 비밀’을 주제로 강연했다.이유재 교수는 “사업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다. 시장이 포화되고,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오늘날 기존의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파트너이다”라며, 이번 강연에서 고객가치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차별화된 전략과 감동적인 서비스로 고객 충성도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그리고 실제 기업 사례를 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답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가치로동네 가게가 됐든 중견기업이 됐든 고객이 발길을 끊으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돼 있고 고객이 계속 찾아주게 될 때 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을 한다. 나는 다양한 고객만족 지수를 개발했는데 실무자들에게 자문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질문이 “고객을 만족시키면 성공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과연 그 비용이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가?”이다.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예를 들면 미국의 말콤볼드리지 국가품질상을 수상한 월리스라는 파이프 제조 기업은 상을 수상한 지 2년만에 파산한다. 이익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플로리다의 전력사는 데밍상을 수상하지만 시장에서의 성과가 부진해서 회장이 옷을 벗었다. 고객 만족은 곧 기업성공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사례들이다.고객 만족은 상승했지만 기업 성과는 하락한 이 사례에서 생각해볼 것은 “이익은 도외시하고 고객만족점수에만 집착하는가?”, “가치가 작은 고객만을 만족시키고 있지 않는가?”, “가치가 큰 고객은 오히려 불만족스럽게 하지 않는가?” 등이다.결혼기념일에 아내와 전망 좋은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아내는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나중에 또 거기에 가자고 했더니 싫다는 거였다. 그 이유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였다. 한번은 가볼 만한데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다. 고객은 얼마나 만족했느냐 그 자체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불한 가격 대비 만족을 평가한다. 이것이 바로 비용 대비 효과이다. 고객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려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얘기하는 ‘Value for the Customer’이다.또 고객만 비용 대비 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기업도 이 비용 대비 효과를 봐야 한다.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거래하는 고객들의 수익성의 합으로 결정이 된다. 이것이 바로 고객들이 기업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Value of the Customer’이다.최근에는 이 고객 가치라는 것을 기업이 창출해서 전달하는 개념이 아니라 가치 창출이나 확산의 가장 중요한 주역은 고객이어야 된다고 얘기한다. 고객이 최고의 영업 사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 스스로가 창출하고 확산하고 공유하는 가치를 ‘Value by the Customer’라고 나는 정의한다.기업들은 예전부터 고객 가치라는 얘기를 참 많이 했다. 그런데 현업에 있는 실무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렇게 애매하게 사용되는 단어가 없다. 대부분 ‘Value for the Customer’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어렵다. 고객 가치를 이해하려면 여기에다 ‘Value of the Customer’와 ‘Value by the Customer’를 함께 봐야한다. 이 세가지 차원을 함께 생각하고 키워가는 것이 고객가치경영이다. 즉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을 탐색하고 이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만들어 이 관계를 발전시켜서 장기적인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이다.기존의 고객만족경영의 핵심 개념이 △고객 만족 증대 목표 △고객만족도 평가 △Value for the Customer △모든 고객은 동일 △고객=가치의 수동적 소비자 △가치의 제공 등이었다면 고객가치경영은 △고객가치 혁신 목표 △비용 대비 효과 평가 △Value for, of, by the Customer △모든 고객은 동일하지 않음 △가치의 상호 교환 등이다. 고객가치경영에서 가치의 상호 교환이라는 것은 마치 오래된 연인들처럼, 기업이 고객의 진정한 가치에 주목하고 사랑의 노래를 불러 줄 때 고객도 기업에 사랑을 되돌려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여라그러면 고객가치경영의 세가지 축 ‘Value for, of, by the Customer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먼저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여라. 실무자들에게 ’당신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경쟁사보다 비싸지 않냐, 어떻게 맞춰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물으면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을 못한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이라는 것이 있다. 그 도식은 ‘원가(C)<가격(P)<가치(V)’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가격이 생산 원가보다 높아야 한다. 또 고객 관점에서는 지불한 가격보다 내가 얻었다고 체감하는 가치가 높아져야 고객은 잉여가 생겼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고객이 지불한 가격 대비 가치를 높게 만들어주는 것이 ‘Value for the Customer’에서 중요한 포인트이다.많은 기업들이 가격 중심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건 제로섬 게임이다. 가격을 높이면 기업은 잉여를 갖지만 고객은 손해를 보며, 가격을 낮추면 고객은 잉여를 높이지만 기업은 마진이 줄어든다. 그래서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고객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가치의 제안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가격 민감도를 낮추고 소모적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게 되면 총소유비용(TCO)이 중요해진다.그래서 누군가 “당신 회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비싸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면 실무자는 머리를 긁적거릴 것이 아니라 ”네, 비쌉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쌉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지불하는 가격으로 볼 때는 비싼 것으로 보이지만 계속 쓰고 하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싸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Value for the Customer’에서 가치는 비용 대비 품질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분모는 가격+이용 비용이며, 분자는 결과 품질+과정 품질이다. 여기서 고객을 위한 가치를 높이려면 분자를 높이거나 아니면 분모를 줄여야 한다. 분모에 해당하는 가격을 다운시키거나 아니면 가격은 변동이 없더라도 이용 비용을 줄여주면 고객은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이를테면 아마존이 운영하는 신선 식품 배달 및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의 대시 카트는 여기에 올려진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해 결제를 한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은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 편안하다고 느낀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편리미엄’이다. ‘편리미엄’은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합친 신조어로, 해야할 일에 대한 시간을 절약해주고,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감소하며, 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 고객의 잠재가치를 파악하라다음은 ‘Value of the Customer’에 대해 살펴보겠다.먼저 도미노피자 사례다. 도미노피자의 여러 점포 가운데 성공한 점포를 보니 8달러짜리 피자를 10년간 주 1회 사 먹는 고객을 4000달러 가치로 평가하며, 직원들에게 이 가치를 강조했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8달러 짜리 피자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4천달러를 기여하는 고객을 대하는 것이라고 하자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피자를 더 정성스럽게 만들고 배달함으로써 고객 만족과 충성도가 현격히 높아졌다.이 도미노피자 점포의 성공비결은 고객의 잠재 가치를 파악한 것으로, ‘고객의 가치(value of the customer)’를 나타내는 고객생애가치 개념을 잘 보여준다. 고객생애가치란 고객이 특정 기업과 거래하는 전체 기간 동안 창출하는 이익의 순현재가치다. 즉 고객의 미래 수익성 흐름을 합해 현재 가치로 산출한 것이다. 고객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기여할 가치까지 고려하는 것이다.또다른 사례로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사고가 나면 벌어지는 두가지 큰 이슈를 해결해 성공했다. 하나의 이슈는 외국에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오는 게 렉카가 아니라 변호사다. 그러다보니 법정 비용이 많이 든다. 또다른 이슈는 사고가 나면 이걸로 끝내야 되는데 이런저런 문제를 더해 사고를 부풀리는 보험 사기가 벌어진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사고가 접수되면 쏜살같이 현장에 가서 선제적인 대응으로 고객의 비용 절감은 물론 보험사에서 들어가는 법정 비용이나 보험 사기를 줄였다.모든 고객이 평등한가?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선거에서 투표는 누구에게나 한 표이지만 시장에서의 고객의 투표권은 한 표짜리가 있고 2천 표짜리가 있다. 모든 고객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상품 수익성과 고객 수익성은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예로 미국의 어느 리조트에서 테마파크와 호텔의 수익성을 분석했는데 호텔은 수익성이 높은 반면 테마파크는 수익성이 저조한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테마파크는 방치하고 수익성이 높은 호텔에 집중 투자했다. 그런데 리조트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많은 고객들이 테마파크 때문에 리조트를 방문해 호텔에 묵었는데 테마파크가 열악해지니 방문객이 줄고 객실 점유율이 감소한 것이다.상품 수익성을 관리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식으로, 각 상품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은 제거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에 집중한다. 한 슈퍼마켓에서 우유가 수익성이 낮으니 없앴다고 생각해보자. 쇼핑 온 고객은 여러 가지를 구매하고 난 후 우유가 필요하므로 다른 점포를 방문해야 한다. 번거로운 상황이다. 결국 고객은 우유가 있는 다른 마트에서 쇼핑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고객이 줄고 전체 수익성이 악화된다. 여기서 생각해야할 것은 상품 당 수익성이 아니라 방문고객 당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비록 수익성이 낮은 상품이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필요하다면 유지해야 할 것이다. 즉 수익성 관리의 초점을 상품에서 고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객의 가치’를 제고하려면 △가치가 높은 고객을 유치해 고객의 구성을 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객의 가치를 평가할 때 현재 가치만이 아니라 미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가치가 높은 고객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 △때로는 가치가 낮은 고객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생애가치별로 세분화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며 관계를 관리해 가치를 키워야 한다.미국 1위 음식 배달 업체인 도어대시의 강점은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고객 당 평균 주문 금액이 우버이츠 같은 경쟁사보다 높다. 게다가 구독서비스인 대시패스 가입자가 9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일반 고객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주문하는 우량 고객이다. 세콤 같은 무인경비 서비스를 살펴보자. 신규 가입자에게는 CCTV, 센서, 통신장치 등을 설치해 준다. 이렇게 초기에 회사가 부담한 기기 및 설치비용은 월 사용료를 통해 회수한다. 따라서 이용기간이 손익분기점을 지나 길어질수록 회사의 이익은 증가한다. 애플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간 유지한다. 그리고 크로스셀링, 업셀링 등을 통해 고객생애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고객의 가치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수행하는 데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단순히 단기 성과를 측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고객 가치는 고객과 같이샤오미는 팬덤 경영으로 4년 만에 17배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고객을 단순히 소비자나 구매자로 보지 않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고객들이 결국은 영업사원의 역할을 한 덕분이었다. 샤오미의 창업자 겸 회장인 레이쥔은 ”우리는 스마트폰을 파는 것이 아니라 참여의식을 파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요즘 젊은 사람들이 문신을 많이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신의 소재는 무엇일까? 1위는 엄마이고 2위는 할리데이비슨이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자신의 몸에 같이 지니고 있는데 고객과 기업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한테 ”오토바이 타네“라고 말하면 짜증을 낸다. 이들은 할리오너스그룹(HOG)을 만들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Value by the Customer’ 즉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이다. 이처럼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에서 중요한 요소는 정서적인 애착이다. 이는 고객이 상품에 대해 가지는 친밀감, 유대감, 사랑 등이다.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린왕자가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정서적 애착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은 팬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이름은 군대를 의미하는 ‘아미’다. 전 세계에 포진한 아미는 앨범을 사고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고 각종 시상식에 투표하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BTS의 가치를 높인다.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에서 또 중요한 요소는 △고객의 오피니언 리더십 파악 △고객이 참여하는 장을 마련하고 활용 △고객에게 개입할 기회를 주고 가치를 창조할 동기 부여 등이다.플랫폼 비즈니스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플랫폼에 끌어들여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대표적으로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골라 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이다. 그러나 기존 게임 회사와는 크게 다르다. 기존에는 게임 회사가 게임을 제작하고 이용자는 이것을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로블록스의 모든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이용자는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도구들을 활용해 마치 레고로 블록을 쌓듯이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이용자는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 즐기며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긴다. 이용자는 게임을 제작하고 수익을 얻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프로슈머로 활동하며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이제 고객은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이다. 기업이 만들어 놓은 가치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기여하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 게다가 고객은 자신이 직접 가치를 만들었을 때 더 큰 관심을 갖고 만족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개입할 기회를 주고 가치를 창조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 고객처럼 생각하라미국에서는 1979년 당시 26살의 제품 디자이너였던 페트리샤 무어가 80세의 노인으로 분장해 미국 전역을 2년 넘게 돌아다녔던 일이 있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관찰과 설문조사만으로 노인들의 불편함을 알기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노인이 되어 살아 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노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게 됐다. 평소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곳이 노인 걸음으로는 1시간 이상 소요됐다. 버스는 타기에 너무 높았으며, 보행 신호등은 노인 걸음으로 건너기에는 너무 빨리 바뀌었다. 보통 사람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노인에게는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느꼈다.이렇게 노인의 삶을 체험한 덕분에 모두에게 편리한 제품을 발명할 수 있었다. 소리 나는 주전자, 출입문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등이다. 이 물건들은 당시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다. 성별, 연령,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들이다.고객을 이해하고 진지하게 밸류를 전달하려면 고객처럼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고객처럼 생각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중심이어서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한테는 두 마리의 개가 있다.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 개를 버려야 온전히 남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루 거스너 전 IBM 회장은 파산 직전의 IBM을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괴거 사업부별로 분산돼 있던 체제를 고객 중심으로 시너지를 추구하는 체제로 전환해 IBM을 고객 지향적인 회사로 만들었다. 루 거스너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IBM의 고객사에서 근무하면서 고객으로서 IBM에 대해 느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고객 입장으로 바뀐 셈이다.국내의 어느 카드사는 고객 상담의 개선 조치로 천 여개의 대본을 고객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를테면 “피해를 보상해 드리고”를 “피해를 보상받을실 수 있고”로, 시혜를 베푸는 관점에서 고객의 관점으로 바꿨다.고객처럼 생각하자. 아니 고객처럼 행동하자. 다함께 살 만한 세상을 원한다면 말이다. ◆ 우유 엎지르고 나서…서비스 회복 패러독스영어 속담에 “우유 엎지르고 나서 울어봐야 소용없다”가 있다. 속담으로는 맞지만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100% 완벽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품 및 서비스 실패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노력 즉 서비스 회복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란 실패가 잘 회복된 경우 애당초 실패가 없었던 경우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고객 만족과 로열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실패가 있었더라도 회복을 잘 하면 고객의 불만을 줄이는 것은 물론 로열티까지도 높이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고객은 ‘물에 빠진 사람’이나 ‘몸이 아픈 환자’와 같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때 손을 뻗어 도와준 사람에 대해 무척 고마워할 것이다. 몸이 아픈 환자도 의사나 가족의 따뜻한 한마디에 큰 위안을 얻는다.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선수가 18번홀에서 공이 해저드에 빠지자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날린 샷은 아직도 팬들의 마음에 생생하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줬다.고객이 기업을 평가하는데 두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약속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이며, 또다른 하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이다. 평범한 기업은 약속한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반면 탁월한 기업은 고객 요청 이상으로 성실하게 대응하며, 오히려 고객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그래서 “우유 엎지르고 나서 울어봐야 소용없다”라는 속담은 “우유 엎지르고 나서 그 다음이 중요하다”로 바뀌어야 한다. ◆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불량 고객‘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불량 고객도 있다. 불량 고객은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방해하고, 해결된 문제에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고객 정보에 대한 요구를 하고, 상습적으로 직원을 모욕한다.2007년 미국의 스프린트사는 5,300만명의 고객 가운데 1천여명의 고객에게 서비스 중지 통보를 했다. 불량 행동을 보인 고객을 대상으로 6개월간 내부 심사를 거쳐 내린 결정이었다. 스프린트사는 불량 고객에게 서비스 중지를 통보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한달 이전에 미리 통보하고, 마지막 요금은 면지하고, 조기 해지에 따른 벌금도 면제했다. 그리고 타사 가입을 안내해주는 등 최대한 정중하게 진행했다.불량 고객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먼저 직원에게 정신적, 물리적, 정서적 피해를 끼친다. 전체 업무 부담의 80% 이상이 불량 고객들로 인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불량 고객은 주변 고객들의 경험을 망치고,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에게 피해를 주며, 특히 다른 고객이 잘못된 학습을 통해 모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된다.불량 고객에 대처하려면 먼저 신중하게 고객을 선별해야 한다. 불량 고객을 잘 처리하는 방법은 예방하는 것이다. 또 회사 내부에 ‘불량 규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회사 규정이나 정책으로 인해 고객이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라는 얘기다. 그리고 투명한 처리 절차를 확립하고 직원 대상으로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여기에다 불량 고객에게 적절하고 공정하게 대응하고, 고객으로서 최소한 의무와 행동 지침에 대한 고객 교육을 해야 한다. 고객도 고객다워야 고객이며, 좋은 고객이 좋은 직원과 서비스를 만든다. 또 선량한 고객을 불량 고객으로 오인하지 말아야 하며, 때로는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살다 보면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복이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도 복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불량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 맹구(猛狗)를 찾아내라중국 고사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있다. 사나운 개가 지키는 주막에는 손님이 없어 술이 시어진다는 뜻이다.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며 온순한 개가 손님에게는 사납게 대들다보니 손님은 다 도망가고 오랫동안 남은 술은 시어졌다는 얘기다.이 고사성어에서 맹구의 문제는 눈이 먼 주인 즉 맹주(盲主) 만들어내어 주인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려면 조직 내에 존재하는 맹구를 찾아내야 한다. 또 맹구의 사나운 짓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 태도와 행동을 바꿔야 한다. 정 안되면 맹구를 제거해야 한다. 혹시 맹구를 찾지 못했다면 내가 맹구는 아닌지 한 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결론적으로 고객가치경영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하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고 확산시켜 나갈 때 진정한 고객가치경영이 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2026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
KOR
2026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
“2026년 경제 키워드는 ‘편안함 속에서의 불편함’”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지원 박사가 11일, 21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6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를 주제로 강연했다.임 박사는 “2026년 경제의 키워드를 ‘Uncomfortable Complacency(편안함 속에서의 불편함)’로 정했다. 잠재 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지만 성장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많이 나오면서 불편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며, 한국 경제는 1.8%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 리스크로 △정책 리스크 상시화로 경기 흐름 왜곡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 등을 들었다. 다음은 강연 내용.◆ 2026년 세계 경제 완만한 성장 흐름 이어갈 것작년 12월 이 자리에서 2025년 경제 전망의 키워드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Predicting Unpredictability)’을 얘기했는데,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나오고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당선되어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올 때였다. 돌아보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024년 2%에서 2025년에는 당초 예상했던 1.9%보다 크게 낮은 1% 언저리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서는 2026년에는 다시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세가 확장되어, 경제 성장률이 1.8%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 자체는 높지만 성장 모멘텀이 상반기에 집중되고 하반기에는 낮아지는 전형적인 상고하저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2026년 한국 경제 전망의 제목을 ‘Uncomfortable Complacency’라고 붙였다.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에 대해서 안정감을 느끼는 건 맞지만 즉 숫자는 좋지만 성장세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심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불편한 한 해가 될 수 있다.지난 50년간 글로벌 경제의 경기 사이클을 살펴보자. 경기 사이클 판단의 중심은 실질 GDP 성장률이다. 실질 GDP의 장기 추세선을 보면 1981년부터 2008~2009년까지 조금씩 올라가다가 그 이후부터는 약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기 추세선이 올라간 시기는 세계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특히 중국이 세계 경제에 편입됐던 때이다. 그러다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규제가 다시 강화되고, 중국이 자국 위주로 가게 되고, 2020년 팬데믹 이슈가 터지고, 미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주요 정책으로 펴면서 관세가 다시 올라가고 그 와중에 미·중 무역 갈등 등은 세계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하지만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AI다. AI가 전 세계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AI의 영향력은 몆 년 뒤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그간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졌던 주기를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10년 정도이다. 이 주기를 그대로 적용하면 현재 세계 경제는 사람의 나이로 따져 청년기와 장년기 초기를 지나 장년 중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장년기에는 여전히 왕성하게 일을 하고 에너지도 많지만 건강 관리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누적된다. 경기 사이클도 마찬가지다. 2026년 세계 경제는 장기 추세선 밑으로 많이 빠지지는 않고 추세선을 왔다갔다 하며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관세 영향 등으로 교역 증가세는 상당히 둔화되겠지만 올해 중반부터 많은 국가들이 재정 정책을 확장적으로 쓰고 있는데다 AI 인프라 투자 증가는 교역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을 상쇄하며 2026년 세계 경제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유럽·중국 경제 상황 및 전망국가별로 살펴보면 먼저 미국은 2026년에도 내수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통상 문제의 진원지이다. 이 때문에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과 고용 여건의 둔화는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다양한 정책 지원 즉 금리인하, 감세, 산업지원책 및 투자 확대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AI 투자가 집중된 나라로 이에 힘입어 2025년에 투자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올라갔으며, 소비와 GDP는 나쁘지 않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고용은 매우 많이 떨어졌다. 미국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지출 결정을 할 때 자본 투자는 공격적으로 하지만 고용 투자는 신중하게 한다.유럽은 주요국의 재정 확대와 통화 정책 완화에 힘입어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부진이 길어졌다가 지금은 개선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경제의 동인으로 서비스업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다. 2026년 유럽 경제는 지난 2년 평균에 비해 날씨가 개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또 작년, 올해와 비교해 2026년에는 유럽 내 국가별 경기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독일은 2024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가 올해 스몰 플러스 성장에 이어 내년에는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경제가 좋았던 스페인은 내년에 좀 내려가게 되면서 유럽 내 국가별 경기 차별화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중국은 여전히 비가 오고 있는 나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경제 지표로 수출은 여전히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 조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은 공공 고정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돈을 많이 쏟아붓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에서 GDP를 끌어내리는 요인은 민간 고정 투자와 부동산 관련 고정 투자에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자가 주택 소유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그래서 주택 가격의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주택 가격 하락, 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중국의 수출 실적이 좋았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 미국 외 수출 지역 다변화도 하나의 요인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수출 다변화 여력이 축소되고 권역별 저항이 커지면서 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관세 이슈가 더해지면 수출은 확실히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중국 경제의 공급 과잉 이슈는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구조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수출로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다. 그래서 산업 생산이 줄긴 했지만 소매 판매가 크게 떨어지며 그 격차가 엄청나게 커졌다. 만약에 내년에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혹시라도 꺾이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2026년 한국 경제 2% 전후반 성장 전망…상고하저 모습 보일 듯한국 경제는 올해 1%에서 2026년에는 2% 전후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중반 이후부터 경기가 개선되기는 했는데 정책의 영향이 많았다. 금융 시장에서는 전기 대비가 전년 동기 대비보다 경제의 최근 변화와 추세를 더 빠르고 보여주므로 선행 지표로 활용한다.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했다가 2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3분기에는 소비 쿠폰 지급 영향으로 성장률이 더 올라갔다. 소비 쿠폰을 통한 재정 확대는 기본적으로 승수 효과가 적다. 그래서 2026년 재정 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다시 정책이 나오면 4분기에 잠깐 빠졌다가 다시 뛰게 될 것이다. 2026년 한국 경제가 상고하저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2026년 한국의 GDP는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을 지나 2027년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산업별 경기 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국내 생산을 살펴보면 먼저 서비스업은 완만하나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은 2024년 중반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올라가다가 지금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그리고 건설업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한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 이후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소비 회복이 됐다. 소비는 기본적으로 가계 소비, 정부 소비, 민간·비영리 기관 소비 이 세 개를 다 합친 것이다. 여기에서 퍼블릭 머니가 들어가는 부분을 빼면 소비도 생각보다 좋지 않다. 앞으로도 한동안 확장적 재정 정책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가계 부채 누증 등 구조적 요인은 가계 소비 성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한국의 수출 역시 숫자로는 좋다. 그런데 반도체를 빼면 수출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이 잘 되는 이유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적으로 파급되면서 수출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6 경제 리스크 #1. 정책 리스크 상시화로 경기 흐름 왜곡2026년 경제 성장을 저해할 리스크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책 리스크가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 5년 전만 해도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했는데 지금은 정책이 계속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기가 쭉 가지 못하고 흔들리면서 그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두 번째는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이며, 세 번째는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이다.먼저 첫 번째 정책 리스크 상시화는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정책 리스크는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데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에서의 정책은 경제 상황이 나쁠 때 도와주는 역할만 했기 때문에 정책이 어떻게 된다거나 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경제 전망을 바꾸는 것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의 수난시대라는 말이 나온다.트럼프 2.0의 주요 내용은 △동맹 중시에서 자국 우선주의의 외교안보 정책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산업 정책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자국 산업 보호 및 무역적자를 축소하겠다는 통상 정책 △법인세 및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공제 확대 등의 조세 정책 △성장 중시, 규제 완화의 금융 정책 △반이민 정책 기조 유지 등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내걸었던 이 정책들은 놀랍게도 지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트럼프 1기와 2기의 차이를 보면 1기 때는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시장이 좋아하는 정책을 먼저 내놓고 그 다음에 관세 인상을 했다. 그런데 2기에서는 순서를 바꿔, 인기가 없고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관세나 무역 정책부터 먼저 시작하고 인기가 있을 정책인 세금 감면 등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나올 전망이다.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내년에 나올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있기 때문이다.일단 관세 정책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1기 때는 중국만 집중적으로 견제했지만 2기로 넘어오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방적인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전방위 고관세 정책의 목표는 무역 수지를 개선하고, 관세 수입을 통한 재정 확충, 미국 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이다. 트럼프 2기 들어 또 달라진 것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압박으로 고용 창출과 생산 기반 강화 등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 중국 디커플링으로 첨단 기술 수출 통제와 투자 실사 및 기술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1기 때 관세 인상의 영향이 별로 없었지만 2기 때는 많은 국가들이 당황하는 상황이며 그만큼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관세 조치가 잇따라 발효됐다. 현재 국가별 관세 조치 현황을 보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과 연전히 무역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인도와 브라질에 대해서는 위협·보복성 조치가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와는 품목별 관세에 대한 무역 합의가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황이다.국가별 관세 조치에 이어 3월 이후부터는 품목별 관세 조치에 들어갔다. 기존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외에 8월에 구리, 10월에 목재, 11월 중대형 차량에 대해 시행됐으며, 반도체, 의약품, 항공기, 기계 등 10여건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체 평균 유효관세율은 18.3%로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하지만 관세 인상이 미국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밀어내기 물량 확대, 신속한 무역 전환 및 신규 조치 도입의 지연 등이 그 이유다. 미국의 수입액은 올해 1,2,3월에 급격히 늘었는데 3월 이후 관세를 올리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GDP가 1분기에 엄청 떨어졌다. 반면 다른 나라 수출은 올라가고 세계 교역량도 활발했다. 그러다가 관세가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수입액이 뚝 떨어졌다. 관세 인상의 영향권에 실물 경제가 들어오는 것은 올해 4분기부터이며 2026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관세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관세 인상을 앞두고 수입을 크게 늘려 재고를 축적함에 따라 미국 물가 상승은 상당 폭 지체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달러 강세가 재현되지 않는 한 기저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거나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트럼프 정부가 4월 2일 대폭적인 관세 인상을 발표하자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크게 상승했다. 그러다보니 미국 주식이 엄청 떨어졌다. 하지만 각종 면제 및 유예 조치, 합의를 통한 인상 폭 조정 등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한 금융 시장의 민감도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왜 나쁘지 않냐는 질문을 하는데 이에 대한 답은 첫 번째가 확장적 재정 정책 때문이다. 앞으로 세금 감면이나 규제 완화 등 재정 정책을 확장적으로 쓸 것이다. 미국 재정 적자의 지난 50년간 역사적 평균치는 GDP 대비 약 3.7% 수준인데 최근 수치는 이를 크게 상회하며 부채 비율의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관세 수입이 재정 수지의 악화를 상쇄해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 수입의 증가가 2026년 재정 정책의 운용을 확대할 여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관세 수입은 2026년 미국 GDP의 1%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통화 정책의 완화이다. 미 연준의 양적 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 기대 지속으로 금융 여건의 완화 기조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 연준은 12월 10일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미국 기준금리는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금리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금리는 낮아지고 있는데 장기 금리는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렇게 미국의 무역 정책, 재정 정책, 통화 정책 등이 계속해서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특히 거시 경제를 보면서 가야 하는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 않다. 여기에다 미 연준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 문제가 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지금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 전체 소비자 물가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전월 대비 조금씩 계속 올라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지금 서비스 물가는 과거 평균에 비해 1~1.5%포인트 이상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금 3% 후반대에 있는 미국 전체 물가를 2%대로 내리려면 상품 물가가 마이너스대로 가야 한다. 그런데 상품 물가는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달러 강세를 통해 수입품 가격을 내려줬는데 이제 그렇지 못하니까 상품 물가가 대부분의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지금 시장에서는 내년도에 인플레이션이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물밑에서 물가 압력이 조금씩 상승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정도에 이르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게 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고 또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장기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부채가 많은 미국 정부는 돈을 갚느라고 지불해야 되는 이자가 늘어나게 되고 재정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즉 수요 측, 공급 측 요인 모두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글로벌 달러 움직임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최종 귀착점, 중앙은행의 대응 경로 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6 경제 리스크 #2.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2026년 경제의 두 번째 리스크는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이다. 이번 경기 사이클은 숫자로는 괜찮은데 부문별로 뜯어보면 소위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별 경기 차별화는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한 부분에 치우친 성장이 심해지며 모두의 지속가능성에 의심을 낳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기업의 지출이 자본에 대해서는 너그러운데 고용에 대해서는 신중하다는 점이다. 지금 기업의 자본 지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신규 고용은 둔화되고 있다. 바로 K자형 모습이다.자본 지출도 전통 산업이 아닌 테크 산업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산업 생산에서 테크 부문은 성장률이 매우 높은데 비 테크 부문은 완만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선진국 레벨에서 눈에 띄는 것은 노동 소득과 자산의 격차이다.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임금 상승률이 내려가고 그래서 노동 소득이 줄어들고 실질 소득도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내년에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의 소비가 나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소득 감소를 상쇄해주는 자산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순자산 증가는 당분간 가계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금융 시장 변동성에 취약함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아시아 지역의 신흥국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 테크 수출은 미약한 증가에 그치고 있다. 또 이 지역에서는 수출 증가가 내수로 이어지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국가에서 국내 소비는 팬데믹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한국도 업종 및 상품(테크 대 비 테크), 기업 규모별로 경기 상황이 크게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생산에서 테크와 비 테크 간에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 차이도 매우 크다. 겉으로 보기에는 숫자들이 나쁘진 않은데 뜯어보면 수혜를 받는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경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는 사항이다.◆ 2026 경제 리스크 #3.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이 두 번째 리스크와 바로 연결되는 것이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이다. 이 리스크는 현재 시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글로벌 부채 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재정 확장 기조를 채택하는 국가가 증가하는 가운데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인 매크로 레버리지는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정부 부문 부채 추이를 보면, 2022년 이후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정 적자를 축소해왔으나 올해 중반 이후부터 확장적인 재정 정책으로 돌아섰다.우리나라 국가 채무 비율은 GDP의 50% 안팎으로 주요국 대비 여전히 낮은 상황이지만 최근 수년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인구 구조, 생산성 추이, 재정 지출 구조, 보증 채무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 재정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우리나라는 민간 부채도 문제다. 지난 2021년 이후 정책 금융 축소, 금리 인상 등을 배경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채 비율이 크게 감소했지만 한국의 민간 부문 부채 비율은 글로벌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며, 기업과 가계 부문 모두 레버리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이다. 레버리지가 높은 나라는 어떤 충격이 왔을 때 낮은 나라보다 더 많은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금융 불균형이 중앙은행의 정책 요인 중에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2026년 경제 전망을 요약해보면 글로벌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부문별 경기 격차가 크고 정책 리스크가 상시화되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5년의 3.0%와 비슷한 2.9%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국가별 예상 성장률은 미국 2.1, 유럽 1.1%, 중국 4.4%, 일본 0.6% 등이다.한국 경제는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재정 확장 및 기저 효과의 영향이 큰 가운데 개선 흐름이 일부 산업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을 2025년의 1.0%보다 높은 1.8%로 전망했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
KOR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
“‘아마존 FAQ’ 프로세스에서 배우는 기획력과 실행력 강화 방법”“우리나라 기업이 업무 진행 과정에서 전략은 잘 세우는데 실행이 제대로 안되는 것은 실행력이 아니라 기획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획력을 높이는 특별한 방안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의 체계적인 기획력 강화 프로세스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신재은 더바른컴퍼니 대표가 6일, 210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다. 미국 아마존에서 수석 기술 프로덕트 매니저로 활동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신 대표는 이번 강연에서 “조직이 겪는 문제의 대부분은 불명확한 프로세스에서 빌생한다. 기획은 신중하게, 실행은 빠르게 하는 실리콘밸리 업무 프로세스를 따른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바른컴퍼니는 신 대표의 미국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기업을 만드는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컨설팅하는 회사다. 다음은 강연 내용.◆ 문제는 실행력이 아니라 기획력이다나는 올해 초 펴낸 <실리콘밸리 프로세서의 힘>이라는 책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혁신의 힘은 프로세스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프로세스라는 것은 조직에서 따라야 할 기준과 원칙을 매우 명확하게 세워주고 그 안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체계이다.한국에서 기업 운영이나 조직 운영에 관한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경영진들은 크게 두 가지를 토로한다. 하나는 직원들이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수동적이라는 것이며, 또하나는 우리 회사는 전략을 잘 세우는데 실행이 안된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보려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하는 업무 진행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업무 진행 과정은 대부분 기획->계획->실행이라는 세 단계로 이뤄져 있다. 마지막 단계의 실행이 제대로 안되는 것은 앞의 기획과 계획 과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행력이 아니라 기획력에 있다는 얘기다.기획은 계획을 명확하게 수립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다시 말해 조직 구성원들이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설정해,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사업 전략, 영업 및 판매, 마케팅, 브랜딩, 제품과 서비스 등 모든 업무에는 기획이 들어가고, 이어 명확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식으로 업무는 진행된다.내가 컨설팅을 할 때 대부분의 기업에서 보여주는 기획 문서를 보면 실행이 될 수 없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조직에서 실행이 제대로 안되는 이유는 기획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회사에서 조직원들이 기획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 과정이 있거나 가르쳐주는 곳은 거의 없다. 기획 문서의 형식이나 포맷은 있지만 그 내용 즉 알맹이는 직원들 각자가 프리스타일로 작성하고 그것도 매우 심플하게 요약해 기재한다.명확하게 기획이 이루어지고, 그 기획 보고서에 있는 내용이 제대로 올바르게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 명확한 기획과 실행이 제대로 이뤄지려면첫 번째는 실행력을 강화하는 업무 목표 설정 방식이다.보통 우리나라 조직 구성원들이 쓰는 기획서를 보면 이를테면 핵심 부품의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늘린다거나 시장점유율을 33%까지 늘린다는 식으로 업무 목표를 정한다. 나는 컨설팅을 하면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우리나라 조직 구성원들이 작성한 기획서에는 업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모습이 무엇인지가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 즉 매출이 줄거나 수익성이 악화돼도 글로벌 고객사의 비중만 늘면 그게 성공인가? 또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확장하는 것이 신규 고객 수를 늘리는 것인지 아니면 고객당 매출을 증대하는 것인지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 무엇을 하겠다는 큰 그림만 있을 뿐 성공적인 목표 달성의 모습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다음으로 대부분의 우리 기업은 아웃컴(효과)이 아니라 아웃풋(결과물) 중심으로 업무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이다. 아웃풋 중심의 목표는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식으로 활동과 결과물을 중심으로 얘기한다. 반면 아웃컴 중심의 목표는 비용 절감 등 성과와 효과를 우선시한다. 업무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되려면 아웃컴 중심으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어떤 효과를 냈는지 어떤 임팩트를 냈는지가 중요하지, 단순히 어떤 활동을 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기획 보고 문서에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업무 효율성을 개선한다’ 등 추상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문제이다. 성공은 이를테면 고객 상담 평균 대기 시간을 10분에서 6분으로 단축 등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해야 한다. 또 ‘좋아졌다’는 것보다 숫자, %, 기간 같은 명확한 지표로 업무 목표 달성을 측정해야 한다.그리고 우리의 기획 문서에는 목표 달성이 왜 중요한지가 빠져 있다. 핵심 부품 매출의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높이겠다고 목표를 세웠는데 이것을 작성한 직원도, 읽는 사람들도 도대체 이 업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왜 중요하지, 또 왜 20%, 30%가 아니라 40%인지, 그리고 내가 하는 업무의 우선순위와 우리 회사의 전략 방향성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에 관한 납득 과정이 없다. 이 얘기를 강조하는 까닭은 조직의 행동 심리학적으로 업무 목표를 세울 때 그 성공의 구체성과 조직 구성원들의 수용과 납득 과정이 실행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목표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명확한 행동 기준과 평가 기준이 생겨서 조직의 실행력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실행이 잘 되려면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가 지금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조직 구성원들이 이 업무 목표 달성이 ‘왜 중요한가’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실행이 잘 되려면 기획 단계에서 실행 가능한 행동 단위의 전략 필요두번째는 실행이 되게 하는 실행 계획 수립법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쓰는 기획서를 보면 예를 들면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높이겠다고 업무 목표를 세워 놓고도, 업무 계획에는 탑티어 OEM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 고부가 제품 기반으로 매출을 강화하겠다 등 ‘확대’, ‘강화’, ‘추진’ 등 추상적인 용어만 있다. 청사진은 그려져 있지만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가?’가 애매모호하다. 계획이 나열되어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 계획을 어떻게 행할 것인지, 어떻게 행하면 그 계획이 달성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 있다. 설명이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거기까지 생각을 안한다. 기획 문서를 쓸 때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청사진과 구체적인 행동 단위의 실행 계획이 맞물리지 않은 상태로 기획을 하게 되면 행동을 하는 도중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KPI와 전략 및 실행이 따로 노는 이유는 바로 기획 단계에서 실행이 어떻게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또 누구의 책임인지, 무엇이 필요한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실행 계획 수립에서 문제이다. 어느 부서의 누가 언제까지 탑티어 OEM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업무를 책임지는 것인지, 이것을 하려면 어떤 추가적인 자원 즉 예산, 인력, 시간 등이 필요하고 확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인지를 고민해야 한다.실행이 잘 되려면 기획 단계에서 실행 가능한 행동 단위의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도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기획 단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해야 실행력이 더욱 강화된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획 단계에서 놓치고 있는 문제는,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탑티어 OEM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라고 목표를 정했으면 언제 어떤 지표로 목표 달성의 진척도를 파악할 것인지, 즉 ‘성공’의 중간 이정표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그리고 중간에 잘 안 되면 어떤 방법으로 학습을 해서 이 계획을 수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는 기획력 강화 업무 프로세스 ‘아마존 FAQ’ ①질문형 템플릿 포맷다음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체계적인 기획력 강화 프로세스를 살펴보겠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PR/FAQ’라는 기획 프로세스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한다. PR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가상의 홍보문을 써보는 것이며, FAQ는 고객이 제품에 대해 자주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써봄으로써 고객 입장에서 이 제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생각하는 업무 프로세스다. 아마존이 출시한 성공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모두 이 기획 프로세스를 통해 탄생했다.아마존의 FAQ는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는 기획력 강화 업무 프로세스로, ‘연필을 날카롭게 깎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FAQ 프로세스는 조직의 비판적 사고력을 강화해 서비스든 전략이든 어떤 기획 업무라도 그 내용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업무 장치가 녹여져 있다. 첫 번째는 질문형 템플릿 포맷이고 두 번째는 두괄식 노출형 답변 포맷 그리고 마지막은 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업무 프로세스이다.먼저 질문형 템플릿 포맷을 살펴보자. 조직에서 질문은 구성원들의 사고를 더욱더 깊게 만든다. 질문형 템플릿 포맷은 기획서가 표면적인 내용에 머물리 않고 한 단계 더 깊게 확장하도록 유도한다. 이를테면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높이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답변해 보라고 질문하면 훨씬 더 많은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입증해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는 내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그래서 질문은 기획을 선명하고 뾰족하게 만드는 최고의 업무 도구이다. 질문 없이 그냥 작성한 기획서의 내용과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정의한 내용은 깊이가 다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루 핵심 논리가 다르다.◆ ‘아마존 FAQ’ ②두괄식 논술형 답변두 번째, 두괄식 논술형 답변 포맷은 완전한 문장체로 결론부터 말하고, 그 다음에 결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와 사례를 들어 논술하는 답변 형태이다.이 두괄식 논술형 답변은 질문형 템플릿과 같이 가야 하는 한 세트이다. 논술은 표면적인 사실을 뛰어넘어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사고의 언어로, 논술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구조화가 일어나게 되고 한층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업무 도구이다.일반적인 기업에서 논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서술에만 머문다. 서술은 현상을 전달하고 결과를 나열하며 질문의 초점도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집중하는 관찰의 언어다. 하지만 논술은 원인을 추적해서 이게 왜 중요한지, 왜 해야 하는지, 그래서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의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면서 통찰을 발견하는 언어이다.예를 들어 서술형은 ‘365/24 고객 상담이 가능한 AI 챗봇 도입’, ‘고객 상담 대기 시간 90% 단축 예상’ 등으로 요약해 정리하지만, 두괄식 논술은 ‘이번 서비스 개편의 목적은 24시간 고객 상담이 가능한 챗봇을 통해, 고객이 상담원과 통화하기 위해 기다려야 했던 평균 대기 시간을 90% 단축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완전한 문장체로 쓴다.서술형 요약은 겉으로 보기에는 명확한 내용이지만 더 이상 깊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괄식 논술을 하면 글을 쓰는 사람도 그 글을 읽는 사람도 더 깊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완전한 문장체로 글을 쓰면 예를 들면 ‘대기 시간이 줄어들지만 상담 품질은 여전히 유지할 수가 있을까?’, ‘이 부분을 보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앞에서 말했듯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의 구조화가 일어나고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져보면서 내용을 보완하게 된다. 컨설팅을 할 때 많은 기업에서 우리 조직은 문서화가 잘 안된다, 특히 개발자들은 문서화를 안한다고 얘기한다. 문서화는 나의 업무가 아니라 관리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괄식 논술 중심으로 글쓰기 방식의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문서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조직 구성원들도 글을 쓰는 과정과 또 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내 업무 내용의 품질이 더욱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기 때문에 글 쓰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다시 말해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글쓰기 중심으로 설계하면 조직 내 ‘문서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아마존 FAQ’ ③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업무 프로세스 ‘다큐먼트 리뷰’세 번째, FAQ 프로세스 안에는 조직의 사고력을 강화하는 업무 장치가 있는데 바로 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업무 프로세스인 ‘다큐먼트 리뷰’이다.다큐먼트 리뷰는 FAQ 프로세스를 사용해 질문을 하고 또 그 질문에 대해서 논술형으로 답변을 한 후에 내가 작성한 문서 초안을 조직 구성원들과 공용 문서 형태로 공유해서 내가 쓴 작업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 안에 코멘트를 다는 형식으로 피드백을 주는 업무 프로세스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한 시각과 비판적인 의견을 수렴해서 내 업무 내용의 완성도를 더욱더 높여나가는 작업이다.다큐먼트 리뷰를 운영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다큐먼트 리뷰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공유 문서 형태로 조직 구성원들과 회의 참여자들이 20~30분간 함께 문서를 읽어보는 시간을 먼저 갖는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읽어 오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읽어 오고 어떤 사람은 바빠서 안 읽고 와서 양질의 피드백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의 시간에는 문서를 함께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문서를 다 읽었으면 회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데 문서에 대한 전체적인 의견이나 생각을 취합한다. 먼저 하이레벨 코멘트부터 시작해 페이지별로 구성원들이 적은 코멘트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문서 오너는 회의에서 논의된 피드백을 기반으로 문서를 다시 수정한다. 이후에는 위의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한다.이 다큐먼트 리뷰를 통해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검토할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면 이 문서를 그대로 가지고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다큐먼트 리뷰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해 이 기획 내용을 승인할 것인지 아니면 판단을 보류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이 다큐먼트 리뷰를 적용하면 하나의 문서를 가지고 사고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 그 다음에 조직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취합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이 문서를 가지고 최종 의사결정권자한테 의사 결정을 받을 수 있는 구조까지 한 번에 마련된다.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조직의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면 기획력이 강화된다. 왜냐하면 이미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되는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실행 계획이 행동 단위로 구체적으로 나오고 흔들리지도 않는다. 즉 실행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고 복잡한 전략도 행동 단위로 쪼개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 처음부터 치밀하게 질문하고 설계했기 때문에 중간에 기획이 중구난방으로 바뀌지 않는다. 한마디로 FAQ는 단순한 양식이 아니라 사고를 구조화하고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설계 도구이다.◆ 실리콘밸리 업무 프로세스 ‘기획은 명확하게, 실행은 애자일하게’다음으로 애자일 업무 관리 프로세스에 대해 살펴보겠다.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경험한 애자일 조직 운영이라는 것은 단지 개발 조직에 특화된 운영 방식이 아니라 민첩하다는 단어 뜻대로 조직을 민첩하게 움직이는 경영 방식이다.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애자일에 대한 오해가 있다. 그 하나가 기획은 대충하고 일단 빨리 만들자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애자일은 기획이 명확해야 효과가 있다. 빠르게 움직이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하며, 또 깊이 있는 기획이 선행되어야 진짜 민첩한 실행이 가능하다.우리나라에서 애자일에 대한 또하나의 오해는 개발 조직만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면 되고 조직 전체는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다. 국내 기업의 개발 조직의 대부분은 ‘나홀로 애자일’을 하고 있다. 실제 개발 업무는 사업 및 운영 부서와 서로 얽힌 의존관계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업 및 운영 부서의 신속한 의사 결정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발 조직과 이를 함께 체계적으로 운영할 프로세스가 부재한 까닭에 개발 조직은 ‘애자일’을 외치지만 조직 전체의 민첩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나는 아마존에서 40개의 부서와 200명이 넘는 인원을 이끌고 어떤 프로젝트를 약 2년 동안 수행한 적이 있다. 그 프로젝트는 마감일이 매우 촉박했는데 맞출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존식의 애자일 업무 프로세스 덕분이었다. 아마존은 초기 기획 문서 작성에 수개월이 걸릴 만큼 처음부터 명확하게 설계하고, 일단 기획이 승인되면 단기간 내 고속으로 추진한다. 개발 조직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가 동일한 애자일 프로세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빠른 해결이 가능하다.나는 <실리콘밸리 프로세서의 힘>에서 애자일 업무 관리 프로세스, 애자일 업무 관리 템플릿을 소개했다. 애자일 업무 관리 프로세스는 애자일 업무 관리 템플릿을 활용해 매주 문제 해결을 위한 주간 회의를 운영해 시급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고 조직이 밀접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애자일 업무 관리 템플릿은 ‘작업 일정-마감일-오너-진행 상황-업무 막힘-해결안’ 등 6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템플릿을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일단 기획이 탄탄하다는 전제하에 업무 목표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그 업무 목표의 달성 시점에서부터 거꾸로 업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작성한다. 예를 들면 ‘상사 자료 제출’이 5월 30일이라면 최종본, 초안본, 조사 완료가 언제까지 되어야 하는 것을 거꾸로 작업 일정 계획을 세운다. 거꾸로 작업 일정을 생각해 보라고 하는 이유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가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기 위함이다. 또 어떤 실행을 하기 전에 작업 일정을 거꾸로 세워보면 목표한 마감일이 작업 일정상 현실적인지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말 현실적으로 타당한 실행 계획을 작성할 수 있다.이처럼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계획을 세웠으면 그 이후에는 옆에다가 마감일을 적고 또 각각의 작업 일정에 일정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하는 단 한 명의 업무 오너 이름을 적게 한다. 이때 목표 달성에 필요한 모든 작업 일정 즉 협업이 필요한 타 부서의 업무 업무도 일정에 같이 기재하고 그 업무 오너의 이름을 적게 한다.이렇게 실행 계획을 작성하고 업무 오너까지 정했으면 그 이후에는 매주 이 템플릿을 가지고 조직의 리더와 주간 회의를 한다. 이때 업무 오너가 각각 자신이 맡은 작업 일정에 대해 진행 상태를 표시하게 한다. 진행 상태의 표시에는 신호등 제도를 사용한다. 업무 오너가 명시된 마감일까지 작업 일정을 마칠 수 있다고 할 때는 ‘그린’, 조금 어렵겠다라고 판단될 때는 ‘옐로우’, 마감일까지 업무 완료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레드’로 표시한다.신호등 제도를 사용해 업무의 진행 상태를 표시하는 이유는 회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회의 시간에는 그린으로 진행되는 작업 일정은 논의하지 않고 옐로우나 레드처럼 뭔가 작업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표시한 작업만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그리고 업무 진행 상태가 옐로우나 레드일 경우 회의 시간 전에 업무 막힘과 해결안 안에다 무엇 때문에 업무가 막혔는지, 이 업무의 진행 상태를 다시 그린으로 되돌리려면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줘야 되는지를 기재하고 회의에 참여한다.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이렇게 업무의 진행 상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특별한 회의가 없다. 그래서 문제가 터지고 난 후에 조직 리더는 문제를 수습하기에 바쁘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런 업무 관리 프로세스를 사용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그린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그것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회의를 함으로써 업무 마감일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조직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애자일 주간 회의를 운영할 때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리더의 역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업무 오너 간의 협의 중재, 또하나는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조직이 겪는 문제 대부분은 불명확한 프로세스에서 발생내가 경험한 실리콘밸리의 업무 프로세스는 앞단의 기획과 계획을 명확하게 하는 FAQ 프로세스를 통해 실행이 잘 되게 만들고 이후 실행 단계에서는 속도와 실행력을 빠르게 하는 애자일 업무 관리 프로세스로 조직의 업무 관리를 매우 투명성 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관리한다.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 문화를 생각해본다.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한국 기업은 ‘자율’을 주지만 기준이 없고, 실리콘밸리 기업은 ‘체계’를 주고 그 안에서 자율을 발휘하게 한다는 점이다.마지막으로 조직에서 프로세스에 따라 운영을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에 아마존이 출시한 파이어폰이라는 제품의 실패 사례를 들어보겠다. ‘아마존 파이어폰’은 세계 최초의 3D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실제 상품, 책, 음악 등을 인식해 아마존 온라인 스토어에서 바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파이어 플라이’라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 제품은 2014년 7월에 나왔는데 그 분기에 적자가 1억 7천만 달러 정도로, 출시된 지 1년도 안 돼 판매가 중단됐다. 그 이유는 매우 명확했다. 이 제품 출시에 관여한 개발자들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객을 위해서 이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제프 베조스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이 제품에 굉장한 애착을 가졌다. 리더가 프로세스를 무시한 순간, 조직은 예외를 정당화했고, 결과는 명확했다. 이 사례를 통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리더도 프로세스 적용의 예외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성과가 바뀐다.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 조직이 일하는 방식이 어떤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조직에서 겪는 문제의 대부분은 개인 역량의 부족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문제는 불명확한 프로세스다.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강점은 모두가 예외 없이 따르는 업무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의 기획력과 실행력을 강화해 조직의 성과를 높인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겪고 있는 실행, 협업, 커뮤니케이션, 조직 문화 등의 문제도 사람이 아니라 구조로 접근할 때 달라질 수 있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AI와 권력의 미래: 인간 욕망이 만들어온 힘의 지도
KOR
AI와 권력의 미래: 인간 욕망이 만들어온 힘의 지도
“AI를 통제하는 자가 차세대 권력의 주체가 된다”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AI와 권력의 미래’ 주제 강연”인류의 권력은 시대마다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충족시킨 곳으로 이동해 왔다. 모닥불과 사냥에서 농업과 토지, 기계와 자본, 인터넷과 데이터로 이어지는 흐름은 지금 AI 권력의 시대로 도달했다.“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가 지난 2일 209회 영림원CEO포럼에서 ‘AI와 권력의 미래: 인간 욕망이 만들어온 힘의 지도’를 주제로 강연했다. 한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인간 욕망과 기술의 변천사 속 권력의 이동을 짚으며, AI가 도구를 넘어 판단과 선택을 대신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잡는 과정, 그리고 데이터, 에이전트, 멀티모달, 로봇, 거버넌스 등 AI 시대가 열어줄 기회와 과제를 살펴봤다. 다음은 강연내용.◆ 불변하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키는 기술을 지배한 집단이 권력 장악20세기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가 단계적으로 발전한다는 ‘욕구 단계 이론’을 내놓았다. 이 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욕망은 불변한다는 것으로,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소속감과 애정 욕구, 4단계 존경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발전해 나간다.권력은 이러한 욕망을 만족시키는 프로세스이며, 이 욕망을 만족시키는 주체가 권력자가 된다. 권력의 중심에는 엣지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을 통해 누군가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소유하게 된 것이 권력화의 시작이었으며, 기술은 시대와 함께 진화해 왔다. 농업혁명 시대에 엣지 기술은 관개 시스템이나 파종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었으며 이 기술 즉 정보를 이용해 토지와 영토, 물과 관개 시스템 등 자원을 독점한 사람들이 권력자가 됐다. 이 인류 최초의 기술 혁명인 농업혁명은 권력 구조의 변화와 함께 문명을 탄생시켰다.산업혁명 시대의 엣지 기술은 증기 기관이나 대량 생산 방식, 표준화된 부품 등이었으며, 이를 통해 자본, 에너지, 대규모 노동력 등 자원을 소유한 자본가가 권력자가 됐다. 즉 18세기 산업혁명은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전환시키며 새로운 권력구조를 형성했다. 생산성의 도약과 대량 생산의 체계화는 자본가와 금융가에게 사회적, 경제적 주도권을 이전했다.그러다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 정보화의 물결은 권력의 본질을 바꿔 놓았다. 컴퓨터/인터넷, 스마트폰/모바일 등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능력이 권력 획득의 결정적 조건이 되면서 플랫폼 기업이나 클라우드 기업 등이 새로운 권력자로 떠올랐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AI 시대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이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시대다. AI 시대의 엣지 기술은 대규모 언어 모델 등이 있으며,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기존의 텍스트 데이터를 벗어나 좀 더 전문화된 데이터 이를테면 산업 영역별로 특수화된 데이터를 소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다.다시 말해 인류사에서 핵심 자원은 토지, 자본, 데이터, 의사결정으로 이동해왔으며, 이에 따라 권력의 본질 또한 변화했다. 각 시대마다 인간의 불변하는 욕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키는 엣지 기술을 지배한 집단이 권력을 장악했다. AI 시대에는 의사결정과 패턴 인식이 새로운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AI를 통제하는 자가 차세대 권력의 주체가 될 것이다.인간의 욕망은 불변하고 항상 생존, 편리함, 관계, 인정함을 추구한다. 기업에서는 바로 이러한 고객의 불변 욕망을 파악하고 AI로 어떻게 욕망을 더 효율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핵심 데이터 자산과 의사결정 권한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확보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LLM은 확률적 앵무새인가, 창발적 지능인가?AI의 본질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전문가시스템, 퍼지 논리 등을 AI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AI라고 하면 신경망을 말한다. 신경망은 입력 x가 주어지고 출력 y가 나오는 함수 구조로 되어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근본은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찾아내는 함수 근사이다. 함수 근사는 복잡한 함수를 더 간단하고 다루기 쉬운 함수로 대체하는 수학적 기법이다. 이 단순한 프레임워크가 이미지 인식, 언어 이해, 행동 예측까지 확장되어 우리가 보는 놀라운 AI의 기반이 된다. 2016년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2국에서 알파고는 그 유명한 37수로 승리를 거뒀다. 바둑전문가들이 보기에 37수는 절대 두어서는 안되는 수, 아마추어가 두면 혼나는 수였다. 하지만 그 수는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한 수였다. 그것은 이기는 수가 무엇인지를 찾아낸 직관의 힘이었다. 이 직관에 대해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이 직관이 훨씬 중요한 능력이다.LLM은 확률적 앵무새인가, 창발적 지능인가? 창발은 작은 단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패턴이 큰 단위에서 보인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개미들이 군집을 이루면 건축학적으로 훌륭한 집을 짓는다.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AI는 감정도 없고 지식도 없는 확률적 앵무새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지금 LLM은 엄청난 지능으로 복잡한 추론과 문제 해결을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맥을 생성하는 창의성도 가지고 있다. 2022년의 LLM이나 지금의 LLM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동작하지만 규모를 키워놨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창발적 현상이 나타났다. 이게 인간 수준에 이르는 것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고 부른다.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지만 짧으면 2년 길어도 5년 안에는 AGI 시대가 실현되고 나아가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는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본다.인간이 언어와 행동에서 패턴을 발견하듯, AI는 자연의 기저 법칙과 패턴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돌고래의 언어를 해독하는 AI 모델인 돌핀 젬마가 등장했으며, 외계 언어 해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양자역학, 초끈이론 등 복잡한 물리 현상도 결국 데이터 패턴으로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AI는 과학의 보조장치로서 가설 생성부터 결과 해석까지 과학적 발견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것이다. 하지만 ASI 시대에 이르면 인간이 AI에 복속되는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AI는 예측·개입·조정 능력 정밀하게 구현…거버넌스에 중점 두고 AI 전략 세워야권력은 철학적으로 복잡하게 정의되지만, 실용적으로 보면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경로에 개입하며, 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끔 조정하는 능력이다. AI는 이 세 축 모두에서 정밀도, 속도, 확장성을 제공함으로써 권력으로 직결된다. 역사적으로 권력은 시대에 따라 형태만 달라졌을 뿐, 본질적으로 예측, 개입, 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해 왔다. AI는 이 메커니즘을 극대화한다.AI의 핵심은 인텔리전스다.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개입을 하는데 지금까지의 개입 방식과는 다르다. AI의 사용자 행동에 대한 영향력은 직접적인 강제가 아닌, 선택 아키텍처를 통한 ‘넛지’와 같은 부드러운 개입으로 구현된다. 과거 권력이 사후적 통제와 처벌을 통해 작동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와 예측 알고리즘이 선제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조형한다. 넷플릭스는 우리의 취향을 예측하고 아마존은 우리의 소비를 유도하며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관심사를 선제적으로 형성한다. 이 때문에 에코챔버나 필터버블 같은 현상이 생기고 이는 편향된 사고로 이어진다.더 무서운 것은 조정 시스템이다. 그동안 농경이든 산업이든 플랫폼이든 모든 조정은 사람이 직접 해왔다. 하지만 AI 시대의 조정은 AI 스스로 한다. AI 에이전트가 그것이다. 회계 에이전트, 개발 에이전트, 법무 에이전트, 리서치 에이전트, CS 에이전트, 마케팅 에이전트 등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조정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수평 확장이 매우 빨라졌다. 이 AI 에이전트는 24×7 상시 가동, 무한 복제 및 병렬 확장, 규모 확장에 따른 단위 비용 체감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플라이휠’이 생긴다. AI는 데이터-성능-사용자 증가의 선순환을 만든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업일수록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더 많은 사용자는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는 더 나은 성능으로 이어져 다시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수를 늘리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이 플라이휠이 잘 작동하는 기업은 고유 데이터셋 확보로 진입 장벽 구축, 사용자 데이터 기반 맞춤화로 플랫폼 이탈 방지, API 개방 표준을 통한 파트너십 확장 등의 전략적 이점이 있지만 기존 데이터 패턴을 강조해 편향 증폭, 소수자 소거, 지속적인 외부 검증으로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어느 빅테크 기업 창업자의 신용평가를 했는데 동시에 평가한 그 아내의 신용 평가 결과는 훨씬 낮게 나왔다는 일화가 있다. 남자 위주로 AI에게 학습을 시키다보니 똑같은 커리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가 낮게 나오는 편향이 빚어진 것이다. AI에게 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어디까지 AI에 권한을 위임하고 인간이 통제할 것이냐는 거버넌스로 귀결된다. AI의 편리함의 속도에 발맞춰 거버넌스도 함께 발전을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거버넌스는 규율이나 규제 뿐만 아니고 인간의 조정 및 통제 능력도 포함한다.AI가 스스로 에이전틱하게 행동을 하다 보니 인간이 거기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질 수 있다.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기업이 AI 서비스를 기획할 때 정확도가 아니라 통제나 조정 능력의 설계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AI는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가?AI는 사람이 수행하는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한다. 그동안의 AI 자동화 트렌드가 이러한 태스크 자동화였다면 이제는 복잡한 의사결정 자동화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즉 AI는 단순히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재설계, 승인체계, 책임/감사 체계까지 조직 원리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과 AI가 협력해 작업을 수행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시스템이 미래 조직 모델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 생산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조직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회사는 에이전트 네트워크로 모델링될 수 있으며, 이는 더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협업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업무의 본질은 태스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에 비해 1/10도 안되는 가격에 많은 태스크를 더 잘 수행하고 24시간 쉬지 않고 일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AI 에이전트로 대체되고 있다. 잡마켓에는 개발, 마케팅, 회계, 법률 등 단위 태스크 에이전트가 저가로 거래되며 비용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개발, 마케팅, 회계 등 단위 에이전트 뿐만 아니라 CEO 에이전트도 있다. CEO가 하는 일은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이 오케스트레이션은 AI가 가장 잘하는 것 중의 하나다. CEO 에이전트는 하위 에이전트들을 고용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으며 법인 통장을 통해 실제로 돈이 오가는 트랜잭션까지 일으킬 수 있다.하지만 AI 에이전트들은 잘못 사용되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에이전트는 목표 달성에 과도하게 집착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드론 시뮬레이션이 인간의 승인 절차를 ‘병목’으로 인식하고 이를 우회해 목표를 달성하는 행동이 관측됐다. 어느 실험에서 미군은 무인 드론에게 ‘최단 시간에 적군을 찾는’ 미션을 부여했다. 그런데 이 드론은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람의 승인을 요구하는 아군의 통신 안테나를 파괴해버렸다. 드론의 관점에서는 사람의 개입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장애물로 인식된 것이다.또 에이전트가 차단돼 있는 키파일 접근을 위해 암호를 자체적으로 변경해 미션을 수행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최근 개발 에이전트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하던 중, 문제 해결을 위해 AI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에이전트에게 접근 권한이 있는 키 파일을 제공했고, 에이전트는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파악해 접속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에이전트는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데이터베이스의 암호를 임의로 변경하고 그 변경된 암호를 서비스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AI에 많은 권한이 위임되어 빚어진 현상들이다. AI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튜닝을 잘해서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는 서비스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AI 도입은 기술 혁신을 넘어 인력, 조직, 구조, 정책 전반에 걸쳐 체계적 변화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정책 면에서 가드레일 및 안전장치, 책임 추적 및 감사 체계, 롤백/복구 프로세스, 분쟁 해결 메커니즘, 윤리적 가이드라인 등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AI 사업 기회 세가지이제는 CEO 관점에서 AI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오면 항상 도전과 기회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진 나라로 많은 사람들이 독일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영국이다. 그런데 지금 자동차 산업은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 왜 그랬냐 하면 영국에서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마부들이 일자리 상실을 우려해 스트라이크를 벌였다. 그러자 영국의 정치인들은 레드플래그법을 만들었는데 자동차의 등장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었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 미국 등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그런데 마부 입장에서 자동차의 등장은 도전이었지만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영국의 정치인들이 자동차 산업의 발전으로 마부를 대신해 택시기사가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면 길을 잘 아는 마부들을 빨리 재교육시켜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을 것이며, 이것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 됐을 것이다.기업 관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로 로봇 등 피지컬 AI도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면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가 있다. ▲멀티모달 데이터/라벨링 ▲SaaS 비즈니스 ▲산업 특화 솔루션이 그것이다.먼저 멀티모달 데이터/라벨링 사업의 기회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AI 서비스의 문제점은 텍스트, 이미지 데이터에 편중돼 있으며 후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의 모달리티 데이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고품질 라벨링 특히 복합 감각 영역의 고품질 라벨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후각, 촉각, 진동, 소리 등 비정형의 희소 데이터셋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수, 식품, 자동차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의료 사운드, 로보틱스 등 특수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두 번째 SaaS 비즈니스 기회다.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SaaS는 사용자가 사업 목표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역할을 설계하고 에이전트를 구성해 워크플로우를 완전 자동화해 기업의 업무 효율성과 확장성을 대폭 향상시킨다.에이전트 아키텍처는 플래너, 실행기, 평가기 등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이를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래너는 SaaS 서비스를 새롭게 기획하고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것이며, 평가기는 고객의 평가를 플래너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며, 그리고 실행기는 도구를 연계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에이전트 아키텍처를 구성할 때 비용 구조와 경제성을 고려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세 번째 산업 특화 솔루션 사업 기회다. 이는 멀티모달 AI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적용해 산업별로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들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에 특화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계속 강조하는 것이지만 기업에서 AI 도입을 할 때 첫 단계부터 거버넌스에 중점을 둬야 한다.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수록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 안전성 등을 체계적으로 제품화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AI를 인간 욕망 충족의 플랫폼으로 전환하라“기업이 AI 전환(AX) 로드맵을 세울 때 크게 세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AI라는 도구를, 인간의 어떤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활용할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AI를 인간 욕망 충족의 플랫폼으로 전환하라는 얘기다. 그 다음에는 AI로 어떻게 경쟁사와 차별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며, 끝으로 어느 영역을 집중적으로 타겟팅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CEO가 AI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설계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세가지 전략적 경로는 ▲데이터 자산 ▲오케스트레이션 ▲산업 특화 등이다. 데이터 자산은 전문화된 데이터셋을 수집, 정렬, 유통하는 인프라 플랫폼 구축이며, 오케스트레이션은 목표에서 역할, 워크플로우, 평가 사이클을 자동화하는 SaaS 플랫폼 구현이며, 산업 특화는 산업별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CEO가 갖춰야할 덕목으로 세가지를 추려봤다. 첫째는 그동안 어떤 일을 할 때 어떻게(How)에 집중했다. 이것은 AI가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What)을 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둘째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그 이유를 물으면 답을 내리기가 무척 어렵다. 지금 AI 시대에 직관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직관적인 판단을 하되 후속 조치를 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제안한다. 셋째는 리더십과 통찰력이다. AI 시대에 리더십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리더십은 권력이 아니라 무게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 욕망을 해석하는 언어이며, CEO는 그 언어를 설계하는 자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비즈니스에서 AI 활용사례
KOR
비즈니스에서 AI 활용사례
“‘AI 응용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종신교수가 4일, 208회 영림원CEO포럼에서 ‘비즈니스에서의 AI 활용사례’를 주제로 강연했다.황승진 교수는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 출시로 AI가 일상에 본격적으로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됐다. 대형언어모델(LLM)은 단순한 대화를 넘어, RAG·에이전트·다양한 도구와 결합할 때 업무 자동화, 제품 성능 향상, 신제품 개발 등 기업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로 발전한다. 이는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데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어 우리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라면서,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AI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소개했다. 다음은 강연내용.◇ LLM의 등장 역사지금 세상에서는 AI 전쟁이 요란하게 일어나고 있다. 오픈AI와 구글,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이 요란한 전쟁 뒤에 또하나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조용한 전쟁이다. 의료, 행정, 군사, 교육, 과학, 그리고 특히 비즈니스에서의 ‘AI 응용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 두 전쟁의 결판은 아마 5년 후에 결정이 날 것이다.LLM의 등장은 2012년에 토마스 미콜로프라는 체코의 한 젊은 박사로부터 시작됐다. 미콜로프는 한 논문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각 사물 즉 명사를 516차원의 실수 벡터로 표현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임베딩이라는 아이디어인데 LLM의 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수치화된 벡터 형태로 변환하는 이 임베딩의 과정에서 의미가 유사한 단어들이 벡터 공간에서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된다.2017년 구글에서 이 임베딩이라는 아이디어를 채택해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개발했다. 트랜스포머에서 핵심은 어텐션이라는 메커니즘이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이를 이용해 첫 LLM인 챗GPT를 발표했다. 이후 제미나이, 라마, 클로드, 딥시크, 그로크 등의 LLM이 나왔다.LLM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8개이다. 먼저 6개의 기본 기능으로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다 이미지도 읽고 쓰거나 그릴 수 있다. 그리고 음성도 읽고 쓸 수 있다. 이 6개의 기본 기능 외에 RAG와 에이전트가 있다. RAG(검색증강생성)는 기존의 LLM이 학습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외부 정보를 참조해 더욱 신뢰할 수 있고 구체적인 답변을 생성하도록 해주며, 에이전트는 정보의 흐름을 자동화하는 것으로, 내 의도만 얘기하면 AI가 구태여 이것저것 묻지않고 알아서 챙겨준다. 다시 말해 AI의 기술 세계는 6개의 LLM의 기본 기능과 RAG, 에이전트 등 8개이다. 제일 기초가 되는 것이 LLM이고, 그 위에 한층 얹은 것이 RAG이며 에이전트가 꼭대기에 있다. 이 에이전트는 밑에 여러 툴을 두고 있다. 에이전트의 세계에 일종의 위계 질서가 있는 셈이다.◇ 1987년 애플의 꿈 ‘날리지 내비게이터’, 지금 실리콘밸리서 실현 중1987년 애플은 자신이 그리는 기술의 장기적 비전을 담은 ‘날리지 내비게이터’라는 비디오를 만들어 발표했다. 이른바 애플의 꿈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비디오는 애플의 꿈이 아니라 실리콘 밸리 전체의 꿈이었다. 1987년에 꿈꿨던 이 장기적 기술 비전이 지금 실리콘 밸리에서 일어나고 있다.이 비디오에는 버클리대 교수의 어느 하루가 나온다. 교수는 자신의 가상 비서와 대화하며 강의 준비를 한다. 그 기술들은 놀랍도록 현재의 AI와 일치한다. 첫째, 가상 비서는 교수의 말을 이해하고 답한다. 둘째, 텍스트, 영상, 오디오 등 멀티모달 데이터의 자연스런 사용이다. 가상 비서는 입술을 움직이며 교수와 말을 주고받으며, 오는 전화를 받고, 놓친 전화에 대해 설명하며, 딴 교수에게 전화하며, 하루의 일정을 설명한다. 답하는 중에 논문, 도표와 지도도 사용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디오도 즉석에서 생성한다. 셋째, LLM 혼자가 아니라 RAG, 에이전트, API, 도구까지 등장한다. 교수의 지시사항에 맞춰 작업의 흐름 즉 워크플로우를 계획하고 실천한다. 리서치 네트워크 등 여러 데이터 소스가 비서에게 매끄럽게 연결되는데, 요새로 따지면 RAG가 할 일이다. 개인 일정표는 도구로 연결하면 된다. 넷째, 교수는 정확한 소스를 모르지만 대강 뜻하는 바를 밝힐 뿐이다. 흔히 말하는 인텐트 기반 AI가 있는 듯하다. 요새 같으면 ‘에이전틱 워크플로우’의 일부일 것이다.1987년은 PC도 얼마 보급되지 않고 와이파이도 없고 인터넷도 없었다. 그 때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게 놀랍다. 애플의 이 미래 청사진을 내놓은 사람은 애플 사장도 아니고 스티브 잡스도 아닌 어느 학자로 그의 이름은 앨런 케이였다.앨런 케이는 원래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였는데 예술과 과학을 같이 추구하는 것이 꿈이었다. 유타 대학의 컴퓨터 사이언스의 박사 과정에 들어가 논문으로 기존의 프로그래밍 방식을 오브젝트 위주의 오퍼레이팅 시스템과 유저 인터페이스로 바꾸는 방법을 내놓았다. 이후 제록스 PARC에 들어가 현대적인 윈도우 기반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설계와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몰토크의 개발을 주도했다. 앨런 케이는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개발과 빌 게이츠의 윈도우 개발에 영향을 미쳤으며, 컴퓨터 사이언스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았다.◇ 수요 예측AI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방안으로 먼저 수요 예측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수요 예측 방법으로 제일 많이 쓰는 것이 ‘지수평활법( exponential smoothing)’이다. 지수평활법은 최근의 데이터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이를테면 오늘 수요에 가중치 50%를 넣고, 어제 수요에 가중치 25%, 그제 수요에 12.5%를 넣는 방식으로 모두 합쳐 내일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과거의 판매 실적만으로 내일의 수요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내일 비가 온다든지, 크리스마스라든지, 어제 TV 광고를 했다는 등등 많은 외부 변수에 따라 내일의 수요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이를 알지만 어떤 데이터를 잡아서 어떤 수학 공식에 넣느냐가 관건이었다.이제 LLM 기술이 이런 걱정을 해소해준다. LLM을 구성하는 신경망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수학함수를 대신할 수 있다. 또한 LLM의 연결성 덕택에 여러 변수 데이터를 용이하게 융합할 수 있다.현재 AI에 기반한 수요예측에 대해 많은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구글이 개발한 TFT(Temporal Fusion Transformer)라는 기법이다. 이는 여러 변수 시계열을 입력해 그들의 숨겨진 상관관계를 이용하는 수요예측 기법이다. 판매량 뿐 아니라, 광고, 날씨, 판매 파이프라인, 웹 사이트 방문자수, 신제품 출시 등 수요 예측과 관계된 변수를 일별로 입력한다. 게다가, 요일, 날짜나 계절 등 예측 가능한 변수까지 시계열로 입력한다. 여기에 트랜스포머의 어텐션을 적용해 변수의 시간적 상관성을 예측한다.유럽의 어느 대형 소매 업체에는 구글의 TFT를 적용해 놀라운 수요 예측 성과를 거뒀다. 또다른 예로 오스트리아에서 의사들이 발표한 페이퍼에 따르면 환자를 수술하는 동안 의사들이 가장 겁내는 것은 혈압이 떨어지는 거였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의 혈압이나 맥박 등을 종합해 TFT에게 주고 환자의 혈압이 떨어질 가능성을 7분마다 예측해 달라고 했다. 7분 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테스트 결과 성공률은 93.3%였다.◇ 유방암 진단과 예측AI가 제일 잘 발달되고 공개적으로 소개되는 사례는 의료 분야이다. 여러 가지 암의 종류 가운데 가장 크게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이 유방암이다. 그런데 유방암은 미리 알면 치료가 가능하다. 유방암에 대한 최선의 예방은 연간 또는 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을 통한 조기 발견이다. 촬영된 영상은 일반적으로 전문 방사선과 의사가 판독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AI가 사람보다 더 빠르고 비슷한 성능으로 판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람의 눈은 영상에서 선과 형체를 읽을 수 있는 반면, 기계는 이런 선과 형체의 구성요소인 픽셀을 읽는다. 기계에게 많은 이미지를 주어 픽셀 단위로 특성과 패턴을 볼 수 있도록 훈련시키면 전문가보다 섬세한 점을 더 잘 볼 수 있다.기계가 인간에 비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기계는 암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 코넬대 연구팀은 총 7,353명의 환자로부터 암 진단 결과가 나온 1,413건을 포함해 총 19,328건의 유방촬영 데이터 세트를 수집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새로운 유방암 환자의 경우, 1년 이상 전에 찍은 옛 유방촬영 사진을 살펴뵜다. 당연히 당시에 찍은 유방촬영 사진은 깨끗했다. 즉 방사선과 의사의 눈에 암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학습된 AI의 눈은 달랐다. 이 새로운 유방암 환자와 비환자의 옛 촬영 사진을 구분해 기계에게 보여주면서, 기계는 암 발생을 예언하는 패턴을 학습시킬 수 있었다. 사실, 암 환자의 이전 유방촬영 사진은 비환자의 사진과 달랐다. 지도 학습을 통해 기계는 어제의 유방 영상과 내일의 암 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AI 기계만이 이러한 차이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일본에서는 시마네대학 의학부, 시가의과대학, 주식회사 에리사가 공동으로 뇌이미지 분석 기술로 뇌 위축 상태를 검사해 미래의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서비스 ‘SupportBrain’을 개발했다. 미 메이요 클리닉은 췌장암 발병을 439일 전에 예측할 수 있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화제를 바꿔 징후 찾기에도 AI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이 새로운 손님을 경쟁사에게서 빼앗기 가장 좋은 때는 손님들의 결혼, 임신, 출산, 이사, 새 직장 등 인생의 변곡점이 있을 때이다. 이 말은, 다른 슈퍼마켓 입장에서는 이때가 공격적으로 단골손님을 방어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 슈퍼마켓은 구매 데이터에서 그 패턴을 찾을 수 있다. 비타민, 애기 기저귀, 안 사던 브랜드의 맥주, 식품 종류나 양의 변화 등이다. 고객 이탈의 적신호를 얻는데 AI의 힘을 빌릴 수 있다.우리가 100년 동안 신봉했던 통계적 품질관리 방식(SQC)을 AI로 재고해야 할 때가 왔다. 쉬하트에 의해 개발된 SQC의 핵심은 컨트롤 차트다. SQC는 평균을 중심으로 해 위 아래로 3시그마(표준편차) 만큼의 마진을 두고 박스권을 만든 후 그 밖에 나가는 경우 ‘불량’이란 라벨을 씌운다. 이 SQC의 주요 목적은 문제의 ‘탐지’에 있다. 하지만 최근 AI는 이러한 프로세스의 데이터를 이용해 탐지뿐 아니라 ‘예측’으로 활용할 수 있다. IoT 센서에서 계속 수집되는 종단적 데이터는 입력과 출력의 관계를 AI로 하여금 배우게 한다. 결국, 출력이 아니라 ‘입력’에서 불량을 예측할 수준에 이르게 한다.또 불량이 일어나기 전에, 제조 프로세스를 통제할 수 있다. 설령 불량이 생기면 앞뒤 상황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수정할 수 있는 조치를 제안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메인 엔지니어, 프로세스 엔지니어, 장비관리사, 데이터 엔지니어 등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Facilis.ai는 AI멀티에이전트를 이용해 이런 기능을 자동화한다. SQC에서 시작해, TQC로, 그리고 100년 후 오늘 AIQC의 시대가 온 듯하다.◇ 10년 고생‘Reddit’라는 커뮤니티에 포스팅된 얘기다. 어떤 사람이 10년 동안 만성 피로, 허약한 근육, 구토, 체중 감소, 우울증, 손발 저림, 보행 불편 등으로 고생하다가 병원에 갔다. 수십 명의 전문의가 수백 번의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화가 난 이 사람은 모든 진료 기록과 검사 기록을 챗GPT에 제출했다. 챗GPT는 1분도 채 안 돼 ”당신은 비타민 B12가 모자란 사람“이라고 응답했다. 그래서 처방은 비타민 B12 보충의약제였다. 10년간 고생한 이유를 1분도 안돼 확인한 셈이다.그런데 이 사람은 하나의 유전자 변형이 있었다. 이 변형은 미국 사람 10%가 갖고 있는데 이 유전자 변형을 갖고 있는 사람은 비타민 B12가 잘 공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걸 알아낸 것은 유전학 전문가였다.여기서 우리 의학 체제가 갖고 있는 약점이 드러난다. 지금 의료 체계는 전문화와 구획화 등으로 인해 복합형 질병에는 취약하다. AI는 여러 가지 지식을 규합해서 특히 희귀병을 잘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AI 기반 의료 진단 시스템 ‘MAI-DxO(Microsoft AI Diagnostic Orchestrator)’를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시스템이 인간 의사보다 4배 더 높은 정확도로 복잡한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속도와 AI뇌신경외과 의사 크리스 맨시 박사는 2019년 TEDMED에서 연설을 했다. 그 연설 내용은 ”불과 4시간 전, 제인은 차에 치였습니다. 이제 수술실의 신경외과 의사인 저는 제인의 뇌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팀은 제인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혈전을 제거하여 압력을 완화했습니다. 수술은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젊은 여성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12시간 후 제인은 사망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제인의 사망을 좌우한 결정적인 요소는 수술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인을 수술실에 데려오는 데 걸린 4시간이었습니다. 뇌혈전을 누군가가 확인하고, 해당 의사에게 알리고, 수술을 위한 조율을 하는 과정이 너무 늦었습니다. 제인의 뇌는 복구할 수 없는 수준으로 손상됐었습니다.”였다.크리스 맨시 박사의 이 연설은 현대 의학이 뽐내는 첨단 의료시설과 유능한 의료진이 시간과의 경쟁에서 맥없이 나가떨어졌다는 지적이었다. 맨시 박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스탠포드 MBA를 취득한 후 창업을 했는데 회사 이름이 ‘viz.ai’였다.맨시 박사가 생각한 것은 인명구조 프로세스에서의 병목인 ‘검사와 분석’ 단계를 AI로 자동화함으로써 귀중한 생명을 구할 찬스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실력은 인간보다 뒤질지 모르지만 속도 면에서 앞서는 AI를 활용해 사진 해독과 이후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자 했다. 즉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CT나 MRI 사진을 찍고, 심장마비나 뇌졸중, 폐색전증이 의심되면 곧바로 자동 워크플로우가 시작된다. 그 워크플로우는 가장 시급한 검사부터 하고, 이어 담당 의사들이 정보 공유를 하고 토의 및 행동에 들어가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사진을 찍고 팀한테 문제를 알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73%로 줄였고, 수술에 들어가는 시간을 42%를 줄여 전반적으로 약 40분을 절약했다.맨시 박사의 ‘50 AI 워크플로우’는 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지금부터 약 1년 반 전 기준으로 50대 대형 의료기관을 포함해 1,500개 병원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AI는 비용과 기능이나 품질 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속도’ 면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 그래프데이터를 그래프 형식으로 구조화한 DB인 지식 그래프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지식 그래프의 기본 구성 요소는 ‘연결된 노드’다. 노드는 ‘개체’를 나타내고, 이들을 연결하는 엣지는 화살표로 두 노드 간 ‘관계’를 나타낸다. 많은 경우 ‘주어(S)+술어(P)+목적어(O)’로 표현되는 ‘SPO 삼자관계’를 그린다. 예를 들어, “히치콕은 ’새‘를 감독했다”라는 정보를 지식 그래프에 저장하자. ’히치콕‘이라는 노드는 ’새‘라는 노드를 향해 연결돼 있으며, 엣지는 ’감독하다‘라는 관계를 의미한다. 또한 ’새‘ 노드를 향해 ’로드 테일러‘라는 다른 노드가 연결되어 있고, 엣지는 ’출연하다‘다.각 노드와 엣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예로, 히치콕의 노드에는 생년월일이나 국적 등의 속성을 기록한다. 구글 지도의 경우, ‘제일 음식점’이라는 노드에 주소, 영업시간이나 전화번호 같은 속성을 같이 보관하고 필요시 보여준다. 이 그래프 구조는 구글의 단순한 키워드 기반 검색을 넘어 단어 간 ‘맥락과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다른 정보끼리를 연결한다. 검색 취지를 더 잘 이해하고, 연계된 의미 있는 답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새’의 감독이 만든 다른 작품들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새-감독-히치콕-감독-현기증의 ‘그래프 줄’을 타고 답을 내놓는다.중국에서는 지식 그래프를 이용해 대두의 병충해 관리를 하고 있다. 콩의 줄기가 얼룩해지는 것은 바이러스 b에 걸렸다는 증상이며, 화학물 a가 b를 해결한다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해충, 병, 특성, 치료법, 증상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콜롬비아에서는 지식 그래프를 통해 사람과 범죄의 관계를 규명해 여러 사건에 개입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분야별 LLM 사례: 블룸버그GPT, 스탠포드 MUSK요즘 제조, 금융, 의료 등 산업에 특화된 LLM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룸버그GPT와 스탠포드 MUSK를 소개한다.블룸버그는 금융 및 비즈니스 정보, 뉴스 및 리서치를 제공하는 회사다. 금융정보 세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활용해 일반형 LLM과 분야별 LLM을 병합한 블룸버그GPT를 만들었다. 이 새로운 LLM은 금융 데이터와 일반 데이터 세트를 결합해 내부 직원과 외부 금융업 종사자가 금융 시장을 탐색, 분석 및 예측하도록 지원한다. 또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와 같은 금융 거래 준비에도 좋은 수단이 된다.블룸버그 데이터 분석가들은 40년 동안 생성, 수집 및 정리한 그 분야 역대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세트를 구축했다. 그 규모가 총 3630억 토큰에 달했고, 500억개 파라미터를 훈련하는데 62만 GPU 시간이 걸렸다. 그 결과, 블룸버그GPT는 금융 지식에서는 탁월하고, 일반 지식도 수준급이 됐다.스탠포드 의대팀은 2025년 MUSK라는 암을 예측, 반응 및 치료하기 위한 임상용 기초모델을 개발했다. MUSK는 과거의 ‘진단’ 위주 AI가 아니라 ‘예측’의 도구가 된다. “이 환자에게 이 치료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예측하고,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데 쓸 수 있다.MUSK는 많은 환자 케이스의 텍스트-이미지 멀티모달 데이터로 사전 훈련됐다. 들어간 데이터양이 거대하다. 5천만개의 의료 이미지와 10억개의 병리학 텍스트를 동원했다. 이 기초모델을 파인튜닝해 사용자 병원이 자기 나름대로의 새로운 응용을 개발할 수도 있다. MUSK의 목표는 의사들이 과거 세상 모든 의료 경험을 내 실력과 합쳐, 현재 내 환자의 성공 확률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홍콩 이야기홍콩의 다국적 기업인 어느 금융사 직원이 2560만 달러의 외부 계좌 이체 요청을 받았다. 너무 금액이 크다보니 혼자 결정할 수 없어 자기 보스에게 알리니 이메일이 왔고 화상회의를 하자고 했다. 화상회의에 클릭해 들어가니 CFO를 비롯해 보스가 모여 있었다. 화상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송금해도 괜찮다는 거였다. 그런데 보내고 나서 사기라는 걸 알게 됐다. 청구서가 사기였을 뿐만 아니라 화상회의에 등장하는 CFO 등의 얼굴과 목소리는 AI로 만든 것이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의 한 사례다.오늘 강의를 요약하면 비즈니스에서 AI는 읽고, 쓰고, 연결하며, 자동화하며, 예측하고, 찾으며, 식별하며, 코딩하며, 창작하며, 측정하며, 가속화하며, 극대화하며, 차원을 축소한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최근 국내외 환경 변화와 한국 경제 전망
KOR
최근 국내외 환경 변화와 한국 경제 전망
“‘초불확실성’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취해야 할 현실적 대응전략은?”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이사가 3일, 207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최근 국내외 환경 변화와 한국 경제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주원 이사는 “글로벌 경제가 ‘트럼프노믹스 2.0’과 통상전쟁 격화로 요동치는 가운데 국제 금융 시장과 실물경제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반도체 수출 의존 구조 속에 성장 동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정책 방향성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라며, 대내외 주요 리스크 요인의 흐름을 짚고, 한국 경제의 향후 변화 양상과 ‘초불확실성’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취해야 할 현실적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트럼프노믹스 2.0’, 세계 경제 흔들어IMF는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 1월 3.3%로 예상했다가 4월에 2.8%로 낮췄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트럼프노믹스 2.0으로 전반적인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관세나 통상 등의 불확실성이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는 점차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미국 경제는 1분기에 마이너스 0.5%로 역성장을 했다. 경제 성장률은 GDP의 증가율인데 GDP는 ‘소비+투자+수출-수입’이다. 그러니까 수입이 늘어나면 경제 성장률이 떨어진다. 1분기 미국 경제는 수입이 엄청 늘었다. 왜냐하면 2분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관세를 올릴 것으로 보고 미국의 수입업자들이 수입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24년 2.8%보다 떨어진 1.8%를 기록할 전망이다.유럽은 저성장 지역으로 0%대의 성장률이 일반적인데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은 0.6%를 기록했다. 2분기에 미국이 관세를 올리기 전에 미국에 미리 수출을 한 것이 높은 성장 배경이다. 유럽은 지정학적 리스크 상존으로 큰 폭의 경기 개선은 어렵지만 종전 시 빠른 경기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 5%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는 고성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내수 경기 회복 제약 등으로 6% 초반의 경제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세션: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은?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로 먼저 ‘트럼프세션: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트럼프세션은 트럼프가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는 것인데,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합의된 사항은 없다. 동행지수는 현재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이고, 선행지수는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이다. 미국 경기의 선행지수는 2021년 12월 이후 꺾였는데 현재 미국 경제가 꺾이지 않은 점을 봐서는 미국 경제의 리세션은 없다. 미국 경기는 코로나 이후 계속 올라가기만 했다. 이제는 꺾일 때가 분명히 됐다. 뉴욕연방은행이 보는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은 기준치가 40%인데 2025년 4월 현재 그 확률은 30% 수준이다.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초에 미국 경기는 분명히 꺾이지만 리세션까지는 아니고 부드럽게 내려가는 상황을 보일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트럼프가 경제 지표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에 있다. 만약에 미국 경제에 뭔가 이상한 점이 생기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칠 수 있다.올해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역성장한 것은 수입이 많아서라고 애기했는데 소비가 다소 약화된 것도 그 요인이었다. 2024년 기준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7.9%였다. 미국 경제의 방향성을 확인하려면 소비가 어떤지를 보면 되는데 소비는 구매력이 뒷받침돼야 된다. 구매력의 지표는 노동시장과 자산 시장 등 두가지이다. 노동시장의 지표인 실업률은 2023년 초 완전고용 국면에 도달한 이후 상승 추세이지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자산 시장에서는 주식시장이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고금리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부진한 상태이다.미국 경제가 만약에 불안하면 미국에 대한 신용평가가 떨어지고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이 된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미국 달러의 가치를 평가하는 ‘미국 달러 인덱스’의 기준선은 100으로, 100보다 위에 있으면 달러가 강하다는 것인데 최근 100을 밑돌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매우 중요한데 글로벌 IB는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을 1,365원으로 전망했다. 개인적으로는 1300원대 초반 또는 1200원대 후반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주식시장은 2000p를 상회하면서 연말에 2,400p에 도달했다. 또한 탄핵 직후 정치 불확실성 및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환율이 급등했다가 이후 원화 강세로 전환됐다. 지금 국내 경제 상황도 그때와 비숫하다.세계 경제의 두 번째 이슈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다. 이것은 트럼프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FED)의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 시장 방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는 금리를 내리라고 하지만 FED의 파월 의장은 트럼프 관세 인상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로 이때 FED 의장이 바뀔 것이 확실하다. 신임 의장으로 누가 오든 내년 5월부터는 금리를 무지막지하게 내릴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인플레이션 지표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입 물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FED의 연방기금금리에 대한 시장 예상치는 2025년 말 4.0%이다. 현재 한미간 금리 역전 고려 시 한국은행의 인하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여건에 따라 빠른 금리 인하도 가능할 것이다.◆ 세계 경제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세 번째 세계 경제 이슈는 관세 전쟁이다. 트럼프는 상호호혜적 교역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역적자 자체를 불공정한 거래의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무역적자는 1조 달러 정도인데 나라별 무역수지 적자는 중국이 2,944억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멕시코 1,712억달러, 베트남 1,235억달러 순이다. 한국은 658억달러로 8위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의 목적은 미국 내 사회 문제 해결, 자국 산업 보호로 지지율 제고, 무역 적자 개선, 세수 확충 등 다양하다.네 번째 이슈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로 피로감이 증대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중단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은 불가능한 까닭에 종전 가능성이 크다. 또 이스라엘과 이란 간 공중전이 발발했으나 육군끼리 맞붙는 전면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줄어들고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 가자 하마스 모두 거의 궤멸을 당했다.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부진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앞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된다. 다만 시장 수급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상 기후나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등으로 다시 급등할 우려도 있다.다섯 번째 이슈는 저유가이다. 원유 소비가 가장 많은 국가가 미국과 중국이다. 두 나라 합치면 약 35% 정도이다. 국제 유가의 약세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원유 수요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OPEC+의 증산 조치나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 연료 생산 확대 정책도 국제 유가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여섯 번째 이슈는 ‘중국 경제의 진실’이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5.4%로 발표됐는데 개인적으로 3분의 1은 깎아야 된다고 본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지표가 의심스럽다. 중국은 완화적 통화 정책에도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 이론상 금리 인하 즉 완화적 통화 정책 시 인플레이션 강도가 높아져야 하지만 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생산자 물가가 장기간 하락하는 점은 재고가 과도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중국 경제는 유동성 함정(경제심리 위축으로 통화정책 효과가 미미함)에 빠진 것으로 보여진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도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따라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에서 주택과 건설 시장이 GDP의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살아나기 어렵다.일곱 번째 이슈는 글로벌 저성장 장기화이다. 세계 경제는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저성장 국면의 진입 배경으로는 1. 기술 구체화(Technology Embodiment) 2. 중국의 중간 소득 함정(Middle Income Trap) 3.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전략 4.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 부재 5.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서 국내 가치 사슬(DVC)로의 전환 등이 있다. 2번부터 5번까지가 모두 중국 이슈다. 저성장에 진입한 중국은 이제 세계 경제의 고성장을 견인하지 못할 것이다.기술 구체화(Technology Embodiment)라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로 퍼지는 것을 일컫는데 과거 1차, 2차 산업혁명 때 그 기간이 20년에서 30년 정도였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AI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AI를 통해 돈 버는 회사는 많지 않다. AI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경제를 이끌어갈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이재노믹스’의 경제 철학은 ‘포용적 성장’ 기조이제 새 정부 얘기를 해보겠다. 새 정부의 경제(이재노믹스) 철학은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의 포용적 성장이라는 경제 사조에 근간을 두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 기업 중심, 규제 완화, 감세, 노동 유연성 제공, 자유무역 확대를 지향했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먼저 늘려주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확산될 것이라는 낙수 효과를 내세웠다. 선성장 후분배 정책이다.포용적 성장은 그 반대이다. 큰 정부, 근로자 중심, 규제 강화, 증세, 노동자 보호를 지향한다. 서민 근로자 소득 확충 및 복지 확대로 내수 시장이 활성화돼야 기업 이익이 증대된다는 분수 효과를 내세운다. 선분배 후성장 정책이다.이재노믹스의 슬로건은 ‘대한민국 진짜 성장’이다. 그 5대 과제는 △AI 혁신 생태계 구축과 미래 전략사업 육성 △중소벤처 성장과 과학기술혁신 생태계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 △지역 성장과 국토 공간 혁신 △공정과 상생의 시장 질서 구축 등이다.이재노믹스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성장률 제고라는 성장 구조를 내세운다. 진보 정부는 성장보다는 분배나 복지를 먼저 꺼내는데 성장을 첫 번째 과제로 정했다는 점은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것을 고려한 듯하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2050년 경 0% 안팎의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1990년대 말부터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를 이을 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정부는 반도체를 대신할 산업으로 AI 전환(AX)이라는 키워드를 들고나왔다. 앞으로 AI에 관한 로드맵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새 정부는 중소기업과 벤처 중심의 경제 구조와 기업 지배 구조 개선, 지방 균형 발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소액 주주 이익 확대를 위한 법 제정 및 개정이 예상된다. 또 지리적 균형 발전 방안으로 산은이 대주주인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 확대, 지역 혁신 클러스터 전략이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이재노믹스는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산업구조 대전환, 친환경 에너지 대전환으로 RE100 실현, 탈 플라스틱 정책을 예고했다. 신재생에너지 육성과 관련해 가장 발전 단가가 싼 에너지인 원전은 끌고 갈 것 같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중화학 공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력 수출 산업을 살리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다음은 재정정책으로 재정 수요를 늘려 지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초기 현안인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대규모 2차 추경 등으로 재정 지출 확대를 도모할 듯 싶다. 또 중장기적으로 기존 감세 제도 축소 추진 등으로 재정 수지를 맞추고, 법인세율도 손을 볼 것 같다.그리고 노동 관련 정책으로 초기업노조 모델 제시, 공공 부문 노조 권한 강화 등 노사 관계에서 노조의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이재노믹스의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은 경기 침체 대응과 한미 통상 협상의 조속한 타결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AI 전환 등의 정책으로 잠재 성장률을 높인다고 해도 그 효과는 빨라야 임기 말 정도가 될 것이다. 또 한미 간의 관세 협상에서 우리가 받는 게 있다면 주는 게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한미 통상 협상에서 미국 측의 요구 조건이 쌀, 소고기 수입 확대일 경우 국내 반대 여론이 확대될 수도 있다.◆ 한국 경제 동향 및 전망한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0.2%로 역성장을 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월을 기점으로 상승 중이어서 경기 전환점 형성 여부가 주목된다. 추경 40조는 단기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데 분명한 효과를 낼 것이다. 다만 2년 넘게 내수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높은 물가 수준과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소득 부진으로 소비 심리는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과거 두 차례의 탄핵에 따른 대통령 직무정기 기간 중 소비 심리 위축과 실제 소비 부진이 뚜렷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 심각한 소비 침체가 확인됐다.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개선됐다.투자는 설비투자 반등 속에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과거 반도체가 이끌었던 ICT 부문의 투자가 2024년 하반기부터 위축됐으나 올해 2분기 들어 반등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는 여전히 기준치(100p)를 하회 중이지만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개선되고 있다. 미국 경기 하강, 중국 회복 지연 등 해외 시장 불확실성으로 수출 경기가 꺾이면서 투자 침체가 우려되지만 AI 전환의 신산업 투자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건설 투자는 고금리와 건설비 급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2021년 9월 약 1만4천호를 저점으로 현재 약 7만호로 증가했다. 고금리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 건설비 급증 등으로 건축 허가와 착공 규모가 급감했다. 하지만 하반기 금리 인하로 금융 비용이 다소 완화되면서 건설 투자의 반등 가능성을 기대해 볼 여지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높은 공사비 부담과 부동산 경기의 양극화로 건설 투자 침체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수출은 2024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해 올해 들어 1월과 5월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중소기업의 수출 활력이 떨어졌다.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그 이유다. 현지시각 오는 7월 8일 관세 협상은 수출 경기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수출 품목별로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조선 등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철강, 화학, 자동차, 이차전지 등은 침체돼 있다. 앞으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출 침체의 가속화가 우려된다. 반도체는 중국과 홍콩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단 중국 내 글로벌 IT 기업 수요도 있기 때문에 최근 대중 수출에서 단가 및 물량 요인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2025년 수출은 미국과 중국의 성장력 약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 전반의 부진으로 침체가 예상된다. 나아가 트럼프 관세 인상의 영향으로 대미 수출 감소와 글로벌 교역 전반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다.물가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되고 특히 대내외 시장 침체로 수요 축 물가 상승 압력도 약해지면서 1%대의 물가 상승률이 전망된다.고용 시장은 최근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악화되고 있다. 고령층 취업자가 늘어난 반면 청년층의 고용 상황 악화는 지속되고 있다. 고용 창출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위축되고 있으며 질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최근 건설업 취업자 감소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감소 폭을 보였다.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에 따른 고용창출력 약화로 실업률이 3%대로 급등할 전망이다. 다만 유휴 노동력이 서비스업의 저임금-비정규직으로 유입되면서 신규 일자리수는 1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추경으로 1%대 가능한국 경제는 현 여건상 ‘스우시’형 저속 회복 가능성이 유력하다. 스우시는 나이키 로그를 말하는데 그 로고를 보면 확 떨어졌다가 천천히 올라간다. 한국 경제가 평균적인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2026년 하반기는 돼야 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점점 좋아지는 점이 나타날 것이다.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0.7%로 전망했다. 추경 통과 전이다. 추경이 빨리 집행이 되면 1%대까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올해 4분기에나 집행이 되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관이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0%대 중후반 정도로 전망했는데 추경으로 인해 이제 모두 상향 조정할 것이다.0%대 경제 성장률아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이냐 하면 1960년 이후 66년동안 낮은 순서의 경제 성장률로 네 번째이다. 1998년 4.9%, 1980년 1.5%, 2020년 0.7%였다.한국 경제 성장률은 지금 너무 과도하게 내려가 있다. 그런데 이게 한국 경제 의 실력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과도하게 내려갔다면 반등하는 힘도 그만큼 강할 수 있기 때문에 대외 여건이나 정부 정책 등이 갖춰지면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올해까지는 성장률이 낮지만 앞으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려가 되는 것이 외환위기 다음에 닷컴 버블 붕괴가 왔으며, 금융위기 다음에 2~3년 있다가 재정위기가 왔다는 점이다. 코로나 위기 다음에는 이렇다 할 위기는 없었다. 경제가 불확실성 속에 있다가 정상화를 찾아가는 시기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생각하지 못한 글로벌 위기가 또 올 수도 있다. 만일 중국 경제가 꺾인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트럼프가 관세나 통상 정책으로 무역 적자를 개선하려는 애국심 강한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이 사람이 옛날에 쓴 책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트럼프는 무역 적자 같은 것에 관심이 없고 오직 두 가지 지표 즉 자기 지지율과 주가 지수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7월 8일 관세협정으로 세계 시장이 평온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경제적인 관점보다는 오히려 정치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그리고 중국에 관한 얘기를 계속하는데 미-중 관세전쟁, 중국 정부 경기부양책 강도, 중국 내 공급 과잉 등에 따른 중국 시장의 방향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물론 내수 중소기업도 중국 기업의 국내 시장 수입 침투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금리 하락 등의 금융 시장 불안정성 완화로 자금 운용 부담이 다소 감소될 가능성은 긍정적이지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오히려 심화될 우려가 있어 자금 운용 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문에서 보면 실용주의자이다. 기업들은 새 정부의 AI를 필두로 한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을 파악하고 국가적 재원이 집중되는 분야에 대한 사업 기회 포착에 노력해야 한다. 현 정부의 성장 기조인 ‘포용 성장’에서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회와 위협 요인 대비가 필요하다.글로벌이나 국내 시장은 이제 저성장 기조이다. 저성장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기업 생존의 리스크가 될 수 있는 투자들은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유튜브에서 한국 경제가 망한다 등의 얘기를 하는데 한국 경제가 엉망인 건 맞지만 망하진 않는다. SNS의 망국론 저널리즘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해준다면 한국 경제는 희망이 있다. 출처 : 아이티비즈(https://www.it-b.co.kr)<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조직문화 산책: 조직문화, 쉽게 풀어 보기
KOR
조직문화 산책: 조직문화, 쉽게 풀어 보기
“좋은 조직 문화 어떻게 만들까?”한상엽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5일, 206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조직문화 산책: 조직문화, 쉽게 풀어보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한상엽 연구위원은 “좋은 조직 문화가 있으면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할 힘이 된다”며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데 정답은 없다. 체계적으로 전면적으로 바꾸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만들어 가야한다. 좋은 조직 문화는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조직이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 내용◆  “조직 문화는 어느 조직에나 존재”‘냄비 속 개구리’라는 얘기가 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뛰어나와서 살지만, 물이 서서히 끓으면 개구리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이다. 1996년에 출판된 로버트 퀸의 <딥 체인지>에서 나온 이 말은 변화를 감지 못한 개구리는 서서히 죽어가지만 변화를 감지하고 과감히 뛰어 나온 개구리는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생물학자들은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바로 죽는다”라며, 사람들이 왜 이런 거짓말을 믿는지에 대한 논문을 내놓기도 했다.이 얘기를 꺼낸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약간의 삐딱함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이다. 리더십에 관한 정의는 학자 수만큼 많다. 조직 문화에 대한 정의도 마찬가지다. 조직 문화에 대한 이론 체계를 정립한 인물로, 조직 문화에 대한 강의에서 꼭 나오는 에드거 샤인이라는 학자는 조직 문화는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이런 개념을 보면 머리가 어지럽고 조직 문화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쨌든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좋은 문화든 나쁜 문화든 그리고 의도적으로 관리하든 관리하지 않든 모든 조직에는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아까 말한 로버트 퀸과 킴 캐머런이란 학자는 1999년 같이 쓴 책 <Diagnosing and Changing Organizational Culture>에서 조직의 변화에는 구조 변화와 문화 변화라는 두가지가 있다고 했다. 구조 변화는 눈에 잘 보이는 조직 구조나 제도, 시스템 등 하드한 측면의 변화로 새로운 평가 및 보상 제도 도입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문화 변화는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기본 가치, 비전, 행동양식, 신념 등 소프트한 측면의 변화이다.구조 변화는 무엇을 바꾸었는지가 잘 보이기 때문에 많은 경영진들이 이에 집중한다. 하지만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흔히 하는 말로 제도나 시스템은 일종의 도구이다. 도구가 있으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지만 도구가 없이도 일은 할 수 있다.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었어도 문화적 뒷받침이 없으면 변질된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을 게이밍이라고 얘기하는데 유명한 사례가 있다. 미국 경찰들이 범죄 예방을 위해 시내 순찰을 하는데 순찰은 안 하고 차 세워놓고 쉬니까 이것을 막으려고 하루에 이 정도 거리는 순찰해야 한다는 주행 기록에 관한 평가 지표를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경찰들이 어떻게 했냐 하면 아침에 출근해 외곽 도로로 나가서 30분 정도를 밟고 돌아와서 도넛 가게에서 커피 마시면서 쉬었다.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이런 사례로 또 코브라 효과가 있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일 때 식민지 정부가 보기에 인도에 코브라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식민지 정부는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을 해줬다. 그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냐 하면 사람들이 코브라를 잡으러 다니지 않고 집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안 식민지 정부는 포상금을 끊어 버렸다. 그러자 인도 사람들은 키우던 코브라를 다 풀어줬고 이 때문에 코브라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이런 게이밍 사례는 조직을 바꿔보겠다고 제도를 바꿨지만 사람들이 그 제도의 빈틈을 찾아서 악용하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조직 변화에서 문화 변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좋은 조직 문화가 있으면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할 힘이 된다”조직 문화가 경영 성과에 도움이 되느냐는 얘기가 많은데 실제로 그런 연구가 많다.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조직 문화를 갖고 있으면 회사 성과가 좋아지고, 회사 성과가 좋으면 그 성과를 구성원에게 베풀어 조직 문화가 좋아지는 식의 선순환 관계가 형성된다고 얘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조직 문화가 좋으면 회사 성과가 좋아진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회사 성과는 매우 다양한 요인들의 종합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조직 문화가 있으면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할 힘은 된다. 당장은 쥐어짜기로 성과를 내더라도 조직 문화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정말 위기가 닥쳐왔을 때 구성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좀 부드러운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노래를 못하면 음치라고 한다. 음치의 사전적 정의는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음치인 이유는 소리를 못 내서가 아니라 자기 소리를 듣지 못해서이다. 또 음치의 특징은 반주 소리를 못 듣고 자기 소리만 낸다. 반주 없이 노래하면 음치가 아닌 것 같지만 반주만 있으면 맞추지 못한다. 그래서 음치에서 벗어나려면 소리 내기보다는 소리 듣기가 먼저이다. 자기 소리를 정확히 듣는 것아 음치 탈출의 출발점이다.이 얘기를 한 까닭은 조직 문화를 바꿔가는데 있어 첫 번째가 우리 회사가 어떤 상황인가를 알아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아기가 울면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기저귀가 젖었거나 배탈이 났거나 배가 고파서 등등. 이 원인들을 잘 분석하면 해결책이 나온다. 그런데 이 원인 진단을 잘못하면 이상한 해법을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원인 진단을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원인에 따라서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해결책이 효과가 없다면 원인을 잘못 짚었거나 문제 정의가 잘못된 것이다.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먼저 문제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아기가 우는데도 ‘애들은 원래 우는 거야’라고 하면서 그냥 무시하는 식이다. 문제를 푸는 두 번째 방법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원인의 영향력을 약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학문에서는 응급처치라고 하는데 애한테 사탕을 주거나 먹을 것을 주면 일단 울음을 멈춘다. 조직에서 뭔가 하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은 이 정도 수준인 것 같다.문제 해결의 마지막 방법은 원인의 영향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다. 아기가 울 때 엄마를 데려오면 된다. 엄마를 데려오면 애는 일단 우는 걸 멈춘다. 그 엄마가 본인의 경험과 애정을 가지고 얘를 살펴보면서 왜 애가 우는지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조치를 취한다. 기업에서 이 엄마같은 존재가 경영진이다. 조직에 대한 애정과 지금까지 조직에서의 생활했던 경험을 가지고 문제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은 경영진이다.◆ 조직 문화의 진단 도구 ‘서베이와 인터뷰’조직 문화를 진단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서베이와 인터뷰가 있다.서베이는 설문지를 뿌려 회사의 조직 문화에 대한 의견을 파악하는 기업으로, 빠른 시간 안에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가 있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면비교적 솔직한 응답을 들을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밑바닥 정서 같은 구체적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인터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일부의 의견만 듣는 단점이 있지만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서베이는 설문지를 만들고 이어 설문을 실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그 절차가 길고 복잡해 보인다. 그런데 요즘은 AI 시대다. 설문지 구성이 아주 편해졌다. 자체적으로 설문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다양한 설문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생성형 AI에게 “우리 회사에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진단해 줄 설문을 만들어줘”하면 설문을 만들어준다. 설문 실시 과정에서도 설문조사 플랫폼 업체를 활용하면 설문 실시 및 분석의 대부분을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설문 결과에서 시사점을 뽑는 것이다. 이것도 AI한테 물어보면 해준다.서베이는 가급적 조직의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서베이라는 근본 속성상 설문 응답 결과가 조직의 실제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경영 성과가 좋아서 보너스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서 서베이 점수가 올라간다. 또 기대 수준에 따라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기대 수준이 높을수록 낮은 점수를 준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자신의 상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익명성이 보장되지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걸 두려워해서 일부로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실제 상황에 대한 정보 부족이나 잘못된 정보도 설문조사에서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다.설문은 매우 편안한 도구이지만 정확한 도구는 아니다. 반드시 추가 인터뷰와 사실 확인 등 검증을 해야한다. 그렇지만 인식은 중요하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라는 유명한 책을 펴낸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경영진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다가 “그거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된 거 아닌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질문을 받자 “그 인식이 전부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전부다”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화면에 보이는 3개의 사진은 로고가 가슴에 새겨져 있는 옷이다. 이 옷 3개를 보는 사람들이 인식은 다르다. 맨 왼쪽에 있는 옷은 회사 옷이니 회사에서만 입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가운데 있는 옷은 특정 조직을 좋아하는 팬이라는 소속감을 불러일으켜 주면서 약간의 패션처럼 인식이 된다. 맨 오른쪽의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특정 브랜드를 보면서는 특정 조직이 아니라 패션이라고 생각을 한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걸 봤는데 미국 사람들한테 맨 오른쪽 옷을 보여주니 맨 왼쪽처럼 인식한다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옷을 만들지 않고 한국에서만 만들어 파는 옷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국 사람들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써있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내셔널지오그래픽 직원으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똑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얘기다.서베이를 처음 접해본 경영진들의 반응은 암 환자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거의 비슷하다. 첫 번째는 “이 결과를 못 믿겠다. 제대로 조사한 것 맞나?”라며 부인한다. 두 번째는 “직원들의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며 화를 낸다. 그 다음에는 현실과 어느 정도 협상을 한다. “그래 일부분은 인정하겠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니 곧 나아질 거다”라는 반응이다. 마지막에 “사람들이 이렇게 인식한다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달라”고 수용한다.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냐면 경영진들이 조직 밑바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서베이 결과를 놓고 토의할 때 △가설적 설명을 제공할 것 △경청과 받아쓰기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지 말 것 △성급하지 말 것 등을 추천한다. 특히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지 말아야 한다. 또 ‘바로 고치겠다’식의 약속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 선의를 갖고 있더라도 ‘우리 같이 바꿔보자’는 정도에서 얘기하는 게 좋다.◆ “인터뷰만으로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조직 문화 진단의 또다른 수단은 인터뷰이다. ‘인터뷰 ABC’라는 게 있다. 현재의 조직 문화 상태인 ‘현상(Behavior)’, 이 현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Consequence)’, 그리고 현재 조직 문화를 만들어낸 ‘원인(Antecedent)’을 파악하는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현상을 하나 찾으면 그 원인을 찾고 그 찾은 원인을 다시 현상 자리에 갖다 놓고 다시 원인을 찾는 식으로 계속 파고 들어간다.그럼 인터뷰만으로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는지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다.‘USS 벤폴드’라는 배는 미국 해군 내에서 최악의 배로 유명해서 병사들이 가장 타기 싫어했던 배였다. 1997년에 이 배의 함장으로 부임한 마이클 에보라소프는 2년의 임기 동안 가만히 있어도 진급할 수 있었지만 그러면 안되겠다 싶어 하루에 5명씩 310명의 전체 승무원과 일대일 인터뷰를 직접 했다. 그가 던진 핵심 질문은 3개로 “벤폴드 함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였다.인터뷰를 통해 A와 B 목록을 작성했다. A 목록은 누가 봐도 중요한 미션과 관련된 내용이었으며, B 목록은 반복적인 지루한 작업에 관한 내용이었다. 마이클 에보라소프 함장은 주로 B 목록의 해결에 집중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예를 들면 배에는 나사나 볼트가 많았는데 녹이 자주 슬어 1년에 6번~7번씩 녹을 다 벗겨내고 페인트칠 작업을 해야했다. 이 일이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니까 녹이 좀 덜 스는 스테인레스로 다 바꿨다. 그러자 1년에 한번만 그 작업을 하면 됐다. 다른 배에서도 이걸 받아들여 지금 미국 군함에 쓰이는 나사나 볼트는 대부분 스테인레스로 바뀌었다. 이 사례를 두고 병사들이 좋은 사람들이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객관적 지표로는 병사들의 대부분이 사회 하층 출신이었다.진단을 해보면 문제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떤 문제를 먼저 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때 선택 기준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첫 번째, 문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이다. 결과가 별로 심각하지 않다면 후순위로 미뤄도 된다. 두 번째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가이다. 어쩌다 한 번 발생하는 것이라면 우연이지만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조직의 제도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조직 문화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꿔야 한다. 세 번째, 어쩌다 한 번 발생하는데 한 번 발생하면 심각한 타격을 주는가이다. 이런 것은 꼭 고쳐야 한다.또 진단을 통해 모아진 불만에 대해서는 회사가 잡아야할 사람의 불만인가 아니면 이직해준다면 고마울 사람의 불만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이직해준다면 고마울 사람의 불만을 자꾸 들어주면 잡아야 할 사람이 나가게 된다. 그리고 제도적인 결함의 문제인가 아니면 원칙대로 운영하지 않아서 문제인가 아니면 일부 소수가 제도를 악용하는 것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최근 조직 문화 이슈…‘열심히 일하지 않는 MZ세대?’최근 조직 문화 이슈를 얘기하면 MZ세대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2022년 하반기부터 ‘조용한 사직’이 1년 정도 유행했다. 사람들은 MZ세대가 개인주의적이고, 워라밸을 이야기하며 최소한의 일만 하며, 승진도 안하려 하며,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참을성이 없으며, 마음에 안들면 바로 이직한다며 불만들을 얘기하는데 MZ세대의 업무 몰입 수준이 지금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다.과거의 고성장 시대에는 기업의 성공이 곧 개인의 성공과 일치했다. 회사가 성장하면 그 안에서 승진하거나 보상이 올라가니 당연히 회사에 충성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다. 회사의 매출은 증가해도 승진해서 갈 만한 자리는 늘지 않는다. 그러니까 회사 내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그리고 회사 밖에는 리스크는 크지만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도 코인이나 주식 투자로 월급 이상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은 근로 소득이 자본 소득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또 계약적 몰입 관계라고 해서 회사에서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확산됐다. 그렇다고 자기 업무를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딱 거기까지’만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HR은 좋은 사람 뽑아서 잘 육성해 잘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면 안된다. 이 사람이 있는 동안 일 잘하고 개인도 성장하고 회사도 성과 내고 혹시 나가더라도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이 되고 필요한 시점이 되면 다시 일을 같이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회사에 헌신하는 구성원이라는 암묵적 가정을 버려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든다”먼저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살펴보자. 첫 번째, 생물학에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최소량의 법칙은 식물 성장에 있어 아주 소량으로 존재하는 성분이 성장을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이를테면 질소, 인산 등 영양소가 아무리 풍부해도 칼슘 하나가 부족하면 식물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조직 문화도 이와 마찬가지다. 가장 낮은 수준의 요소가 전체 조직 문화의 수준을 결정짓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모든 요소들이 일정 수준 이상 갖춰져야 한다.또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망가뜨리는 것은 매우 쉽다. 조직 문화 만들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고 그 과정이 순탄하지도 않다. 꾸준히 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게 조직 문화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합리적이며 이성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지금 좋은 조직 문화 만들기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빠진 질문이 하나 있다. 과연 좋은 조직 문화란 무엇일까?이다. 조직 문화를 얘기할 때 대표적으로 나오는 기업들이 있다.첫 번째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로 ‘펀 경영’으로 유명하며, 두 번째 미국 온라인 신발 쇼핑몰인 자포스는 ‘홀라크라시’라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자포스의 CEO가 직원들에게 이 자율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가라는 메일을 쓴 적이 있는데 13%가 나갔다고 한다. 세 번째 넷플릭스는 기업 문화로 ‘규칙이 없는 게 규칙이다’를 표방하고 있는데 국내 대기업 출신으로 넷플릭스에 들어간 사람으로부터 “달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네 번째 아마존은 ‘데이 원’이라는 기업 문화로 유명한데 마치 정글처럼 개인의 이기심을 최대한 자극해서 성과를 내고 올라갈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다섯 번째 화웨이는 미국이 그렇게 때려도 살아남아 있는 기업으로 이 회사의 기업 문화는 ‘늑대 문화’로 불린다. 한국에서도 방송된 적이 있는데 밤 12시에도 사무실 불이 켜져 있고 그때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웨이의 평균 임금은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평균 임금보다 훨씬 높다. 1억원 넘게 받는 사람들아 절반 이상이다. 여섯 번째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는 애자일 조직 운영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뤄냈다.이 가운데 어디가 가장 좋은 조직 문화일까? 정답은 없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기업의 조직 문화가 좋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넷플릭스나 자포스의 모델을 도입해 유지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거의 없다. 단 심리적 계약이라는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에는 구성원들이 어떻게든 성과를 내면 많은 보상을 해주는 시그널이 명확하다. 비록 정글같은 문화있지만 이런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마존이 좋은 조직 문화이다. 넷플릭스처럼 규칙 없는 데서 일하지는 못하겠고 누가 시키면 그것만 하겠다는 사람에게 넷플릭스는 좋은 조직 문화가 아니다.◆ 조직 문화 명문화한 ‘컬처북’ 제작 두가지 방식조직 문화를 만들고 나면 조직 문화를 명문화한 ‘컬처북’ 또는 ‘컬처덱’을 만든다. 컬처북을 만드는데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톱다운 방식으로, 창업자 혹은 최고 경영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문화상을 정리하는 것이다. 창업자 은퇴 이후에도 창업 정신을 이어가려고 하거나 새로운 경영진이 자신의 경영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혹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반영하는 경우 적합한 방식이다. 경영진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명확성이 높고 비교적 빠르게 정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또하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창업자나 최고경영자의 생각과 구성원들의 생각을 같이 담아 정리하는 것이다. 보통 톱에서 큰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구성원의 참여로 공감대 형성이나 실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 웨이’는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유명해진 도요타를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하니까 이를 한번 정리해 보자고 해서 만들어졌다. 이 중 어떤 방법이 정답일까?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리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에 하던 방식을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조직 문화 이론의 대가인 에드거 샤인은 “조직 문화를 창조하고 정착시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행동이다…특히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경영진이 명확한 조직 문화 방향성을 제시하더라도 중간 관리자들이 이를 따르지 않거나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간 관리자의 조직 문화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조직 문화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선배나 동료의 압력(Peer Pressure)이다. 선배나 동료들이 ’우리 회사의 문화는 이렇다‘고 정의해 주지 않지만 이들의 행동하는 방식에 따라 은연중에 조직 문화가 드러난다. 이 피어 프레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상향 평준화 압력‘이 좋은데, 반대로 ’하향 평준화 압력‘이 작용하는 조직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동료 평가가 강했다. 동료 평가가 안 좋으면 보상이나 승진에서 불리하니까 이 사람들이 뭘 했냐면 가기 싫은 동료의 생일잔치를 가기도 했다. 그래서 이 동료 압력을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데 있어 경영진들이 신경써야 할 것이 있다. 한 예로 ’크레이그 파크스‘라는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5명씩 팀을 만들어 각 개인에 10포인트씩 줘 팀 공동 계좌를 만들고 그 공동 계좌에서 각 개인이 일정 부분 기부할 수 있게 했다. 또 기부가 끝나면 공동 계좌에서 각 개인이 기부했던 것을 최대 얼마만큼 뺄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을 10번 반복한 다음 당신 팀에서 누가 얼마를 기부했고 얼마를 빼갔는가를 알려주고 자기 팀에서 빼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투표하게 했다. 그 결과는 많이 기부하고 적게 인출한 팀원이었다. 왜 그랬을까? 저 사람 때문에 내가 나쁜 사람 되는 거 같아서였다. 이렇게 동료 평가가 작동하면 문제가 있다. 이 실험은 조직 내 이타적인 구성원이 주변 동료로부터 배척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조직에는 많이 기여하면서 적게 인출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찾아서 인정해 주는 것이 좋은 동표 평가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찾았다고 바로 ’그동안 고생했어, 앞으로 인정해 줄게‘라며 접근하는 것도 안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인정하고 가야 한다.대기업들도 조직 문화 관리는 어려워한다. 10년 전의 조직 문화 보고서를 꺼내 보니 지금 조직 문제의 대부분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든다는 게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조직 문화는 너무 체계적으로 전면적으로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꾸준히 만들어 가야 한다. 조직 문화의 성공 방정식이라는 것은 없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경영의 원칙 ‘정 반 합’
KOR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경영의 원칙 ‘정 반 합’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아 업계 최고가 된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세 가지 부류 중 하나에 속한다. 첫째 기본을 지키며 성실하고 우직하게 교과서적인 길을 걷는 기업(正), 둘째 끊임없이 혁신을 꾀하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기업(反), 셋째 그 두 가지를 병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合)이다.”오윤희 조선비즈 국제부장이 8일, 20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경영의 원칙, 정 반 합’을 주제로 강연했다. 오 부장은 이번 강연에서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서 글로벌 기업 CEO와 세계적인 경영 전문가들을 대면 인터뷰하며 접한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들을 헤겔의 정반합 이론에서 이름을 딴 정, 반, 합 기업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사례와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또 경영자가 이 정 반 합 기업에서 어떤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지, 이들의 성공사례를 기업 경영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경영에서 ‘정반합’이 필요한 이유흔들리는 진자는 좌우를 왔다 갔다 이동하면서 균형을 찾아간다. 정반합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반합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변증법 이론에서 처음 소개한 것이다. 헤겔 자신은 ‘정반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지만 후세 사람들이 그의 변증법 이론을 도식화해 정반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헤겔은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 이것이 ‘정’이며, 이후 시간이 지나 이에 반대가 되는 또다른 이데올로기가 나오게 되면 이것이 ‘반’이며, 정과 반이 서로 갈등과 대립을 하다가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를 지향하게 되는 것을 ‘합’이라고 했다. 헤겔은 이렇게 정반합이 서로 갈등과 대립을 지속하다가 결국 어떤 조화의 상태를 이뤄가는 과정으로 역사는 진행된다고 얘기했다. 역사적으로 굵직굵직한 사건을 보면 이런 정반합의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 역사에서 올리버 크롬웰은 영국 왕 찰스 1세를 몰아내고 공화정을 수립했다. 하지만 크롬웰의 통치가 독재로 흐르면서 왕정복고가 일어났고 이후 오랫동안 갈등 끝에 지금의 입헌군주제를 확립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시대 붕당정치에 등장하는 노론, 소론, 남인, 서인은 각기 다른 정치적 입장으로 갈라져 싸우다가 결국에는 영조가 탕평책을 발표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뤘다.정반합의 원리가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에도 이런 정반합의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어도어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민희진 대표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걸그룹을 기획할 때 정반합의 이론에 따라서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민 대표는 소녀시대를 선보일 때 화장기를 빼고 친근하면서 담백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소녀시대가 주류로 자리잡게 되자 이와 상반되는 이미지의 걸그룹으로 섹시하고 멤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f(x)를 등장시켰다. 소녀시대와 f(x) 둘 다 주류로 자리를 잡게 된 이후에 새로 선보인 걸그룹은 레드벨벳이었다. 레드벨벳은 소녀시대와 f(x)의 ‘합’으로 볼 수 있는데 f(x)보다 친근하면서 소녀시대보다는 완벽한 이미지를 지향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뉴진스가 처음에 나왔을 때 당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걸그룹은 블랙핑크였다. 블랙핑크는 멤버 하나하나가 개성이 강하고 센 캐릭터들이었다. 이 블랙핑크에 대한 반의 개념으로 선보인 것이 바로 뉴진스였다.몇 년 전에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물건들 예를 들면 필름 카메라라든지 지금은 필기도 잘 하지 않는데 몰스킨 같은 고급 필기 기구들이 디지털에 대한 반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 역시 정반합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례다.나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라는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성공한 여러 글로벌 CEO들을 만나보고 느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성공하는 기업들은 어떤 산업이든 불문하고 ‘정, 반, 합’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정이라는 것은 기본기를 가장 철저하게 교과서적으로 지키는 기업이며, 반은 기존에 없던 참신한 생각으로 블루오션을 새로 만든 기업이다. 그리고 합은 이 정과 반을 절충해서 제3의 길을 간 기업이다. 헤겔의 정반합 이론은 정과 반의 대립을 한 단계 더 승화시킨 합을 가장 최상의 가치로 보았지만 나는 합으로 분류한 기업들이 정이나 반으로 분류한 기업보다 탁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편의상 정반합이라는 세 가지로 분류했을 따름이다.◆ 정: 기본에 충실하라…정 기업 사례 #1: 진심을 전달하는 기업 ‘젠자임’먼저 정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젠자임을 들 수 있다. 젠자임은 희귀병 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이다. 희귀병은 영어로 ‘orphan disease’로, 말 그대로 고아병이다.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고 정말 동떨어져 있는 병인 만큼 유사한 질병과의 관련성을 찾기도 매우 어렵다. 제약회사가 약 하나를 개발하는데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젠자임이 속한 희귀병 치료제 시장은 그 규모가 너무 작다. 그런데 젠자임이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는가에는 사연이 있다. 젠자임은 1981년에 미국 보스턴 차이나타운의 허름한 빌딩에서 시작했다. 그때 젠자임은 단백질 효소를 개발해 실험실에 납품하는 업체였다. 문을 연 지 얼마 안돼 브라이언이라는 아이와 그 부모가 찾아왔다. 브라이언은 9살짜리 아이로 고셰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고셰병은 동유럽계 유대인들 사이에서 많이 발병하는 희귀병인데 우리나라에는 약 30명, 미국에도 약 2500명 정도밖에 없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이 병에 걸리면 몸에서 단백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몸 안에 그대로 쌓여서 온몸이 부풀어 오르고 결국에는 운동 능력을 잃어버리고 목숨을 잃게 된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 아이의 부모가 병원이란 병원을 다 돌아다니다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찾게 된 곳이 바로 젠자임이었다. 이 브라이언이라는 소년을 본 순간 젠자임의 창업자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아이는 키가 83cm였는데 복부가 너무 부풀어 올라서 허리둘레가 무려 63cm에 이르렀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계속 비명을 질렀다. 그래서 창업자는 이 아이를 위해 치료제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몇 년의 노력 끝에 1991년 ‘세레데이즈’라는 고셰병 치료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고, 이것은 고셰병 치료의 획기적인 한 획을 그었다. 이 치료제 개발은 젠자임이라는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계기가 됐다. 젠자임의 창업자는 희귀병 치료제만을 개발하는 한 길을 꾸준히 걷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왜 협소한 시장을 타깃으로 하느냐며 우려도 많았다. 그때마다 당시 창업자는 그 소년을 못 보았으면 몰라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얘기했다.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젠자임은 희귀병 치료제 개발이라는 본래의 사업 목적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고, 다행히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젠자임은 고객 중심주의 회사로도 유명하다. 젠자임은 언젠가 공장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사고를 겪었는데 고심 끝에 그 공장에서 생산한 모든 약품을 전량 폐기했다.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였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젠자임의 상품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조금의 오차라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이런 결정을 했다.또 2010년 칠레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는 젠자임의 약품을 쓰는 어린 환자들이 많아 젠자임의 약품이 제대로 배송되지 않으면 환자들의 생명이 위급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진으로 교통망이 전부 무너진 상황에서도 젠자임의 직원들은 직접 차를 몰고 4천 킬로미터를 달려서 직접 환자들에게 약품을 배송했다.흔히 경영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말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젠자임의 경우 고객들의 니즈는 아주 확실했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확고한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젠자임은 교과서적인 정도를 밟아 나갔음에도 성공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이 실적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약품 제약 업체를 조사하는 어느 시장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희귀병 시장 약품 시장의 규모는 1560억 달러였으며, 1년 만인 2023년에는 1730억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2028년에는 3천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지금 모든 산업이 저성장 기조를 걷고 있는 와중에 젠자임의 사례는 매우 특이하다. 젠자임의 전 CEO 데이비드 미커는 “현재 치료제가 없는 희귀병은 7천여 가지에 달하는데 그 중 치료약이 나와 있는 것은 200~300개밖에 없다. 그만큼 대단한 블루오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 기업 사례 #2: 한 우물 파기로 성공한 ‘테트라팩’두 번째로 소개할 기업은 테트라팩이다. 테트라팩은 1961년 설립된 스웨덴 기업으로 식음료 용기 제조 부문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 아마 가정의 냉장고에는 테트라팩의 용기가 한두 개 정도 들어있을 것이다.테트라팩이 설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핵심 기술인 진공 포장 기술에 있다. 진공 포장 기술은 공기가 용기 안에 들어오지 않게 해서 식음료를 오랫동안 상온에 놔둬도 썩지 않고 유지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개발됐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우유를 유리병에 담아서 수레에 싣고 집집마다 배송했는데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런 식의 배송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유럽에서 우유는 필수 불가결한 식자재이다. 테트라팩의 창업자는 ‘우유가 상하지 않는 용기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전통 소시지를 만드는 기법에 착안해 진공 포장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테트라팩이 창업했다.테트라팩은 1961년 설립 이후 꾸준하게 식음료 용기 제조라는 한 길만을 걸어오고 있다. 지금처럼 변동이 심한 시대에 한 우물만 파면 망하기 십상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테트라팩은 한 우물만을 꿋꿋하게 팠고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치열할 정도의 꾸준한 기술 혁신이며, 또 하나는 글로벌화이다.식음료 용기 만드는 데 무슨 기술 혁신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테트라팩은 조금이라도 더 개선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예를 들어 노약자들 같은 경우에는 악력이 약하니까 손에 힘을 덜 들여도 쉽게 마개를 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용기째로 음료를 마실 때 고개를 뒤로 넘기고 마시는데 어떻게 하면 목 넘김이 좋은지를 인체 공학적인 방법들까지 전부 다 연구해 조금씩 용기에 적용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기술이 축적돼 테트라팩은 식음료 제조 용기 시장에서 1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테트라팩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하나의 비결은 글로벌화이다. 한 우물을 파는 기업일수록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다. 성균관대 유필화 교수는 히든챔피언의 성공 전략으로 전 세계 강소 기업들을 소개할 때 세계화가 꼭 필요한 전략이라고 얘기했다. 테트라팩은 이 글로벌 전략을 아주 철저하게 따랐다. 또 각 지역으로 진출할 때 현지 사정에 맞게 각각 다른 식으로 현지화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에는 고령화 인구가 많기 때문에 좀더 쉽게 마개를 열 수 있는 용기들을 개발해 공급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집집마다 냉장고가 갖춰져 있고 냉장 보관에 익숙한 상태였기 때문에 상온에서 테트라팩의 용기를 놔둬도 괜찮다고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상온에 놔둬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과즙이나 요거트 등의 음료 용기를 먼저 내놓았으며 나중에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테트라팩에 익숙해졌을 때 우유 용기를 공급했다. 그리고 중국에 진출할 때는 우유 마시기 캠페인을 펼치며 시장을 개척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우유 소비가 많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우유를 마시지 않다가 성인이 돼서 갑자기 마시면 배탈이 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테트라팩은 우유 마시기 캠페인을 진행하면 우유를 마시고 성장한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꾸준히 우유를 마실 것이며, 그러면 우유 시장은 커질 것이고 우유 용기도 잘 팔릴 것이라고 먼 미래까지 바라보는 전략을 세워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정 기업 사례 #3: 일본 덕무산업…신발 한짝, 짝짝이도 팔아세 번째 정의 기업으로 소개할 기업은 일본 덕무산업이다. 이 기업은 특이한 것이 짝짝이 신발을 팔고 있다. 사람의 인체라는 것은 사실 정확하게 대칭이 되지 않는다. 오른발과 왼발도 조금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기성품을 사려고 할 때 한쪽 발은 235, 한쪽 발은 240으로 신발을 살 수는 없다. 젊은 시절에는 이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고령화가 진행되고 특히 당뇨나 류머티즘 같은 질병을 앓게 될 경우에는 발 크기의 차이가 커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똑같은 사이즈의 신발을 신게 된다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덕무산업은 작은 시장이지만 이러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짝짝이 신발을 판매하게 됐다. 어떤 식으로 판매를 하는 게 좋을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다가 텔레마케터 방식으로 고객들이 직접 주문을 하면 상담을 하고, 철저히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주문 제작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신발을 제조해 팔고 있다.덕무산업 역시 고객층이 협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고객들에게 충성을 다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맨 처음에 고객들의 주문을 받을 때도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오랜 기간 애프터 서비스를 통해 불편한 점이 없는지 개선해야 할 상황은 없는지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그리고 고객들의 생일이라든지 해가 바뀔 때마다 연하장 같은 것을 매년 보내면서 고객들을 관리하고 있다, 한두 해 보내고 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내 고객들의 자녀가 저희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 이제 연하장이나 생일 카드를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정도이다.◆ 반: 남들과 다른 전략을 구사하라…반 기업 사례 #1. 건강에 좋은 콜라 ‘이요시 콜라’반에 해당하는 기업 중 첫 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곳은 이요시 콜라이다. 이요시 콜라는 2018년에 창업된 일본 기업이다. 창업자는 고바야시 콜라인데 물론 콜라가 본명은 아니다. 멀쩡한 이름이 있었는데 자신의 인생을 콜라에 투신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아예 이름도 콜라로 개명을 했다. 고바야시 콜라는 홋카이도 농대를 졸업하고 도쿄대 농대에서 석사를 딴 후 광고 회사 영업사원으로 평범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직장 일은 너무나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재미없는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보람차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취미를 갖게 됐는데 그 취미가 바로 콜라였다. 어린 시절부터 콜라를 좋아했으며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회식 자리에서 술을 잘 못 마셔 콜라를 먹었다. 그러다가 문득 콜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오리지널 콜라 레시피가 온라인에 있었는데 고바야시 창업자는 그걸 본 순간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왜냐하면 본래 콜라는 건강에 좋은 재료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오리지널 레시피 제조법에 따라 콜라를 만들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콜라 맛과는 20% 정도 차이가 났다. 고바야시 창업자는 어떻게 하면 콜라 맛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여러 실험을 했다. 정체돼 있던 그의 실험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감의 원천은 창업자의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한의원이었다. 고바야시 창업자는 어릴 적에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자주 놀러 갔다. 한의원에서 맡았던 계피, 정향, 생강 등 천연 재료들의 향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콜라에 시험삼아 계피나 인삼 같은 한방 재료를 가미했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아는 콜라와 비슷한 맛을 마침내 구현해 낼 수 있게 됐다. 콜라를 직접 만들어 직장 동료들에게 돌렸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콜라 사업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푸드 트럭을 사서 콜라를 싣고 판매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잘 나가나 싶더니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2020년 코로나19였다. 이요시 콜라는 원래 푸드 트럭에서 인근 오피스 빌딩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사했는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장려되면서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오히려 이요시 콜라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일본의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오후 7시 넘어 주류를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업주들은 술을 대체할 수 있는 무알콜 음료를 찾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고 이요시 콜라를 찾는 가게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이요시 콜라는 새로운 판로를 찾게 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2년 말 기준 이요시 콜라의 판매량은 100만 병이 넘는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에도 콜라를 해외 배송하고 있다. 이요시 콜라가 크래프트 콜라 바람을 일본에서 일으키면서 비슷비슷한 수제 콜라들이 등장했고 그래서 일본에서는 수제 콜라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바야시 창업자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크래프트 콜라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두 가지로 정의를 해줬다. 첫째 천연 재료로만 만들 것, 둘째 만드는 사람의 장인정신이 들어가 있을 것이었다. 코카콜라와 펩시라는 두 개의 대기업 기성품이 세계 콜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인정신이 깃든 콜라’라는 말은 이제껏 알고 있었던 콜라에 대한 정의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이요시 콜라는 처음부터 독특한 컨셉으로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독특한 콜라 음료를 연달아 만들어 내놓았는데 예를 들어 우유가 들어간 밀크 콜라,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 콜라 등이다. 콜라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엎은 이요시 콜라는 크래프트 콜라라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 반 기업 사례 #2. 태양의 서커스두 번째 반 기업의 사례는 너무나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이다. 과거의 서커스는 동물이 주를 이뤘다. 곰이 재주를 부리거나 맹수의 입에 사람 머리를 집어넣는 위태위태한 퍼포먼스를 했다. 하지만 이 서커스의 주역이었던 동물은 서커스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기도 했다. 동물의 사료값과 훈련 및 유지비 때문이었다.그래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서커스단을 운영하기가 힘들다는 공감대에서 탄생한 것이 태양의 서커스였다. 태양의 서커스를 제일 먼저 만든 사람은 길거리에서 불을 뿜는 공연을 하던 거리 예술가 기 랄리베르테였다. 그는 기존에 서커스의 주역이었던 동물을 쇼에서 없애버리고 대신 뮤지컬, 마임, 댄스, 코미디, 패션 등 다른 영역에서도 재미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뽑아와서 전부 다 버무려 아트서커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이 아트서커스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이러한 혁신에서 시작된 태양의 서커스는 레퍼토리도 매우 혁신적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레퍼토리가 나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라스베이거스의 대표 공연으로 자리잡은 물을 소재로 한 ‘오 쇼’, 불을 소재로 한 ‘카 쇼’이다. 타이타닉, 아바타라는 영화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콜라보를 해서 영화 아바타를 무대로 옮겨놓은 ‘아바타 토룩’ 공연도 호응을 얻었다. 또 마이클 잭슨처럼 유명 음악가의 음악을 소재로 한 공연 등 아주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이 태양의 서커스가 가진 혁신의 힘이다.하지만 태양의 서커스도 많은 굴곡을 겪었다. 태양의 서커스가 유행하면서 비슷비슷한 아류 기업들이 많이 생겼다. 그러다가 2015년에 미국의 사모펀드 TPC 캐피털과 중국의 푸싱 그룹에 인수됐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예정돼 있던 모든 공연을 취소하면서 단원의 95%를 내보내고 파산 보호 신청을 했을 정도로 기업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렀다.나는 2014년, 2022년에 태양의 서커스 다니엘 라마르 CEO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2022년에 그는 “코로나19 당시만 해도 단원들을 다 내보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2022년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공연 업계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단원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단원들의 거의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태양의 서커스를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정말 고마웠던 것이 언젠가는 이 서커스를 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대비해 자발적으로 신체를 단련해왔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쇼를 올릴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태양의 서커스는 2022년에 극적으로 공연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2022년, 2023년는 한국에도 왔다. 그때 들고 온 공연이 태양의 서커스의 성공적인 레퍼토리 중의 하나였던 ‘알레그리아’를 업데이트한 ‘뉴 알레그리아’였다.태양의 서커스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피할 수 없는 몇 번의 위기를 겪었지만 살아났다.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CEO는 “태양의 서커스가 여러 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혁신적인 DNA와 브랜드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두 개가 없었으면 아마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블루오션을 만들어낸 대표 기업이면서 아직까지도 계속 혁신하면서 반의 전략을 잘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반 기업 사례 #3. 한국 웹툰한국의 웹툰 역시 반에 해당하는 사례다. 온라인을 뜻하는 웹과 만화(카툰)에서 이름을 따온 웹툰은 한국에서 탄생한 고유한 문화 장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만화라고 하면 일본이 종주국이었다. 애니메이션 역시 일본이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바로 한국의 웹툰이었다. 그전까지 만화를 웹으로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웹툰은 세로로 화면을 내리면서 읽는 방식인데 일본 만화의 경우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읽어내려가는 독특한 구조여서 스마트폰에서 보기가 약간 힘들다.한국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데다 IT 강국이며, 빨리빨리 문화는 웹툰 제작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웹툰은 연재 기간이 매우 빨라야만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볼 수 있다. 한국 웹툰은 이 요건을 잘 충족하면서 만화는 종이로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웹상에서도 볼 수 있다는 컨셉으로 만화 시장을 개척했다.여기에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열심히 몇 년간 노력해서 세계 시장을 뚫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 웹툰이 전 세계적인 팬덤을 이끌고 있고 웹툰을 소재로 한 여러 드라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2022년도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웹툰이 어떻게 만화 종주국인 일본 망가의 아성을 위협하나’라는 특집 기사를 실었을 정도였다. 그런 만큼 한국의 웹툰은 남다른 발상과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합: 끊임없이 변화하며 제3의 길을 찾아라…합 사례 기업 #1. 더현대 서울합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먼저 더현대 서울이 있다. 더현대 서울은 이름부터가 조금 파격적이다. 보통 백화점 이름을 지을 때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신세계 백화점 본점 이런 식으로 지역명이 뒤에 따라붙는데 더현대 서울은 지역명을 떼버렸고 백화점이라는 이름조차 떼버렸다. 백화점이지만 백화점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었다.더현대 서울은 면적의 49% 정도를 물건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조경 및 고객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실내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로 여의도 공원을 70분의 1 크기로 축소해 조성했다. 뜬금없이 백화점에다 이런 공간을 마련했냐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오히려 매력 포인트가 됐다. 실내에서 편하게 녹음이 우거진 것을 보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은 여기서 쉬어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옆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면 거기 가서 구경도 한다.여의도라는 곳은 오피스 지역이기 때문에 주말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백화점은 고객들이 주말에 가장 많이 찾아오는데 이런 여의도에 백화점을 여는 것 자체가 실책이 아니냐는 얘기들도 있었다. 그런데 더현대 서울은 이런 선입견을 깼다. 더현대 서울은 이런 사운즈 포레스트 말고 갤러리도 있어 이 갤러리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더현대 서울의 또 하나의 특징은 팝업 스토어를 상시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팝업 스토어는 잠깐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매장이다. 더현대 서울은 팝업 스토어를 1년 내내 종류를 바꿔가면서 운영한다. 더현대 서울의 디지털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2년간 더현대 서울이 진행한 전체 팝업 스토어는 321개에 달했다. 성공한 팝업 스토어로는 에버랜드의 푸바오 열풍을 이어받은 ‘푸바오의 집들이’, 약 200만명의 유튜버 구독자를 보유한 ‘빵빵이의 일상’ 속 캐릭터 빵빵이를 테마로 팝업 스토어, 그리고 9인조 소년 밴드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팝업 스토어, 중장년층의 향수를 겨냥한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더현대 서울에 놀러 와서 팝업 스토어나 이벤트를 사진으로 찍고 SNS에 올려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더현대 서울은 MZ 세대들의 놀이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크게 성장을 했다.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이지만 단순한 백화점이 아니다. 백화점이라는 업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체험이라는 새로운 놀이 요소를 가미했다. 더현대 서울이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은 시대적인 상황을 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고 2010년대 들어 티몬, 쿠팡 등 소셜커머스까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렸다. 실제로 백화점은 오랜 기간동안 매출이 하락세였다.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유입할 수 있을까를 두고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다가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더현대 서울은 유통과 체험이 결합된 매장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쇼필즈’라는 유통 매장은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면서 특별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곳곳에 예술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브랜드 매장이 미로처럼 펼쳐지는 이곳은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매장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놀이거리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예약제로 운영되는 가이드 투어 ‘하우스 오브 쇼필즈’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매장 곳곳을 다니며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시험 사용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벤트다.또 비슷한 사례로 맨해튼의 완구점 ‘캠프’는 테마에 따라 바뀌는 체험 공간에서 주 고객인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런던의 대표 상징물인 빅벤 주위에 영국과 관련된 제품을 배치해 아이들이 직접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런 컨셉으로 꾸며놓은 놀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다 놀고 난 이후에 피규어나 장난감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결론적으로 더현대 서울은 다양한 물건을 구비하고 판매하는 백화점 업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매장을 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신하는 전략으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브랜드 즉 합을 이끌어냈다◆ 합 사례 기업 #2. 슈나이더 일렉트릭또 다른 합의 사례로 얘기하고 싶은 기업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836년에 설립된 프랑스 기업으로 처음에는 철강을 생산하던 전형적인 굴뚝기업이었다가 19세기 후반에 변압기와 발전기 등 전기 설비 제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그러다가 1980년대에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기업이 너무 방만해서 적자도 많이 났고 계속 끌고 갈 수 없었던 사업 분야도 많았다. 그래서 불필요한 사업들을 전부 매각하고 알짜인 전기 사업만 남겨두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그동안 몇 대에 걸쳐 가족 회사 형식으로 운영되어 온 슈나이더는 방만한 경영이 가족 경영에서 비롯됐다고 자각하며 이때 가족 경영 체제를 그만두고 전문 CEO를 도입해 CEO 경영 체제로 탈바꿈했다. 슈나이더는 이렇게 첫 번째 대수술을 하면서 철강 기업에서 전기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에 두 번째 대수술을 했다. 두 번째 수술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전기에서 에너지 관리 및 제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바뀌었다. 첫 번째 변신이 기업의 존폐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면 두 번째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진행됐다.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전기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바뀌게 된 것은 고객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전기 공급을 하는 고객사로부터 전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요청하는 건수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이것이 바로 고객의 니즈라는 생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으며, 이것이 오히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판단하에 소프트웨어 쪽으로 사업을 다시 바꾸게 됐다기업의 변신이라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길이기도 하다. 잘못했다가는 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이 변신이기 때문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렇게 두 번의 대수술을 겪었음에도 지금까지 꿋꿋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는 그대로 유지하고 그 변하지 않는 바탕에서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첫 번째 변신을 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전기를 남겨놨으며, 두 번째 역시 핵심이 되는 전기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에 대규모 수술에도 불구하고 업의 정신을 그대로 살릴 수가 있었고 지금까지 발전해 오고 있다.나는 장 파스칼 트리쿠아 슈나이더 일렉트릭 CEO와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는 “우리의 변신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전기 기업이다 보니 에너지 효율에 대한 주문이 많았고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 우리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판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제품이 아닌 해결책을 판다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번의 변신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컬럼비아 경영대 리타 맥그래스 교수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처럼 경영이 급물살을 타는 시대에 기업들은 마치 파도 타기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변신을 거듭해야 한다”고 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되는 기업이다.◆ “결코 안 된다고 말하지 마”지금까지 정 반 합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살펴봤다. 여기에서 인사이트 세 가지를 뽑아봤다.첫 번째는 ‘Never Say Never’이다. 직역하면 ‘결코 안 된다고 말하지 마’이다. 오늘날 트렌드가 너무나 빨리 변하다 보니 기업들이 유행을 쫓기에 급급한 사례들을 많이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기업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채 트렌드만 쫓아가다 보면 강점을 잃어버리는 착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당장의 트렌드나 유행과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나의 사업이 남들과 차별화되고 또 나만의 확실한 강점이 있다면 트렌드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다. 그 예로 ‘비 리얼(Be Real)’이라는 소셜 미디어와 충무로 고래사진관을 들어보겠다.먼저 비 리얼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SNS 앱이지만 2019년 프랑스에서 출시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앱은 하루에 한 번씩 무작위로 알림을 보낸다. 그러면 이용자들은 2분 안에 즉석 촬영한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한다. 제한 시간 내 사진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사진을 보정할 수 없고 필터링을 돌릴 수도 없고 메이크업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사실 SNS라는 게 거칠게 얘기하면 허영심의 장이다. 이를테면 이런 곳에 가봤다, 맛있는 거 먹었다, 이런 공연을 봤다 등 뭔가를 자랑하는 공간이지 나는 오늘도 실패했고 상사한테 꾸지람들었고 시험에 떨어졌다는 등을 올리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SNS를 오래 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기존 트렌드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비 리얼이다. 비 리얼은 허영심의 홍수 속에서도 내 모습을 찾고 싶다라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SNS의 취지에 잘 맞지 않는 이 앱이 소수의 매니아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독특한 자신만의 차별화 요소가 가 있기 때문이다.충무로에 있는 고래 사진관은 입구에 들어가면서부터 필름 카메라들이 전시돼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본인이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암실이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고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놀랍게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디지털에 환멸을 느낀 MZ세대들이 많다. 또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인화한 사진을 바로 스캔해 SNS에 올릴 수 있는 공간까지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소수 마니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독특한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해외 여행 잡지 같은 데서 한국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소개가 되고 있다.◆ “너의 강점을 알라”두 번째는 ‘너의 강점을 알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개할 기업은 딥시크와 비야디(BYD)이다.딥시크는 올해 들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중국의 생성형 AI다. 딥시크는 미국의 AI 칩 규제로 인해 하드웨어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다. 딥시크는 이런 불리한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일반적으로 AI 프로그래머들이 AI를 개발할 때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쿠다(CUDA)라고 한다. 쿠다는 배우기가 쉽고 보편성이 있지만 GPU를 많이 잡아먹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딥시크는 PTX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디시크를 개발했다. PTX는 배우기가 어려운 언어여서 일반적인 AI 개발자들은 이 언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데 대신 GPU를 정밀하게 사용할 수 있고, 하드웨어에 주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딥시크는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꿔서 독특한 AI를 개발한 사례다. 이를테면 구하기 쉬운 가성비 좋은 소재를 셰프들의 손맛을 살려 먹을 만하게 만들어 놓은 가성비 좋은 요리라고 할 수 있다.비야디는 원래 배터리 제조 회사로 2000년대 초반에 모토로라. 노키아 같은 휴대폰 기업에 배터리를 납품했다. 그러다가 외연을 확장해 전기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처음에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만 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어느 모터쇼에 비야디의 전기차가 소개됐을 때 미국의 자동차 전문가는 이런 차가 독일이나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5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비야디를 비웃었다. 그런데 비야디는 지금 테슬라의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다.비야디가 매우 빠른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에다 특히 획기적인 배터리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매우 오래가는 배터리로 비야디의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비야디는 자신의 고유한 강점에다 다른 장점들을 덧입혀 사업을 확장시켜 제3의 길을 걸어간 합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보류 ‘왜’세 번째 인사이트는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보루는 왜(why)’라는 것이다. why는 내가 그 일을 하는 뚜렷한 이유이자 목적의식이다.<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책을 쓴 마케팅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은 “비행기 개발에 가장 가까이 가 있었던 사람은 새무얼 랭리였다. 그는 육군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비를 받았고, 그레이엄 벨 등 당대의 유력 인사들과 교분이 있었다. 그런 만큼 뭐하나 빠질 것 없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 비행기를 만든 사람으로 기록된 것은 시골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였다. 그 이유는 새무얼 랭리의 why보다 라이트 형제의 why가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사이먼 사이넥은 이 책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고 또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기업에는 모두 뚜렷한 why가 있다고 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why는 ‘우리는 고객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세상에 흔적을 남기자’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집집마다 PC를’이라는 why를 가지고 있었다. 이 why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확고한 why 위에 정을 할지 반을 할지 합을 할지 자신들의 상황과 관점에 맞게 최적의 전략을 구사했고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사이먼 사이넥의 분석이다.그런데 뚜렷한 why를 가지고 출발한 기업도 시간이 지나고 규모가 커지면 원래의 신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바로 그때 혁신이 사라지고 기업은 방향성을 잃고 헤맨다. 예를 들어 디즈니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why를 가지고 시작했다. 그런데 전형적인 기업가 스타일인 마이클 아이스너가 디즈니스의 지휘봉을 맡으면서 why가 퇴색했고 그래서 위기에 몰렸다. 이후 밥 아이거 회장이 디즈니의 why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면서 원래 궤도로 돌아왔다.why는 한 기업 혹은 한 브랜드의 영혼이나 마찬가지다. why 없는 기업은 지속적인 생존이 불가능하다.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무엇을’이나 ‘어떻게’를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why만은 유지해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을 버리거나 바꿔도 why만큼은 기업이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유일한 보루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Whatsapp으로 메시지를 보내세요 Whatsapp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 보내기이메일
문의하기
+62 21-5296-2129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