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Forum

KOR
The Age of Agentic Economy
KOR
The Age of Agentic Economy
“AGI 시대에 인류 역사의 과거 경험은 무의미, 가장 먼저 경험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미래 준비”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4일 ‘217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에이전틱 경제 시대’를 주제로 강연했다.김대식 교수는 “생성형 AI가 ‘답을 만드는 도구’였다면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며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시장 질서를 바꾸는 새로운 경제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며,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고 자율성을 가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와 AI 에이전트가 노동, 조직, 비즈니스 경쟁력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살펴보고, CEO들이 지금 준비해야 할 AI 활용 전략과 미래 생존 조건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AGI는 소프트웨어만 대체인공지능(AI)은 인간의 특정 능력 하나를 대체한다. 알파고는 바둑을 잘 두고 챗GPT는 대화를 잘한다. 그런데 AGI는 잠재적으로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다. 불과 3년 전 챗GPT가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AI가 인간의 능력을 개별적으로 대체하는 건 가능하더라도 모든 능력을 대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라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었다.하지만 2025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실리콘 밸리의 빅테크들은 매우 재미있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AGI를 논의할 때 개념적 또는 철학적이었는데, 지금은 인간의 모든 능력은 사실 정리되기 어렵고 더구나 정말 모든 능력을 대체해야 될까?라는 현실적인 논의를 하게 됐다.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다 보니까 ROI가 중요해졌고 그래서 모든 능력보다 돈이 되는 능력만 우선 대체해 보자고 생각했다.대한민국을 포함한 대부분 OECD 국가들의 경제 활동을 보면 농업은 10% 미만이며, 제조업은 20~25% 정도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업무와 서비스다. 그럼 업무와 서비스는 무엇인가? 회사에 출근해 컴퓨터를 켰는데 인터넷이 안 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더구나 컴퓨터까지 망가지면 퇴근하는 게 맞다. 바로 이것이 유레카 순간이었다.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AGI는 모든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만 대체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소프트웨어다. AI로 인간이 쓰는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이것도 좁게 해석하면 AGI라고 할 수 있다. AI로 소프트웨어 문제를 풀자라는 게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는데 이것을 ‘바이브 코딩’ 또는 ‘에이전틱 코딩’이라고 부른다.2023년 11월 챗GPT가 등장했다. 당시 챗GPT의 능력은 대화를 하는 거였다. 대화라는 것은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AI가 하는 능력을 만약에 사람이 한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챗GPT의 능력은 30초 정도의 능력을 대체했다. AI 기술은 계속 발달해서 2025년에는 45분 정도의 능력을, 현재는 6시간 정도의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AI의 역사에서 챗GPT가 등장한 2023년보다 더 중요한 시점은 2025년 8~9월이었다. 이때부터 바로 AI로 AI를 개선하는 신기한 일이 벌여젔다.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이 AI를 AI의 개선에 쓰기 시작하면서 AI 성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올해 초 들어 클로드는 챗GPT의 능력을 초월했다.일반인들은 챗GPT보다 제미나이가 더 좋고 제미나이보다 클로드가 더 좋다고 얘기하는데 적절하지 않다. 각자의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클로드는 에이전틱 AI, 제미나이는 콘텐츠, 챗GPT는 대화에 강점이 있다. AI를 어디에 쓰는지에 따라서 선택하면 되겠지만 당연히 비즈니스에서는 현재 클로드가 가장 좋다.AI가 하는 능력을 만약에 사람이 한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의 의미를 다른 예로 설명해보겠다. 두 회사가 있다고 하자.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문제를 풀어야 되는데 한 회사는 AI를 쓰고 다른 회사는 AI를 쓰지 않는다면 두 회사의 경쟁력 차이는 2023년에는 30초였는데 2025년에는 45분으로 벌어지고, 현재는 6시간 정도의 차이가 나고 있다. 문제는 미래다.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다 보니 2026년 말에는 두 회사의 경쟁력 차이는 일주일로 벌어지고 2028년에는 놀랍게도 2년 차이가 나게 된다.여기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I 시대에 절대로 AI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망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으며, 반대로 동일한 일을 하는 경쟁사가 먼저 AI를 잘 활용하는 순간 회사는 어려워지고 망할 수는 있다는 점이다. 그 격차가 2년 이상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 AI를 쓰지 않다면 2년 정도의 마지막 남은 골든타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 엔트로픽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의 충격엔트로픽은 4월 7일 새로운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를 공개해 충격을 던져줬다. 클로드의 라인업은 가장 큰 모델인 오퍼스, 중간 모델인 소넷, 소형 모델인 하이쿠로 이뤄져 있는데 미토스는 오퍼스보다 더 상위 모델이다. 미토스는 원래 4월 말 출시 예정이었는데 정식 출시되지 않고 일부 기업 및 기관에만 공개됐다. 그 이유는 기존 AI 모델보다 2배 정도 코딩을 잘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해킹 능력이 좋아서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금융, 통신, 물류 등 모든 소프트웨어를 다 해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특히 TCP/IP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운영체계인 BSD 유닉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소프트웨어로 알려졌는데 미토스가 지난 27년간 수많은 전문가조차 발견하지 못한 BSD 유닉스의 버그를 발견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미토스를 이용해 인터넷을 완전히 하이재킹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미토스가 불량국가나 테러단에 들어가는 순간 인터넷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결국 엔트로픽은 미토스를 출시하지 않는 대신 ‘프로젝트 글래스윙(Glasswing)’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를 기반으로, 세계 유수 기업들이 사이버 취약점 검증과 대응 체계를 공동 구축하는 국제 협력 체계다.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시스코, 애플 등 150개사가 참여하고 있다.AI 시대에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강력한 AI 모델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가 이론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경쟁자들의 전산망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하나의 전략적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1945년 미국만 핵무기를 가졌을 때 상황과 비슷하다. 지금 중국 리더라면 잠을 못 잘 것이다. 만약에 미국과 중국에 문제가 생긴다면 미국은 군대를 보낼 필요가 없다. 미토스를 뿌려 중국 전산망을 무너뜨릴 것이다.그러면 지금 중국은 밤을 새서라도 미토스급의 AI 모델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GPU 수만 대를 동시에 돌려서 3개월에서 6개월간 학습을 시켜야 되는데 이 비용이 수천 억원 단위다. 그러다 보니 그 정도의 GPU 용량을 가진 국가들 또는 빅테크들만 미토스 수준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현재 그레이스 블랙웰 같은 가장 고성능 GPU의 중국 수출이 금지돼 있어 중국은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을 개발해도 미국 기업들의 모델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 정부에서 뭔가의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다양한 중국 사기업들의 여러 AI 모델들을 하나로 합쳐서 내셔널 챔피언 AI를 개발하거나 사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 센터를 국영화할 가능성이 있다. ◆ 왜 직접 바이브 코딩을 해야 할까?AI는 이 정도로 코딩과 해킹 능력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은 바이브 코딩이었다. 바이브 코딩은 자바, 파이썬, C++ 등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영어, 한국어, 독일어 등 자연어로 코딩하는 것이다. 2025년 하반기에 AI가 AI를 개선하면서 올해 초부터 복잡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조차도 자연어로 코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직접 바이브 코딩을 해보길 바란다. AI는 자전거 타는 거랑 비슷하다. 책으로 배우거나 교수의 강연을 듣지 않고 내가 직접 타보고 넘어지며 고생해야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인류 역사상 다른 사람이 타는 자전거를 관찰만 하고 자전거를 탄 사람은 아무도 없다.왜 직접 바이브 코딩을 해야 할까?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하나의 새로운 문명 또는 새로운 대륙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다. 유럽 구대륙에는 많은 소문이 돌아다녔다. 아메리카 신대륙에는 길거리에 금이 있고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다고.사업하는 사람이 두 명 있다고 하자. 한 명은 아메리카 신대륙에 갔다 온 사람들의 책을 열심히 읽고 강연도 듣는다. 그리고 아메리카 신대륙을 상상한다. 다른 한 명은 모든 것 다 제치고 아메리카 신대륙에 직접 가본다. 누가 성공할까? 당연히 후자이다. 대부분의 역사에서는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웬만큼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일기 예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도 내일 날씨는 오늘과 비슷하다고 하면 80% 맞다. 단 내일 태풍이 불면 100% 틀린다. 이런 걸 특이점이라고 부르는데 역사에서는 가끔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지 않은 특이점들이 종종 있다. 유럽 역사에서는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이 그런 특이점이었다. 현재 AI는 비즈니스 또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특이점이다.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후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똑똑했다. 그런데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에 가장 똑똑한 존재의 자리를 기계에게 넘겨주고 2등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경험할 첫 세대이다. 다시 말해 AGI 시대에 인류 역사의 과거의 경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먼저 경험을 해야 하고 특히 가장 먼저 경험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많은 바이브 코딩 도구들이 있고 사용하기에 너무 쉽다. 이를테면 스웨덴 스타트업 ‘러버블’이 만든 AI 기반 개발 플랫폼은 만들고 싶은 앱을 말로 설명하면 쉽게 만들어주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대한 트렌드를 알고 싶은데 매일 아침 여러 사이트를 들러보고 신문을 읽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든다. 러버블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이트를 긁어모아서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각 국가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정보를 다 가져와서 자동으로 한국어로 번역한 다음에 한 장짜리 뉴스레터로 요약해 매일 아침 8시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주는 앱을 만드는 데 15분이 안 걸린다. 이걸 경험하면 AI에 대한 이미지가 아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모든 기업들이 바이브 코딩을 하고 있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2025년 12월부터 개발자들이 더 이상 코딩을 하지 않고 있으며, 구글의 최신 버전의 제미나이 코드의 75%는 AI가 생성하고 이후 인간 엔지니어의 승인을 거치고 있다. 바이브 코딩을 활용하면 6주 걸리는 일을 6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경쟁사가 쓴다면 우리 회사도 쓰지 않을 수 없다. ◆ AI, 콘텐츠 제작에 획기적인 변화 불러일으켜AI가 AI를 쓰기 시작하면서 콘텐츠 제작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지난 2년간 AI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편집이 안 됐다. AI로 90분짜리 장편 영화를 만들었는데 여자 주인공 얼굴이 10초에 한 번씩 바뀌면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다.이 문제는 올해 1월 중국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시댄스 2.0’을 출시하면서 완전히 해결됐다. 사진 한 장과 짧은 프롬프트만으로 영화 수준의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어낸다. 참고로 현재 AI의 기초 기술은 미국 빅테크가 제일 앞서 있지만 응용 기술은 중국 기업들이 더 낫다. 우리나라와 2년~3년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AI로 만든 영상이 이제 할리우드에서 만든 VFX하고 구분이 안된다. 할리우드 영화는 한 편 만드는데 2천억~3천억이 들지만 AI 영상 생성 모델을 활용하면 몇천만 원에 만들 수 있다.힉스필드라는 아주 흥미로운 회사가 있다. 카자흐스탄 출신 엔지니어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설립한 이 회사는 AI 기반 비디오 제작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힉스필드는 ‘시댄스 2.0’을 사용해 최근 ‘제퍼(Zephyr)’라는 K-팝 걸그룹을 론칭했다. 첫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나서 우리나라 SM, YG, JYP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기존 방법으로 걸그룹을 론칭하려면 10년 이상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런데 제퍼를 준비하는 데 일주일 걸렸고 비용도 몇천만원 정도였다. 제퍼는 5명의 여성 아이돌 그룹인데 다 AI로 만들었고 음악, 노래 모든 것이 100% AI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힉스필드는 제퍼가 실패하면 다음 주에 또다른 그룹을 론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힉스필드는 또 똑같은 기술을 사용해 광고 회사를 차렸는데 이것 때문에 제일기획, 이노션 등이 패닉 상태다. 이전에 광고를 제작하려면 수십억원을 대행사에게 줬다. 그런데 힉스필드 마케팅 스튜디오에 사진 몇 장 찍어서 올리면 하루 만에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광고를 AI로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평가하고 리뷰하는 인플루언서 수십 명을 동시에 만들어준다. 그리고 힉스필드는 ‘바이럴리티 프레딕터’라는 앱을 개발했는데 숏폼이나 광고 영상이 SNS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을지를 AI가 미리 예측하고 점수를 매긴다.구글이 개발한 ‘스티치’라는 바이브 코딩 앱도 직접 써보길 바란다. 엔트로픽이 만든 ‘클로드 디자인’과 비슷한 스티치는 한국어로 디자인을 완벽하게 완성시켜준다. 이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해서 바이브 코딩 도구에 집어넣으면 완벽하게 돌아가는 앱을 만들어준다. 우리가 1~2년 전에 이런 앱을 만들려면 수천만 원 주고 외주를 줘야 했다. 이 스티치를 활용해 가족만의 홈페이지, 가족만의 앱 같은 것을 쉽게 만들 수 있다. ◆ 생성형 AI 마무리되고 에이전틱 AI 시대 열려2012년에 토론토 대학교 제프리 힌튼 교수가 딥러닝 심층 학습이라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인식형 AI가 완성됐고 이때부터 AI가 세상을 알아봐서 우리는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걸 개발하고 있다. 2023년에 나온 챗GPT가 보편화되면서 우리는 생성형 AI 시대에 살고 있는데 생성형 AI는 이제 마무리가 됐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다. 바로 에이전틱 AI가 시작됐다. 생성형 AI가 정보를 만들어준다면 에이전틱 AI는 이를테면 AI가 여행 정보는 물론 예약, 결제까지 다 할 수 있도록 해준다.에이전틱 AI는 원래 2025년에 시작해 2030년에 완성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몇 가지 기술 발전 덕분에 2027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틱 AI가 진짜 AI다. 레스토랑에 비유하면 생성형 AI는 에피타이저이며, 에이전틱 AI는 메인디쉬다.마지막 단계는 피지컬 AI다. 왜 로봇이 필요할까? 에이전틱 AI는 디지털 세상에서만 실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특히 공장은 물질적인 공간이다. 피지컬한 세상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 피지컬 AI의 완성에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1월 ‘오픈클로’가 등장하면서 에이전틱 AI 세상이 바뀌었다. 오픈클로는 매우 흥미로운 에이전틱 AI다. 오스트리아 출신 개발자 피터 슈타인버거가 만든 오픈클로의 등장으로 현재 에이전트 AI가 폭발하고 있다. 왜냐하면 오픈클로는 지휘자 에이전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에이전트 AI 또는 에이전트들이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가 아마 돌아갈 것이다. 이 에이전트들이 서로 소통을 안 하고 독립적으로 일하면 일이 꼬일 수 있다. 다른 회사의 에이전트들이 서로 소통하고 순서를 정리해야 하는데 이러기 위해서는 에이전트들 위에 작동하는 지휘자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사실 2025년에 메타와 오픈AI가 만들려고 시도하다 실패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사람이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1월 깃허브 오픈소스 플랫폼에 올라왔는데 오픈 소스 역사상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됐다.오픈클로는 개인이 만들다 보니까 너무 버그가 많아서 전문가들만 설치하라고 권하고 있다. 일반인이 설치하면 컴퓨터가 하이재킹 당할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가 있는데도 중국에서는 올해 2월부터 오픈클로로 난리가 났다. IT 생태계에 엄청난 AI 열풍이 불어 스타트업이 수천 개 등장했으며, 특히 2월에는 바이두에 오픈클로가 탑재됐다. 카카오에 오픈클로가 탑재된 것과 비슷하다.지휘자 에이전트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만 가장 단순한 게 쇼핑이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하고 결제하면 물건이 우리 집에 배송된다. 그러나 검색과 결제는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데 지휘자 에이전트가 있다면 보안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면 이런 에이전트한테 한 달에 한 번씩 예산만 주면 된다. 그때그때 에이전트가 알아서 필요한 것을 스스로 구매한다. 개인에게 집사가 생기고 기업에서는 에이전트가 직원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그런데 현재 오픈클로는 중국에서 사용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보안 문제 때문이다. 오픈클로를 개발한 피터 슈타인버거는 2월 16일 엄청난 연봉을 받고 오픈 AI로 이직했다. 아마 몇 달 후면 챗GPT 안에 보안 문제가 해결된 오픈클로 같은 지휘자 에이전트 기능이 당연히 들어갈 것이다. 지금 빅테크들은 목숨을 걸고 가장 먼저 보안 문제가 해결된 오픈클로 같은 지휘자 에이전트를 출시해야 한다. 그게 나오는 순간 3년 전에 나온 챗GPT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엔비디아는 ‘네모클로’를 출시했으며, 엔트로픽은 ‘카이로스’를, 구글은 ‘제미나이 스파크’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카우트’를 준비하고 있다. ◆ 에이전트들 간의 전쟁 격화에이전틱 AI가 가장 먼저 영향을 줄 분야는 금융이다. 올해 2월 ‘코인베이스’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에이전트 월렛’을 출시했다. 이 얘기는 앞으로 에이전틱 AI가 독립적, 자율적으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는 ‘에이전트 커머스 스위트’를 만들었다. 이제 이론적으로는 에이전트 AI가 결제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 구글은 에이전트 AI가 물건을 사고팔 수 할 수 있는 프로토콜로 ‘유니버셜 커머스 프로토톨(UCP)’을 만들었다. 이런 것들은 아마 올해 여름이나 가을에 완성될 것이다. 그러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인데 30년 만에 온라인 쇼핑이 에이전트 쇼핑으로 대체되고, 20년 만에 온라인 뱅킹이 에이전틱 뱅킹으로 대체되는 등 점점 에이전트 경제 사회로 바뀔 것이다.온라인과 에이전틱의 차이는 단순하다. 온라인은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소비자가 검색하고 소비자가 선택한다. 에이전틱은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AI가 검색하고 선택해주는 경제 사회라고 보면 된다.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도 요즘 이슈다. 클로드 코워크는 매우 훌륭한 에이전틱 AI이며 대기업의 많은 직원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성능만 좋은 것이 아니고 빨리 업데이트되어 새로운 지식이 지속적으로 추가된다. 새로운 지식이 추가될 때마다 그 지식 서비스를 하는 Saas들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냐하면 에이전틱 AI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1~2년 동안 SaaS 비즈니스 하는 회사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것 같다. 에이전틱 AI가 SaaS를 잡아먹느냐, SaaS가 방어를 하느냐가 관심거리다. SaaS가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개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다가는 에이전틱 AI한테 잡아먹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2026년에서 2027년에 에이전트들 간의 전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그 플레이어들은 주로 미국과 중국 회사들이다. 아쉽게도 한국 회사는 하나도 없다. 이쯤 왔으면 카카오나 네이버가 에이전틱 서비스를 이미 시작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없다. ◆ 에이전틱 AI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에이전틱 AI는 전체 경제 활동의 큰 그림에도 변화를 준다. 역사적으로 해석하면 중세 시대는 봉건주의 사회였다. 봉건주의 사회에는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소비자층이 사실 없었다. 다시 말해서 중세 시대의 모든 비즈니스는 B2B 또는 국가와 국가 간의 비즈니스뿐이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벌어지면서 제대로 된 소비자층이 드디어 생기기 시작했다. 독립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또 하나 등장하다 보니 세 가지 비즈니스가 가능해졌다. 바로 B2C, C2B, C2C다.그런데 2026년에 독립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또 하나 등장했다. 에이전트는 독립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영역이 5가지가 새로 생겨난다. B2A(에이전트), C2A, A2B, A2C, A2A다. 각 비즈니스 영역은 천조 이상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비즈니스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실리콘 밸리에서 약 2주 전이다. 빠르게 이해도가 높아갈 것이며 특히 먼저 해보는 기업들이 이해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이를테면 컴퓨터를 판매한다고 하자. B2B는 회사에 컴퓨터 천 개 납품하는 비즈니스다. 가격이나 신뢰 관계, 서비스가 중요하다. 반대로 컴퓨터를 한 명한테 팔 수 있는 게 B2C다. 가격도 중요하겠지만 광고 이미지도 중요하다. B2A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에이전트 경제 시대에는 사람이 쇼핑을 안 한다. 에이전트가 대신 쇼핑을 한다는 것은 내가 팔고 싶은 물건이 에이전트한테 걸리도록 유도를 해야지 납품 서비스 광고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 에이전트에게 내 물건이 보여야 되는데 그것은 아마 사람이 하지 않을까 싶으며, 물건을 파는 에이전트가 물건을 사는 에이전트하고 협상을 하던가 알아서 할 것이다.에이전틱 AI의 등장은 다른 비즈니스에도 큰 영향을 준다. 바로 데이터센터 인프라이다. AI를 하려면 데이터센터가 많이 필요하다. 첫 번째 LLM을 학습시킬 때 데이터센터가 필요한데 한 번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돈을 벌 수가 없다. AI 모델을 만든 빅테크들은 다 적자다. 돈을 벌려면 이 모델을 누군가 써야 되는데 그 쓰는 과정을 추론이라고 부르고, 추론할 때 그 단위가 토큰이다.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빅테크들은 돈을 벌 수 있다.추론용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2025년 예측으로는 2030년까지 추론용 데이터센터에 약 3천 조 정도를 투자해야 된다는 말이 돌았는데 에이전트 AI가 올해 초부터 가능해지면서 이것보다 10배 정도 규모가 늘어날 거라고 전망되고 있다. 에이전트 AI 시대에는 사람도 토큰을 쓰고 기업도 토큰을 쓰는데 에이전트가 토큰을 더 많이 쓴다. 왜냐하면 에이전트는 쉬지 않고 24시간 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경제 성장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 80% 정도다. 현재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데이터센터와 연관성 있는 비즈니스뿐이다. ◆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 피지컬 AI 경쟁력 있어이 강연의 마지막 주제는 피지컬 AI다. 나는 10년 전까지 로봇을 연구했는데 도중에 포기했다. 2015년 미국 국방부에서 휴머노이드 경진대회를 플로리다에서 개최했는데 KAIST팀도 초대받아 참석했다. 결과는 비참했다. KAIST팀이 만든 로봇은 넘어지고 엎어지고 성능에 문제가 많았다.자연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알프스 산양은 가파른 절벽을 넘어지지 않고 잘 다닌다. 지난 수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를 푼 것이다. 문제를 풀지 못한 산양들은 추락해서 죽어 현재 후손이 없다.우리가 살아 있는 것은 조상들이 몇천만 년 전에 문제를 다 풀었기 때문이다.피지컬 AI에는 큰 비밀이 있다. 학습 기반이기 때문에 로봇들을 훈련시켜 줘야 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훈련 없이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는 시뮬레이션이 70%이며, 30% 정도는 여전히 사람이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피지컬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일 수도 있다.빅테크들이 아무리 GPU가 많아도 학습만은 자동화하는 게 어렵다. 사람이 가르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올해 우한에 로봇 학습센터가 생겨서 지금 수백 명이 앉아서 로봇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데 인건비가 감당이 안 되니까 인도 노동자들을 데려다가 머리에 카메라를 달아놓고 일하는 것을 데이터화하고 있다. 테슬라 같은 회사는 옵티머스를 아르바이트생 대학생들이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런데 학습 기반 AI의 특징은 데이터 분포와 퀄리티가 AI 모델의 퀄리티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챗GPT가 영어만 학습하고 한국어를 학습하지 않았다면 한국어를 못할 것이다. 피지컬 AI도 비슷하다. 누가 학습시켰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현재 미국에서는 대학생들이 로봇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이렇게 배운 로봇들이 제일 잘하는 행동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행동 즉 집에서 청소하기, 세탁기 틀어주기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피지컬 AI의 비즈니스 로드맵에서 가정용 로봇은 가장 마지막이다. 완성도가 제일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 1톤짜리 로봇을 걸어 다니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래서 가장 먼저 적용한 분야가 사람이 없는 제조업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길거리에 다니는 아르바이트생들 데려다가 배 용접을 못 시킨다. 자동차 조립도 못하는데 비행기 조립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 얘기는 진정한 의미에서 제조 피지컬 AI는 반드시 로봇을 학습시켜야 하며, 특히 가르쳐 주는 사람이 일반인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동일한 일을 20년 넘게 한 베테랑들이 가르쳐 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며 기회다.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제조업 비율이 매우 높고 특히 스펙트럼이 넓다. 신기하게 우리는 비행기도 만들고 반도체도 만드는데 김치 공장도 있다. 종이 빨대도 여전히 한국에서 만든다. 창원이나 울산에 가면 똑같은 일을 20년 넘게 한 베터랑 직원들이 아직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은퇴가 멀지 않았다. 젊은 직원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은퇴하기 전에 20년 넘게 그 몸에 쌓아놓은 지식을 데이터화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모션 데이터 팩토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인터넷에 없는 데이터로 만들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 진입 장벽을 하나 만들 수 있다. ◆ “AGI가 마켓파워를 가질 것”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I는 하나의 기술이지만 AGI는 자본주의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AGI로 인해 지능이 자동화된다면 노동의 가치가 0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AGI가 마켓파워를 가질 것이라는 뜻이다. 마켓파워는 시장 지배력이라고 부르는데 한계 비용 이상으로 가격을 마음대로 높일 수 있는 힘이다.여기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지금 어른들은 인생의 행운아라는 것이다. 3년전 챗GPT가 등장했을 때 강연을 듣고 있는 여러분들은 이미 어른이었다. 평생 사람하고만 경쟁했고 그 경쟁에서 이겼다. 그런데 지금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들은 10~15년 후에 취업을 해야할 텐데 그때는 AGI가 있어 어떤 커리어를 선택하든 첫 취업부터 AI와 경쟁해서 이겨야 할 것이다.두 번째는 AI보다 더 저렴하게 일을 하겠다고 해서 취업을 해도 노동의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정상적인 삶을 사는 데 필요한 만큼의 소득을 못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 기본 소득에 관한 얘기를 자꾸 하기 시작했다.엔트로픽은 올해 3월에 에이전틱 AI의 발전 속도와 실제 업무 대체 가능성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에이전틱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은 매니지먼트, 비즈니스, 금융, 컴퓨터, 법률 등의 업무였으며, 대체할 수 없는 일은 공사장, 배관공, 농업, 간호사 등이었다. 이것은 문제다. 에이전틱 AI가 대체하는 일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에서 가장 많은 교육을 받아야 되고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업종들이다. 반대로 에이전틱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업종들은 교육을 많이 안 받아도 되고 소득도 낮다.이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문제다. 예를 들어 판교에서 억 단위의 연봉을 받는 개발자가 바이브 코딩 때문에 실업자가 돼서 바리스타가 된다면 본인의 연봉만 10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소득세도 10분의 1로 줄어들어서 국가적으로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현재 서울 대치동 어머니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국영수 학원에 보내는 대신 예체능 학원에 집어넣고 있다고 한다. ◆ 토큰맥싱 시대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토큰맥싱’이라는 경쟁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토큰을 최대한 많이 쓰라는 것인데 즉 AI를 최대한 많이 쓰라는 의미다.젠슨 황은 엔비디아 엔지니어는 앞으로 본인 연봉의 반 정도를 토큰에 써야 된다라고 했으며, 엑센추어는 토큰을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무분별한 토큰 소비가 업무의 실질적인 효율로 이어지지 않고 막대한 비용만 초래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앞으로 AI 시대의 인건비는 월급 더하기 토큰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서는 CTO(Chief Token Officer)라는 역할이 새로 생겼다. 앞으로 CFO와 CTO의 역할이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AI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과 기업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다. 예를 들어 IT와 HR이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AI가 기업에 도입되는 순간 HR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2023년에는 프롬프트를 잘 입력하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있고 2024년에는 AI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했는데 옛날 얘기다. 2025년부터는 바이브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 2026년 이후에는 최대한 많은 에이전트가 대신 일을 해주는 사람이 가장 경쟁력있는 사람으로 떠올랐다.스탠퍼드 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이전틱 AI를 잘 쓰면 대부분 업무와 서비스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이 30~40% 올라간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생산성이 이렇게 올라가면 미국 기업들은 남는 인원을 해고해 버린다. 아마존은 전 직원 170만 명 중에 70만 명을 2년 후에 해고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법적으로도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니다. 분명히 에이전트 AI를 쓰면 생산성이 올라가는데 남는 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쓰는지가 가장 큰 문제다. ◆ “100칸의 긴 기차의 첫 번째 칸에 타야 먼저 미래를 경험”AI 경쟁은 예측할 수가 없다. 예측을 못하더라도 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AI 경제와 사회는 어딘가로 가고 있는 긴 기차다. 100칸이나 된다. 우리는 이 기차에 타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지만 이미 기차에 타고 있고 마지막 종착역이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까? 그렇지 않다. 어디로 가는지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지만 이 100칸짜리 기차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첫 번째 칸에 타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칸에 타야 기차가 방향을 바꾸는 걸 가장 먼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칸에 탄 사람들은 미래를 먼저 경험한다. 첫 번째 칸에 탄 사람들에게 현재가 100번째 칸에 탄 사람들에겐 미래다. 첫 번째 칸에 탄 사람들은 100번째 칸 사람들에게 뭘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첫 번째 칸에 탄다라는 것은 에이전틱 AI 같은 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쓰는 것이며, 그렇게 하면 이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AI 시대에는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인간이 하는 일을 표로 정리해봤다. 세로 축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들이며, 가로 축은 정답이 있는 일들, 정답이 없는 일들이다. 인간의 미래 업무는 이 네 가지 중에 하나다.누군가 혼자서만 일을 하려고 하며 정답이 있는 일만 하려고 하면 말려야 한다. 이건 AI가 다 대체할 것이다. 혼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데 정답이 없는 일을 선호한다며 좋은 것이다. 그 사람은 연구나 예술을 하면 된다. 정답이 없는 경우에는 사람이 AI와 협업을 하는 게 맞다.함께 해야 되지만 정답이 있는 일들에는 뭐가 있을까? 제일 단순한 건 사회에서 선생님들이나 의사들이 이런 일을 한다. 의사와 선생님들은 정말 중요한 일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에 비해 교과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맹장 수술을 창의적으로 한다면 큰일 난다. 교과서를 따라야 된다. 그럼 이런 건 AI가 다 대체할까? 아니다. 사람과 AI의 역할이 각각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과 숙제 채점 등 기술적인 건 다 AI가 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는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가 있기 때문에 그 관계는 선생님이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서도 이런 일을 하는데 휴먼 스킬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마지막으로 함께 해야 되는데 정답이 없는 일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새로운 비즈니스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이 해야 할 것이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세일즈 마케팅 업무일 수도 있겠지만 영업 에이전트들이 다 할 것이다.마무리하겠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처음 할 때 다 수작업으로 한다. 1883년 칼 벤츠가 처음 자동차를 만들었을 때 수작업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고 엉성했다. 1910년 헨리 포트가 모델 T를 제안하면서 대량 생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덕분에 시간과 돈이 절약되고 퀄리티도 좋아졌다. 2026년 우리가 돈을 주고 구매하는 물질적인 제품은 대부분 공장에서 찍어내고 있다. 최근 에이전트 AI를 연구하면서 느낀 것이 물질적인 제품은 대량 생산하면서 업무와 서비스는 다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업무와 서비스는 지적 능력이 필요한 행위인데 지금까지 지적 능력은 인간만 가지고 있었다. 이제 에이전틱 AI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점점 많은 영역에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하면서 자동화가 이뤄지면 당연히 지적 노동은 대량 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물질적인 제품에서 100년 전에 했던 대량 생산이 이제 업무와 서비스에서도 가능해졌다.AI 시대에 사람과 기계의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경쟁은 나와 나보다 AI를 더 잘 쓰는 다른 인간들과의 경쟁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AI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AI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먼저 이해한 경쟁사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
글로벌 혁신 기업의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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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혁신 기업의 조직문화
“글로벌 혁신 기업의 인사 관리 키워드는 ‘인게이지먼트’”권기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7일, 216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글로벌 혁신 기업의 조직문화’를 주제로 강연했다.권기범 교수는 미국에서 15년간 살면서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어떻게 인재를 경영하고 있는지를 가까이서 관찰한 경험을 살려 빅테크 기업들의 조직문화 구축에 관한 실제 사례를 이번 강연에서 풀어냈다. 권 교수는 2022년부터 미국 텍사스 A&M-커머스 대학교에서 인적 자원 개발과 조직문화를 가르치다가 올해 3월 모교인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임용됐다.권 교수는 또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고성장 기업, 위기를 딛고 재도약에 성공한 모토로라 솔루션, GE 버노바, 델 테크놀로지스 등의 사례를 통해 인재경영 전략이 어떻게 조직문화를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봤다. 특히 조직문화 구축과 인재 경영 실행 측면에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글로벌 혁신 기업의 성공을 왜 HR에게 묻는가?그동안 기업의 성공사례 분석은 주로 경영학과 교수들이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HR을 전공한 특히 교육학 분야의 교수들에게 그런 분석에 대한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어떤 비즈니스의 밸류체인을 혁신한다든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없던 고객을 찾아내는 등의 접근이 매우 중요했지만 지금은 사람을 어떻게 관리했느냐 또 그 사람을 관리하기 위한 툴로서 어떤 인적 자원 관리 시스템과 제도들을 도입했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성과가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같은 혁신 리더들은 매우 독특한 성점을 가지고 있으며, 탑다운 관리로 경영을 해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경영을 하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경영의 성과가 사람의 창의성에서 좌우되는데 실리콘밸리의 똑똑한 친구들은 폭압적인 매니지먼트 방식을 보이는 기업에 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조금만 더 리더십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경영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테슬라 CEO가 가지고 있는 마인드가 마음에 안 들어 탑 엔지니어들이 테슬라에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다.최근에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기존과는 다른 비전 리더들이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AMD의 리사 수,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가 그들이다. 젠슨 황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며, 리사 수 박사는 MIT 반도체 박사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아주 존경한다. 알렉스 카프는 철학 박사로 독특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 이 비전 리더들은 사람들을 감화시킬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지금 엔지니어들은 미래에 대해 매우 불안해한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 앞에 나와 깃발을 들고 이끌어줄 리더를 찾고 있는데 이런 세 명의 리더는 ‘이그제큐티브 프레전스(Executive Presence)’ 즉 경영자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혼란한 엔지니어들이 존재감을 보여주는 경영자들을 보면서 감화되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 저 길이구나라는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최근에 실리콘밸리에서 지향하는 리더십의 형태이다.◆ 초고지능형 성과자의 확보와 보유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현재 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의 비즈니스가 압도적인 자본과 시설들을 기반으로 한 물적 자본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인적 자본의 시대다.특히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특출한 소수의 개인을 초고지능형 성과자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메타는 2025년에 엄청난 인재 약탈전을 벌였다. 1인당 연봉 3천억~5천억을 제시하며 오픈 AI, 구글, 애플 등에서 사람을 빼 왔는데 초고지능형 성과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초고지능형 성과자는 똑똑할 뿐만 아니라 GPU 등 AI 기반의 시스템을 잘 활용해 차별화된 성과를 내고 있다,이러한 초고지능형 성과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떻게 하면 이들을 우리 기업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가에 대해 심리학적인 개념을 소개해보겠다. 그 개념의 키워드는 ‘인게이지먼트’로, 한국말로 번역하면 직무 몰입 또는 직원 몰입이다. 결론적으로 초고지능형 성과자들이 좋아하는 조직문화의 핵심은 인게이지먼트다.학술적인 얘기인데 아놀드 베이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의 조직 심리학과 교수는 직무 몰입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교수나 연구자들의 아카데믹 성과를 체크하는 지표로 ‘구글 스칼라 사이테이션’이 있다. 아놀드 베이커 교수의 논문 인용 건수는 38만 건이 넘는다. 보통 일생에 거쳐서 만 번 정도 인용이 돼도 많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직원 몰입(Employee Engagement)이 21세기 사회화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인적 자본과 사람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직원 몰입이라는 개념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고 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이것은 학문 분야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의 인사 관리 키워드 역시 인게이지먼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매년 지속 가능 리포트(Sustainability Report)를 발간하는데 사람 관리와 관련돼 있는 섹션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 혹은 임플로이 익스피리언스, 탤런트 매니지먼트 등의 용어가 있는데 직원들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미국 경영자들은 서로 만나면 당신 조직의 인게이지먼트는 어떤가, 우리 기업의 인게이지먼트는 이래서 고민이다라고 할 정도로 이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는 경영자 사이에서 보통 명사화가 됐다.◆ 인게이지먼트의 구성요소 ‘활력·동력·몰입력’그렇다면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는 무엇일까? 인게이지먼트의 구성요소는 활력, 동력, 몰입력 등 세가지다. 인게이지먼트는 자신의 일에 몰입해서 일하고 특히 매우 성취 지향적인 일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하고 일의 의미를 찾아내는 매우 주도적인 사람들의 특징이다. 즉 인게이지먼트는 활력, 동력, 몰입력으로 특징지어지는 긍정적이며 성취 지향적인 일과 관련된 심리 상태를 말한다.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상태’이다. 상태라는 개념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인게이지먼트는 심리적 상태이기 때문에 자주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나 초고지능형 성과자들의 변화하는 마음을 잘 컨트롤하고 매니지먼트해야 한다. 매우 적극적이고 실시간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인재나 초고지능형 성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인사 제도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게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대부분의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조직문화에 대해 조사한다. 일정 기간에 한번 직원들의 상태를 체크한 다음에 1년 동안 잊어버리는데 이래서는 안된다. 빅테크 기업들은 1년에 최소한 4번 정도 임직원들의 심리적 상태를 체크하고, 그 결과들을 바탕으로 HR이 무언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인재경영의 방식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인게이지먼트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활력, 동력, 몰입력이라고 했는데 각각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먼저 활력은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일하러 가고 싶다”이다. 동력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이다. 이 말은 내가 하는 일이 나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을 직무 동일시라고 하는데 내가 개발한 상품, 내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등이 나처럼 느껴져서 심리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한 것을 의미한다. 몰입력은 “일할 때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이다. 인게이지먼트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활성화됐을 때 극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매일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하루에 몇 차례씩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재 경영의 교과서 ‘엔비디아’인게이지먼트가 실제 기업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이번 강연에서 소개할 기업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모토로라 솔루션, GE 버노바, 델 테크놀로지스 등 5개사다.먼저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5월 6일 기준으로 주가는 200달러였는데 3년 동안 10배가 올랐다. 앞에서 인적 자본의 시대가 됐냐고 했는데 이젠 HR을 잘하고 인재경영을 잘하는 회사가 주가도 잘 올라간다.엔비디아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일하고 싶은 기업 상위권에 올라있다. 2021년에 엔비디아의 주가는 10불~15불이었는데 이때부터 꾸준히 인재경영을 펼친 것이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엔비디아의 조직문화의 핵심에는 젠슨 황 CEO가 있다. 젠슨 황에 대한 지지율은 98%로 거의 100%에 가깝다. 참고로 일론 머스크는 58%다. 70%만 돼도 테슬라가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기업이 됐을 것이다.엔비디아는 AI 인재 쟁탈전에서도 이직률이 2.5%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임직원 규모는 4만여 명이다. 미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창사 이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다. 퇴직률이 이렇게 낮은데도 1인당 생산성은 최고 수준으로 다른 빅테크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엔비디아의 혁신,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이그제큐티브 프레전스 즉 경영자의 존재감이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원하는 CEO상은 예를 들어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은둔형이 아니라 직접 전면에 나서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이다. 젠슨 황은 가죽 자켓을 트레이드 마크로 일반 대중이나 내부 직원들과 소통을 잘 한다.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주로 조달한다. 그러다 보니 대중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젠슨 황의 앞에 나가 얘기하는 모습들은 내부 임직원들을 감화시키고 있다.엔비디아의 핵심 가치 중의 하나가 ‘지적 솔직함’이다. 이 지적 솔직함이라는 핵심 가치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 실수하는 거를 감추지 말고 그리고 허세 부리지 말고 우리가 진짜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으로 오랫동안 지켜왔다.엔비디아는 기본적인 비전이나 가치 체계가 매우 명확하게 존재하는 까닭에 매니지먼트 방식도 남다르다. 젠슨 황은 조직의 상층부를 수평적으로 만들기 위한 운영 방침으로 60명 정도로 알려진 임원들과 1대 1 미팅을 하지 않고, 임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고 직속 보고를 받는다. 회의는 맥락과 정보를 모두에게 공유하는 오픈형으로 운영된다. 지적 솔직함이라는 핵심 가치 체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 알려진 사실인데 약 50명 정도의 직속 c레벨의 성과급이 같다고 한다. 그래서 내부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또 흥미있는 사실은 말단 직원도 젠슨 황 CEO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직원들과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업무 보고 없이 누구나 핵심 과제 5가지를 젠슨 황 CEO와 이메일로 공유한다는 것이다. 핵심 과제로 맛집 리스트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젠슨 황은 직원들이 보낸 이메일을 거의 다 보고 답변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엔비디아는 또 하나의 매니지먼트 특이 사항으로 정형화된 연간 계획이나 5개년 계획이 없다.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맞춰 플랜을 짜고 바로바로 실행한다.엔비디아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이지만 5년 전만 해도 그래픽 카드 잘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다 보니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인사 제도를 운영해야만 했다. 엔비디아가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HR 제도는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 수준을 주기적으로 체크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테크니컬 래더 기반 멘토링 ▲학자금 지원 ▲가족친화경영 등이 대표적이다미국에서는 엔지니어들에 대한 보상 체계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이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내가 입사 계약을 하면, 주식을 100 준다고 했을 때 매년 25%씩 주는 것으로 4년 동안은 회사를 나가기가 어렵다. 엔비디아는 특히 당일가로 주는 게 아니고 2년 내에 최저가로 준다. 지금 200불이니까 2년 내 최저가는 120불이다. 이 RSU를 다 받으려면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미국은 지금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캐시로 월급을 받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차라리 주식으로 받아서 나중에 올라갔을 때 실질적으로 소득이 높아진다고 믿고 있다.결론적으로 엔비디아는 인재경영에 관한 한 21세기 경영학의 거의 교과서 같은 회사다. 하지만 사실 대단한 것은 없다. 검증된 이론과 연구를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실리콘밸리 주류와 다른 길을 가는 ‘브로드컴’그간 얘기했던 것을 자신의 회사에 적용하면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러기에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 엔비디아와 반대되는 기업을 살펴볼까 한다. 그 기업은 브로드컴이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와는 거의 반대되는 경영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하나의 제품군이나 하나의 섹터에서 꾸준히 30~40년 동안 성장한 기업이라면 브로드컴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했다. 현재 시가총액이 약 3천조 수준으로 2026년 4월 기준 전 세계 6위다. ASIC라는 맞춤형 반도체를 만드는 브로드컴은 2023년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VM웨어를 인수했다. 실리콘밸리 M&A 역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특이하게도 하드웨어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한 사례였다.VM웨어를 인수할 당시 브로드컴은 직원 만족도가 5점 만점에 3.2점으로 엔비디아의 4.6점에 비교해 매우 낮았다. 말레이시아계 화교인 혹탄 브로드컴 CEO에 대한 지지율은 46%로, 수직적이고 엄격한 통제의 문화에다 성과주의 기반의 하향식 의사결정을 하는 아시아 기업 특유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VM웨어는 최고의 직장 중 하나였다. 인수를 당했지만 직원 만족도가 4.4점이며 2024년 최고 직장 7위에 올랐다. 원격 근무에 친화적이고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문화에 강점이 있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춘 그야말로 실리콘밸리다운 기업이었다.브로드컴은 VM웨어 인수 후 1년 만에 운영비를 절반으로 절감하고 영업이익률 70%를 달성했다. 또 2024년 기준으로 이직률이 테크 업계 평균 이하인 2.9%였으며 임원의 68%는 피인수 기업의 임원들이었다.브로드컴의 경영은 인적 자본 관점의 인재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주류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비전 리더십이라든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브로드컴은 M&A를 통해 역량을 확보했다. 수직적이고 하향식의 의사결정으로 복잡하게 합의하는 것보다는 효율과 신속함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물적 자본처럼 생산성을 기준으로 구성원을 판단하며, 성과 중심의 HR은 객관적 지표 기반의 엄격한 평가 체계로 되어 있다.혹탄 CEO의 스타일은 ‘철의 연금술사’로 단기 재무 성과와 M&A 시너지를 중시하며 인기없는 정책도 단호하게 추진한다. 지금 실리콘밸리에는 아직도 재택근무가 많이 남아 있지만 혹탄 CEO는 “재택근무란 없다, 빨리 돌아와라 안 그러면 나가라”고 할 정도이다. 또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종이나 성 구별 없이 기회를 동등하게 주는 등 DEI 관련 많은 활동을 하지만 혹탄 CEO는 그런 것 하지 말고 그냥 일하라는 식이다.브로드컴이 이처럼 엔비디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했음에도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고유의 인재경영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와 장기 혁신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나 내부 육성만으로는 AI 시대의 빠른 혁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바이 전략을 구사하며, 신상필벌의 원칙으로 성과 기반 HR 시스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게 그것이다.◆ 올드보이들의 귀환: 모토로라솔루션·GE버노바·델테크놀로지스지금까지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두 빅테크 기업의 인재경영을 비교해 살펴봤는데 이제는 ‘올드보이’를 얘기해 보겠다. 이 올드보이들은 과거에는 성공했던 기업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혁신을 잃고 경쟁에서 도태됐다가 최근에 다시 살아난 기업이다. 그 주인공은 모토로라솔루션, GE버노바, 델테크놀로지스 등이다. 이 기업들을 얘기하는 이유는 인재경영이 빅테크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모든 기업들이 잘 나가다가 저성장기를 맞는다.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이익률이 급락하면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제일 먼저 삭감된다. 그러면 우수 인재가 이탈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시장 경쟁력이 약화돼서 다시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것이 HR에서 바라보는 위기의 악순환이다.저성장기에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때 어떻게 인재경영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해서 답을 제시한 곳이 바로 이 세 기업이다. 절치부심 끝에 돌아온 이 올드보이 기업들은 경영 성과는 물론이고 ‘일하고 싶은 회사’로서 신뢰와 평판을 회복했다. 모토로라는 기존의 휴대폰 등 많은 비즈니스를 다 정리하고 보안 솔루션과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무너질 줄 알았던 공룡 기업 GE는 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는 GE 버노바를 비롯해 의료기기 사업을 하는 GE 헬스케어, 항공 사업 전문 GE 에어로스페이스 등 세 개 기업이 남으며 다시 올라서고 있다. 그리고 델 테크놀로지스는 PC 사업에서 나아가 서버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지금 AI 서버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세 기업 모두 지금 너무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뒤에는 HR이 숨어 있다. 이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구글이나 엔비디아 등으로 흘러가며 사람 뽑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뽑아서 떠나지 않게 유지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모토롤라 솔루션은 최근에 가장 좋은 인재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 직원 만족도가 4.3점이며 CEO에 대한 지지율은 93%이다. GE 버노바와 델 테크놀로지스도 직원 만족도가 4점에 근접한다. 직원 만족도가 4점 정도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세 기업의 공통점은 내부 직원들이 자기 회사의 주요 장점으로 훌륭한 동료를 꼽았다는 점이다. 즉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강한 조직을 만드는데 주력했고 바로 이것이 성공한 요인이었다.◆ 세 기업의 공통 분모 ‘훌륭한 동료’와 ‘직무 배태성’세 기업의 또다른 공통점은 직무 배태성(Job Embeddedness)이다. 직무 배태성은 조직 내에서 내가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심리학적 개념이다. 다시 말해 내가 조직 내에 얼마나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으로, 그 핵심 구성요소는 ▲연결 ▲적합성 ▲희생 등 세가지다.먼저 연결은 조직 내 인간관계의 밀도가 너무 강해서 “내가 이 사람들 때문에 우리 조직을 떠날 수 없어”라는 마음 상태이며, 적합성은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너무 마음에 들어 좀 덜 벌더라도 이 조직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며, 희생은 퇴사 시에 감수해야 할 손실이 너무 커서 이직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를테면 RSU와 비슷한 개념이다.모토롤라 솔루션은 기업의 슬로건으로 ‘최종 목적지로서의 일터(Destination Workplace)’를 내걸고 있다. 미국인들은 생애에 걸쳐 평균적으로서 10회 이상 이직을 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모토로라 솔루션은 미국 기업답지 않게 이 직장이 당신의 마지막 목적지로서 프로페셔널로서의 경력이 여기서 끝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세 기업의 특징은 과거에 잘 나갈 때 대규모 연수원에서 교육, 훈련을 했다는 점이다.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은 누구나 이곳에 한번 가보고 싶은 꿈의 장소였으며, 모토롤라도 사내 교육기관으로 모토롤라 대학을 운영했으며, 델 테크놀로지스 역시 사내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조직이었다. 지난 20~30년 동안 이런 대규모 연수원이 미국에서는 거의 다 사라졌다.모토로라 솔루션은 대규모 연수원에서 집합 교육하는 전통적인 교육의 향수가 남아 대면 리더십 개발 교육을 유지하고 있으며, 포용적인 조직문화 활동, 유연 근무제와 가족 진화 복지 등을 시행하고 있다.GE 버노바는 사업이 순항하면서 2024년 매각된 GE 크로톤빌 연수원의 향수를 되살려 GE 버노바 대학을 출범해 온보딩부터 학습, 경력 개발까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경험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GE 버노바의 직원 경험 전략은 입사에서부터 퇴직까지 모든 중요한 적정 포인트에서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GE 버노바는 특히 c 레벨과 HR 비즈니스 파트너(HRBP)가 밀착된 리더십 체계를 구축했다. HRBP는 인사 전반의 지식 뿐만 아니라 재무적인 감각을 갖고 있으며,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로 회사의 성과를 극대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HRBP의 급여는 보통 인사팀 직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으며. 탑 매니지먼트와 밀착해 임플로이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델 테크놀로지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오스틴에는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기반의 인재 경영에 힘쓰며 직원의 소수 인종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인력의 50%, 임원의 40%를 여성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 기업의 인재경영 혁신 위한 제언세 기업의 공통 전략은 세 가지인데 ▲연결을 강화하는 활동 ▲적합성 재정렬 ▲희생 요인 축적이 그것이다.미국에는 ERG(Employee Resource Group)라는 자발적 직원 모임이 있다. 사내 동호회 같은 개념인데 단순히 동호회가 아니라 인재 연결, 내부 연결, 사회 연결 등의 도구로 많이 활용된다. 즉 비전통적인 인재 풀과의 접점을 형성하거나 멘토링과 유대감 형성의 장,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가교 역할 등을 하고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13개 ERG를 두고 전세계에 걸쳐 469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세 기업은 적합성 재정렬의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적합성 재정렬의 주요 활동으로는 조직의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전략 방향성을 공유하는 ‘개인-조직 적합성’, 스킬 교육이나 경력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개인-직무 적합성’ 등이 있다.희생 요인 축적은 이직 시 감수해야할 유·무형 손실을 극대화해서 직원들이 “굳이 옮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강화하는 것이다. 유·무형의 손실로는 금전적으로 지역 기반 생활비 우위, 주식 기반 보상, 유연 근무제 및 재택 근무, 비금전적으로 ERG 기반 유대망, 포용적 조직문화, 워라밸과 가족 친화 경형 등을 들 수 있다.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의 인재경영 혁신을 위한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한국 기업은 HR 제도의 경직성이 너무 심하다. 산업화 시대의 제조업 중심의 HR 시스템에 갇힌 조직 운영을 하고 있다. 경영 전략 파트너로서 HR이 야성을 상실해 수동적으로만 일을 하고 있다.그래서 담대한 HR 제도의 혁신이 시급하다. 그것은 바로 RSU(양도제한 조건부주식)와 ESPP(종업원 주식 매입 제도) 등 주식 기반 보상 도입, 스킬 기반 HR로 엔지니어링 레벨제 구축, HRBP 도입 등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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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노벨경제학상이 한국 산업에 주는 교훈
“제조현장 ‘처방적 지식’과 학계 ‘명제적 지식’의 결합이 창조적 혁신 이끈다”S&H연구소장 민태기 박사가 3일, 21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5 노벨경제학상이 한국 산업에 주는 교훈’을 주제로 강연했다.유체역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민태기 박사는 이번 강연에서 “제조현장의 처방적 지식과 학계의 명제적 지식의 결합이 증기 기관으로 대표되는 산업 혁명을 만들었다”며, “여전히 제조현장과 엔지니어를 외면하는 우리나라의 풍토는 산업의 미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스티브 잡스의 ‘리버럴아츠’를 인문학으로, 다이슨 제품 설계를 디자인으로 오해한 결과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살펴보고, 우리 일상에서의 다양한 창조적 혁신 사례를 바탕으로 기성세대가 가져야할 문제의식을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짚었다.민태기 박사가 연구소장으로 있는 S&H는 초소형 터보제트엔진을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으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리버럴 아츠와 엔지니어에 대한 오해의 결과먼저 우리 사회에서 오해하고 있는 몇 가지 언어부터 살펴보자. 대한민국 역사상 인문학이 가장 흥했던 시기는 2011년이다. 인문학 관련 서적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했고 기업은 인문학자를 초청해 특강을 하는 등 인문학 인재를 키워내려고 여러 방안을 강구했다.이런 인문학 열풍의 배경에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2011년 3월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2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애플은 테크놀로지와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의 교차점에 있다”며,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됐고 인문학이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언론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말한 리버럴 아츠를 모두 인문학이라고 해석했다.스티브 잡스가 말한 리버럴 아츠가 진짜 인문학일까? 리버럴 아츠는 중세 대학에서 필수 교양으로 가르치던 7가지 과목 즉 ‘자유7과’를 말한다. 이 과목은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학, 천문학 음악이다. 이게 어떻게 인문학인가? 대학이 원한 것은 문·이과 통합형에다 예체능까지 겸비한 르네상스형 인재였다.당시에 생각했던 리버럴 아츠의 예를 볼 수 있는 하나의 그림이 있다. 바티칸 박물관에는 16세기초 르네상스 화가였던 라파엘로의 그림으로 가득 찬 방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그림이 ‘아테네 학당’이다. 라파엘로는 자기보다 2천 년 전에 살았던 그리스 로마의 고대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 사상가들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겼다. 내가 관심있는 사람은 제일 구석에 있는 피타고라스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타고라스가 보고 있는 그림이 있다. 그 그림의 제일 위에 6, 8, 9, 12라는 로마 숫자와 도식이 그려져 있다. 이 숫자들을 전개하면 진동수비 1:2, 2:3, 3:4가 만들어진다. 이 비율로 악기를 조율하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피타고라스 음률이라고 한다. 화가 라파엘로는 음악의 기초를 만든 인물로 수학자 피타고라스를 바티칸 박물관에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 예술의 경계를 넘는 것, 이것이 바로 리버럴 아츠다.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업적과 관련해 ‘파괴적 혁신’을 얘기해보겠다. 파괴적인 혁신은 거의 다 노동 생산성과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석기 시대가 왜 청동기 시대가 됐을까? 석기 부족과 청동기 부족이 전쟁을 한다고 했을 때 첫째 날 전투에서 두 부족이 전부 무기를 다 소진했다고 하자. 그러면 그 다음날 재전투를 위해 석기 부족은 돌을 갈아야 한다. 반면 청동기 부족은 거푸집에다 청동 용액을 부어 밤새 천 개, 만 개의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공존할 수 없는 기술 이게 바로 파괴적 혁신이다. 그래서 파괴적 혁신을 얘기할 때 노동 생산성은 매우 중요하다.인터넷에서 노동 생산성 순위를 검색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오는데 착시다. 한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세계 탑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로봇 도입률이 매우 높다. 중소기업들도 로봇 자동화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 생산성이 낮은 것은 자영업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처방적 지식과 명제적 지식이 결합한 독특한 문화가 산업 혁명 탄생2025년 노벨 경제학상은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을 규명한 조엘 모키어, 필립 아기옹, 피터 하윗 세 명이 공동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 세 명의 업적에 대해 “혁신이 계속되려면, 무언가가 작동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왜 그런지 과학적 설명도 필요하다. 산업 혁명 이전에는 이게 부족해서 발견과 발명이 발전하기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이 세 명의 공동 수상자는 연구 기여도에 따라 상금을 나누어 받았는데 조엘 모키어 50%, 필립 아기옹 25%, 피터 하윗 25%였다. 가장 기여도가 높았던 조엘 모키어는 <성장의 문화>라는 저서에서 역사적 관찰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어떻게 서구에서 가능했는지, 왜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시작되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처방적 지식(prescriptive knowledge)’이 ‘명제적 지식(propositional knowledge)’과 결합하는 독특한 문화가 산업혁명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하며, 그 시작점을 증기기관의 탄생으로 보고 있다.예전의 과학 이를테면 이집트 피라미드, 우리나라 에밀레종, 고려청자, 금속활자 등은 왜 전승이 안 됐을까? 어떠한 기술 장인들이 창조적인 발견을 했지만 학자들이 과학적 설명을 붙여서 책으로 만들지 않으면 즉 그 논리를 만들지 않고서는 전승이 안 된다.노하우가 중요한 기술 장인들의 지식이 처방적 지식이라면 책으로 기술되는 지식은 명제적 지식이다. 노하우는 단절될 수 있지만 책으로 기술되는 명제적 지식은 전승된다. 만약 피라미드를 건축하는 기술이 명제적 지식과 결합했다면 이미 몇천 년 전에 지금 두바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올렸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고려청자 만드는 기술을 전승했다면 서양을 능가하는 세라믹 기술을 발전시켰을 것이며, 에밀레종을 만드는 기술을 이어갔다면 세계 최고의 주조 기술을 가졌을 것이다.조엘 모키어의 <성장의 문화>에 따르면 뉴턴이 활동했던 시대만 해도 다른 나라와 비슷했던 영국의 GDP는 증기 기관이 탄생하자마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바로 증기 기관은 명제적 지식과 처방적 지식의 성공적인 결합을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성장의 문화>에서는 증기 기관이 탄생하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길게 얘기한다.◆ 1776년 세가지 사건: 국부론 출판, 증기 기관 제작, 미국 독립 선언서 발표1776년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출판하고, 제임스 와트가 증기 기관을 제작하고,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 독립 선언서를 발표한 해다. 놀랍게도 이 세 가지 사건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먼저 1750년대 영국의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래스고라는 도시로 가보자. 제임스 와트는 능력 있는 기계공이었지만 장사에는 재능이 없었다. 당시 애덤 스미스는 글래스고 대학교의 도덕 철학 교수였는데 길을 가다 제임스 와트를 발견하고, 글래스고 대학교에 들어와 교수들의 실험 실습 기자재를 손봐줄 것을 요청했다. 제임스 와트는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연구 장비로 들여온 ‘뉴커먼 증기 기관’의 수리를 맡게 되면서 처음으로 증기 기관을 접했다. 이때가 1763년이었다. 뉴커먼 증기 기관은 1712년 영국의 발명가 토머스 뉴커먼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증기 기관이었다. 그런데 뉴커먼 증기 기관에는 상변화로 인한 열 손실 문제가 있었다. 앞에서 말한 처방적 지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제임스 와트는 글래스고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였던 조지프 블랙 교수를 통해 ‘잠열’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와트는 기존 증기 기관에서 발견된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차후 본인의 증기 기관의 제조 과정에서도 당대 지식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렇듯 제임스 와트의 증기 기관 발명 사례를 보면 명제적 지식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1763년 애덤 스미스에게 영국의 재무장관인 타운센드가 찾아온다. 당시에 영국의 귀족들은 자기 아들을 명망가 있는 교수에게 맡겨 유럽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유적들을 탐사하는 ‘그랜드 투어’라는 관습이 있었다.애덤 스미스는 타운센드의 아들과 여행을 하면서 프랑스의 많은 지식인들과 교류를 하게 되고, 재화는 쌓아두는 게 아니고 돌리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의사였던 프랑수와 케네와의 만남으로 자유방임 시장 경제의 원리를 알게 되고 그렇게 해서 애덤 스미스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10년간 저술한 책이 <국부론>이다.애덤 스미스가 타운센드의 아들과 여행 중에 프랑스 파리에 갔는데 벤자민 프랭클린이 찾아와 여러 경제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때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식민지 미국의 대표가 벤자민 프랭클린이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영국이 매기는 과도한 세금 이른바 ‘타운센드법’의 개선을 요구했다.당시 프랑스 계몽 철학자들의 대부분은 뉴턴 물리학에 치중했는데 뉴턴의 물리학은 존 로크의 사회 계약설 등 근대 계몽주의 사상의 핵심 토대가 됐다. 이런 경험을 통해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에 가서 독립 선언서를 기초하게 되는데 첫 문장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이다. 미국은 수천 년의 인류사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명제를 정립한 최초의 나라가 됐다.1776년에 발생한 이 세 사건으로 서양에서 자본주의 혁명, 산업 혁명 그리고 정치 혁명이 시작됐다. 여기서 증기 기관이 중요하다. 기술 장인을 발탁한 사람이 누구이며, 그 기술을 설명해 주는 사람은 누군가? 바로 대학 교수이다. 처방적 지식(제조현장)과 명제적 지식(학계)의 결합, 그리고 이를 문화로 만든 일군의 ‘문화적 사업가’들이 산업 혁명을 만들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여전히 제조현장과 엔지니어를 외면하는 풍토는 우리 산업의 미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례로 2025년 11월에 중국은 물없는 고비사막에 건설한 토륨 용융염 원자로에서 세계 최초로 토륨을 우라늄 핵연료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10대 일간지는 전부 용융염 원자로를 소금 원자로로 보도했다. 그런데 여기서 염은 소금이 아니다. 토륨 용융염은 방사능 물질이다.◆ 디자인은 예쁜 외관이 아닌 ‘설계’다시 리버럴 아츠로 돌아가보자. 국내 대학의 어느 교수는 애플이 디자인 기업으로 전락했다고 했는데, 리버럴 아츠에 대한 오해가 애플 제품에 대한 오해로 이어진 것이다. 대개 디자인을 맵시가 예쁜 외관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원래 의미는 설계이다. 디자인은 제품을 만드는 부품 설계와 공정 설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애플은 모든 신제품 발표회에서 해당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제조 공정을 공개할 때가 많다. 애플의 아이패드에서 제일 비싼 부품은 디스플레이도, 리튬 이온 배터리도, CPU도 아닌 금속 껍데기다. 이것을 만든 사람이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였다. 우리는 보통 디자이너 하면 멋있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연상한다. 그런데 조너선 아이브의 모습을 보면 공장 노동자같은 복장이며, 작업실에는 절삭 가공용 공작기계 CNC 머신이 있다. 조너선 아이브는 영국의 디자인 스쿨 출신인데 제조 공장처럼 꾸민 작업실에서 CNC 머신으로 제품을 설계했다.우리나라 제품 디자이너 중에 이처럼 스스로 CNC 머신으로 금속을 깎아가면서 제품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삼성이나 LG의 제품 디자인실을 다 가봤는데 그림만 그릴 뿐 제조 공정에는 관심이 없다.애플의 디자인 스쿨에서는 금형 파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출 조립까지 가르친다. 조너선 아이브와 같은 디자인 스쿨 출신이었던 제임스 다이슨의 다이슨에서는 입사를 하면 누구든지 제품의 분해, 조립부터 시킨다. 그래서 국내 대기업의 어떤 디자이너가 회사에 CNC 머신을 사달라고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NC 머신의 가격이 비싸고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애플의 이같은 디자인 철학은 제품 원가에 직결된다. 정밀 통가공으로 부품 수를 줄이고, 줄어든 부품 수는 조립 공정의 축소로 이어지며, 조립 공정의 축소는 생산 원가에 반영된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18년 동안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수량 기준으로 약 15% 정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영업이익의 점유율은 80%가 넘는다.민간 우주항공 기업인 스페이스X는 미국 내에서 원재료 조달부터 부품 생산, 최종 조립 및 발사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데 1단 로켓과 엔진을 회수해 재사용함으로써 로켓 발사 비용이 우주 개발 기술의 강국인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훨씬 싸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가능한 로켓 엔진인 랩터는 지속적으로 부품수를 줄여 그 모습이 지금은 매우 단순화됐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다.2024년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로봇팔을 이용해 로켓 추진체인 슈퍼 헤비를 공중에서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세상이 놀랐다. 국내의 어느 신문 사설에서는 “대학의 교육 혁신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유명 대학의 상당수는 전기차 시대에 아직도 내연기관 위주로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코미디다. 인류가 가진 모든 발사체 엔진은 내연 기관이다. 스페이스X 엔진은 전부 내연 기관이며 아르테미스도 내연 기관이다.골프 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산화한 가스터빈 블레이드를 형상화해 디자인됐다. 두산그룹이 명운을 걸고 개발한 이 가스터빈 블레이드는 극도로 높은 온도와 회전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된 첨단 기계 부품이다. 두산은 국산화해 성공한 가스터빈을 2025년 10월 미국 빅테크 기업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며 해외 첫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이처럼 산업 현장은 매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창조적 혁신 사례: 나이키, 에펠탑, 다이슨상식을 뒤엎는 창조적 혁신의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나이키 창업자 빌 바우먼이다. 빌 바우먼은 미 오리건대 교수로 육상 코치였는데 더 가볍고 성능 좋은 운동화를 연구하다가 아식스의 운동화 대리점을 하기도 했다. 당시에 아식스 운동화는 철제 스파이크를 박았는데 선수들끼리 부딪히면 부상이 심했다. 빌 바우먼은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아내가 아침 식사로 와플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와플 기계에 고무를 부어 운동화 밑창을 개발했다. 이 운동화를 신은 선수들의 기록은 당연히 좋아졌다. 이것을 계기로 나이키를 창업했다. 아내는 와플 기계를 버렸는데 나중에 발견해 지금은 나이키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나이키 농구화 브랜드는 조던인데 육상화 브랜드는 와플이다.다음은 에펠탑 얘기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에펠탑은 한 변의 길이가 125m인 정사각형 위에 높이 324m로 세워진 거대한 건축이다. 무게는 7700t으로 에펠탑 크기의 원통을 채운 공기 무게 9540t보다 가볍다. 이처럼 에펠탑이 큰 규모에 비해 무게를 대폭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인체의 뼈 구조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에펠탑은 인체의 골격을 모방했다. 그 시작은 공대 교수가 우연히 방문한 의대 해부학 교실에서였다. 인체의 뼈 구조는 대개 외곽이 치밀하고, 중심은 성글다. 그 교수는 인체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받는 넓적다리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밀고 당기는 힘이 반복되며 가해지는 하중들은 연약한 뼈의 중심부를 피해 단단한 외곽부로 분산되고 있었다. 해면골이라 불리는 중심부의 엉성해 보이는 조직이 이 분산을 담당한 것이다. 이렇게 외부와 내부로 강약이 구분되면, 뼈 전체가 튼튼할 필요가 없어 무게도 줄이고 하중도 잘 버틸 수 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바깥쪽은 튼튼하게 하고 안쪽은 거의 철사처럼 만든 것이 에펠탑이다. 이것도 처방적 지식과 명제적 지식이 결합한 것이다.애플과 마찬가지로 다이슨의 디자인도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임스 다이슨이 청소기 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것 중 하나는 3차원 원심 임펠러이다. 원심 임펠러는 공기를 잘 압축하므로, 이를 반대로 작동시키면 공기를 잘 빨아들인다. 기존에는 단순한 2차원 임펠러를 사용해 효율이 높지 않았다. 그런데 다이슨은 우주항공에서나 사용되던 3차원 원심 임펠러를 과감히 도입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곧 후발 주자들이 이를 따라갔다. 그러자 다이슨은 한발 더 나아간다.원심 임펠러는 공기를 잘 압축하지만, 유량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유량을 증가시키는 것은 축류 임펠러이다. 다이슨은 터보제트 엔진에 사용하는 고성능 축류 임펠러를 헤어드라이어에 장착했다. 그리고 단숨에 세계 시장을 휩쓴다. 또 후발 주자들은 이를 따라갔다. 그럴수록 다이슨은 더 앞서간다. 이번에는 항공 엔지니어 헨리 코안다가 발견한 코안다 효과를 이용한 제품을 출시한다. 모발 손상 없이 머리를 가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코안다 효과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누구도 이를 헤어 스타일링에 쓸 생각을 못했다. 주목할 점은 이 제품들의 중심이 되는 초고속 회전 모터를 단일한 크기로 디자인했다는 사실이다. 다이슨의 경쟁력은 이렇게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엔지니어는 크리에이터”이것들이 영국에서 탄생한 배경을 살펴보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취약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해 1851년 만국박람회를 열었다. 이 박람회의 성공을 토대로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인 앨버트 공의 주도로 사우스 켄싱턴 지역에 알베르토폴리스라는 문화·과학·교육 지구를 조성했다. 여기에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과학 박물관, 로열 앨버트 홀 등 주요 문화 기관, 그리고 왕립예술학교와 임페리얼 칼리지 등 교육 기관이 밀집해 있다.조너선 아이브와 제임스 다이슨은 모두 공대가 아니라 디자인 학교 출신이다. 그들이 공학적 원리를 디자인에 도입한 것은 경계를 넘는 폭넓은 시야에서 가능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모교였던 왕립예술학교 학장을 맡았고, 후임 학장은 조너선 아이브였다.이 사람들은 어떻게 디자인 스쿨에서 엔지니어링 지식을 얻게 됐을까? 영국의 이공계 중심 대학인 임페리얼 칼리지 디자인 스쿨에서는 그림 그리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도금 열처리 등 생산 공정을 가르친다. 여기에 입학하려면 이공계 전문 지식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며 미분 방정식도 풀어야 한다. 런던의 과학박물관에 들어가면 1층 전체가 증기 기관이고 그걸 만들어낸 공작 기계, 보링 머신들이 있다. 이것들이 바로 명제적 지식과 처방적 지식을 말했던 조엘 모키어가 전하는 핵심적인 메시지이다.나는 2026년 2월 23일 UNIST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아주 짧은 실험 영상을 보여줬다. ’콜럼부스의 달걀‘이었다. 달걀 10구를 사다가 사무실 책상 위에 세워보았는데 잘 세워졌다. 축사에서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포기하지 말고 해보라는 것이었다. 남이야 뭐라든 제 갈 길을 가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소비되는 달걀은 180억 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세워볼 만하다.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은 선입견을 갖고 그냥 믿어버리기 때문이다.엔지니어는 엔진을 만드는 사람이다. 엔진은 연기를 내뿜는 내연 기관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물을 뜻하는 ’인제니움(Ingenium)‘이 어원이다. 컴퓨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찰스 배비지가 제시한 초기 컴퓨터에 엔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크리에이터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은 늘 경계 너머에 있기에 엔지니어는 경계를 넘어야 한다.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제임스 다이슨은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생산 현장과 거리를 두고, 공대 출신조차 엔지니어라 불리기를 꺼린다. 엔지니어라는 언어에 대한 오독이 있기 때문이다.아까 말했던 리버럴 아츠나 엔지니어에 대한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불확실한 대외 여건으로 우리 산업에 대한 걱정이 많은 상황에서 처방적 지식과 명제적 지식이 결합된 창조적 혁신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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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먼저 포착해 가장 빨리 행동한 사람”조원경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5일, 21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격변의 시대,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올해 1월 <부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읽는가>를 펴낸 바 있는 조원경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격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자산 격차를 만드는 핵심적인 힘은 정보의 양이 아닌 자본주의를 읽는 관점이다. 수요와 공급, 권력과 자본의 흐름, 기술과 정책 변화가 산업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 내용.◆ 격변의 시대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우리는 지금 격변의 시대(turbulent times)를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격변의 시대’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 불확실성이 더욱더 가중되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을 강조한 듯싶다. 실제로 우리는 ‘룰’보다는 ‘재량(discretion)’에 의해서 움직이고, 자국의 안보가 자유무역을 대체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는가? 어제의 동맹도 오늘은 아닐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숲과 나무를 함께 바라보면서 어떻게 우리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누군가에게는 자본주의 세상이 매우 엄혹한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빌 게이츠는 2007년 하버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인생은 공정하지 않다(Life is not fair)”라고 했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는 불공정하다”는 것을 먼저 깨닫는 것이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지금 세계는 전레없는 경제적,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사회·기술·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현재의 불확실성은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변동이다. 그래서 정책·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재설계가 필요하며, 개인과 국가 모두 ‘격변’을 전제로 한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자본주의의 언어로 세상의 규칙을 읽어라부자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규칙을 먼저 읽고 움직인 사람이다. 자본주의는 규칙을 모르는 자에겐 매우 가혹하다. ‘자본주의 언어’를 기본적으로 잘 습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부자가 읽는 세상의 규칙은 우리가 이미 다 아는 것들이다. △수요와 공급 △희소성 △기회비용 △80;20으로 보는 부의 쏠림 △위기를 극복하는 회복탄력성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규칙을 잘 생각하지 않는다.첫째, 수요와 공급은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기본 법칙이다. 투자는 미래를 맞히는 일이 아니라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일이다. 시장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는 수요와 공급이란 기본 법칙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원칙과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시장은 늘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을 관통하는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 그 원칙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가질 수 있다.둘째, 희소성은 자본주의의 질서를 파악하는 기본 원칙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이를 충족시켜줄 자원의 양은 유한하다.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은 경우 그 재화나 서비스는 희소성을 지닌다. 귀금속이 적게 생산되어도 별다른 수요가 없으면 희소성을 띠지 않는다. 희소성은 선택의 문제를 만든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다. 문제는 가장 값비싼 게 아니라 희소한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할 것인가이다. 결국 희소성은 우리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에 대한 의문이다.나 자신을 희소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내가 정말 희소한 가치를 가진다.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희소하니까 가치가 있듯이 희소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내 자신이 희소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결국 희소성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키는 원리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셋째,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하게 되는 다른 선택의 가치다. 기회비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선택할 때 매몰비용 즉 이미 투자하거나 지출한 비용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과 부자는 단순히 얼마 벌었는지만 계산하지 않고 내가 놓친 기회가 무엇인지를 더 생각한다. 기회비용을 이해하게 되면 선택이 훨씬 신중해지고, 투자할 때도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결국 경제란 모든 선택이 가진 숨은 값어치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위기를 버텨내는 최고의 기술 ‘회복탄력성’전세계 20% 인구가 80%의 부를 소유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있다. 지금은 훨씬 더 적은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프랑스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발견한 이 법칙은 소수 인원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균형적 분배 현상을 설명한다. ‘2080’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칙은 노력, 투입량, 원인 등의 작은 부분이 대부분의 부, 성과, 산출량, 결과 등을 이뤄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서 매출의 80%가 전체 상품의 20%에서 발생한다고 할 때, 20%의 상품에 집중해 전략을 수립하는 게 효율적이다.상위 20% 중심의 파레토 법칙에 반대되는 법칙이 있다. 바로 ‘롱테일 법칙’이다. 하위 80%의 다수가 20%의 소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든다는 이론이다.파레토 법칙은 인기 상품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시장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반면 롱테일 법칙은 인터넷과 물류 기술의 발달로 비인기 상품에 대한 수급이 증가하는 시장을 설명하는데 적합하다. 넷플릭스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와 국가의 영화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영화들의 매출 합계가 상위 20% 흥행작들의 매출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위 80%가 더 큰 생산성을 창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관찰해야 하는 것은 부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쏠리고 있느냐이다. 자본주의에서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며 초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어떤 경제 법칙으로 이 세상에서 양극화를 해소한 적은 그 어느 역사에도 없었다.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파레토 법칙이든 롱테일 법칙이든 얼마든지 또다른 혁신으로 깨질 수 있다. 그러니 20%에 집중하면서도 다양한 꼬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시스템이 맞물려 잘 작동할 때 시장과 사회도 더 견고해진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하고 그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그리고 자본주의 시대에서 기업이나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이다. ‘새로운 고생살이, 거기엔 무엇인가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훨씬 더 잘 살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시장의 변화와 예기치 않는 위기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지금까지 말한 5가지의 자본주의 언어를 우리는 이미 학교에서 다 배웠다. 선생님들이 암기만 시킬 뿐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산업이 재편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해석하라지금의 자본주의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각자도생의 자본주의 시대다.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의 시대를 지나 국가 주도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재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과 국가 경영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서로 얽혀지면서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가지고 경제 질서를 움직이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식의 경제 질서 재편에 대해 점점 중국을 닮아가며 국가자본주의로 가고 있다고 맹공을 펼쳤다.2025년 7월 발효된 미국의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즉 거대하고 아름다운 법안은 세금 관세를 통한 경제 번영,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산업 및 에너지 정책 재편, 국가 안보 및 국경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의 자본주의는 국가 주도의 경제 정책과 기업의 시장 전략이 긴밀하게 얽히며 작동하는 신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다.전쟁은 자본을 움직이는 거대한 위협이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되지만, 불행히도 자본주의의 긴 그림자 아래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전쟁은 국방 수단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자본적 계산이 깔린 수단이며, 국가, 시장, 기업을 망라해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며 자본주의의 가장 어두운 얼굴을 드러낸다.어러한 격랑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누구인가? 커피, 뷰티. 바이오, 방위 산업 등은 국경과 관세의 장벽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이 산업들은 자본 흐름과 경영 판단 속에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건강은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바이오 산업은 건강과 자본이 맞물린 산업이다. 인간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경제와 연결해 시장 흐름을 읽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며 자본주의 시대에 세계 경제와 시장 구조를 재편한 핵심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뷰티는 인간의 욕망에서 태어난 가장 오래된 산업이다. 현재 뷰티 산업은 소비자의 욕망과 기업의 전략이 맞물리며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문화와 경제, 심리적 만족을 포괄하는 종합 산업으로 성장했다. 커피는 맛을 넘어 ‘문화’가 된 음식이다. 특히 스타벅스라는 커피 브랜드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이해하는 척도로도 활용되고 있다.불확실성 시대에 ‘돈’은 국가와 기업이 내리는 전략적 판단의 가장 핵심적인 ‘언어’가 됐다.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은 단순히 경제 지식을 넘어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 무기다. 돈의 흐름과 그 이면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디지털과 기술 대전환이 불러올 변화의 신호를 포착하라AI, 에너지, 스테이블 코인, 양자 컴퓨터 등 혁신 기술들이 자본과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제 돈은 물리적 화폐 단위를 넘어 디지털 정보가 넘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에서 국경을 넘어 누구나 금융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할 새로운 언어다. 부자들은 이러한 흐름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읽고 새로운 자본의 길을 가장 먼저 포착했다. 디지털 대전환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성장 축이 되어 금융, 정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우리는 전통적인 자본주의를 넘어 ‘디지털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속에 살고 있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단순한 기술 혁신의 시대를 넘어 돈의 본질과 경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시대다.AI와 로봇은 생산성과 노동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것들이 만들어낼 효율과 가치의 흐름을 먼저 읽는 게 부자들의 경쟁력이다. 에너지 재편 기술 또한 산업과 자원의 구조적 변화를 선점할 기회를 제공했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혁신적인 에너지 자원은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고, 이를 먼저 이해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과거 돈은 실물화폐나 은행 계좌 속 숫자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와 스테이블 코인 등 디지털 자산으로서 금융 거래 뿐만 아니라 가치 저장 및 교환 수단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금융과 신뢰자산 간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했다. 여기에서 부자들은 단순한 화폐 가치가 아닌 신뢰와 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자본을 포착했고, 미래 금융의 판도를 읽고 있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는 정보 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기존 컴퓨터로 풀 수 없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미래의 가치를 조기 포착하는 능력은 부자에겐 필수불가결한 자질이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부자가 되려면 기술이 만들어낼 변화와 기회 그리고 그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고 움직이는 통찰력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서 부와 경쟁력이 결정된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마인드를 탑재하라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세상은 이미 값이 매겨진 풍경으로 펼쳐져 있다. 첫울음이 병원비로 기록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모든 삶은 자본주의란 무대에서 화폐란 보이지 않는 실로 촘촘히 엮인다. 이 무대는 누구나 빈손으로 올라 빈손으로 내려가지만 그 사이의 장면이나 조명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왜 어떤 이는 더 넓은 무대를 누비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할까? 쉴 새 없이 값이 정해지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어떤 장면을 남길 것인가?영어권에서 녹색은 부러움이나 질투를 뜻한다. 워런 버핏의 평생의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는 세상을 살면서 부러움과 질투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멍거의 말에 따르면 누군가 나보다 더 빨리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은 치명적인 죄악이며,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어리석은 죄 중 하나다.질투는 부에 관해선 가장 강력한 족쇄다. 질투, 미련, 후회를 버리고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나만의 철학과 기준을 정립하고, 나의 판단을 기준으로 선택할 때만 부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칠해가는 화가다. 선명한 색을 좋아하는 사람, 번지는 수채화를 좋아하는 사람, 한 가지 색을 깊이 있게 사용하는 사람, 여러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사람이 있다. 어떤 색이 좋은 색이고, 어느 정도의 농도가 적당한지 정답은 없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한 문장이 있다면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을 직접 그려 나가란 말일 것이다. 정답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나만의 정답을 선택하는 삶을 살자. 남과 다르게 선택하고,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걷는다면 비로소 그 길은 내 이름을 가진 길이 될 것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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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이 가치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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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이 가치 있는 삶이다
“인간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영림원소프트랩은 5일, 213회 영림원CEO포럼에 이명곤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초빙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가치있는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삶의 요인들에 대해 숙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저서 <철학, 인간을 사유하다>를 통해 인간다운 삶과 행복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안한 이명곤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인간다운 삶이 가치 있는 삶이다’를 주제로, △생각하는 존재 △행복을 위해서는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욕망과 사랑은 무엇인가 △사회성과 정치 △진정한 소통이란 △인간은 왜 예술을 추구하는가 △진실과 진리 △참된 종교와 죽음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들려줬다. 다음은 강연 내용.◆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지혜는 인생을 잘 사는 것에 도움을 주는 실천적인 앎철학(philosophy)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가장 일반적으로 철학은 고대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랑하다’라는 뜻의 필로스(philos)와 ‘지혜’라는 뜻의 소피아(sophia)가 합쳐진 단어다. 즉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 중에도 친구 간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부모의 사랑, 아가페 등이 있는데 필로소피아에서의 사랑은 친구 간의 사랑 즉 우정이다.지혜는 지식과 비교된다. 지식은 크게 보면 정보이다. 정보만 가지고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내 인생을 잘 사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내 인생을 잘 산다라고 할 때는 내가 체험을 해서 인생에 대해 ‘아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지혜다. 즉 지식이 단순한 앎을 의미한다면 지혜는 인생을 잘 사는 것에 도움을 주는 실천적인 앎이다.철학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이러하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이후에 철학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나왔다. 플라톤이나 스토아 철학자들은 철학은 죽음을 배우는 것이며, 중세에는 기독교가 지배했던 시대이어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데카르트의 경우 참과 거짓을 구분해내는 것이 철학이라고 했으며, 현대에는 여러 응용 철학이 나왔는데 이를테면 일상 언어 사용의 혼돈을 없애 개념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라고 했으며, 과학철학은 기존의 과학이 만들어 놓은 정보를 체계화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했다.이처럼 철학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철학이 다른 학문과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한 개인이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가도록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는 학문이라는 점이며 그래서 AI와 같은 기계가 흉내 내기 어려운 학문이다.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에 대해서도 철학자들마다 견해가 다양하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신경계가 고도로 발달한 고등동물이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을 넘어서는 알 수 없는 존재다’ 등등이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규정들이 나왔는데 ‘호모(Homo)~’가 그것이다. 호모는 라틴어로 인간, 인류를 의미하며, ‘호모~’는 모두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호모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는 도구(기술)적 인간, 호모 루덴스는 유희적 인간, 호모 아티스티쿠스는 예술적인 인간, 호모 에티쿠스는 윤리적 인간, 호모 모랄리스는 도덕적 인간, 호모 폴리티쿠스는 사회적(정치적) 인간, 호모 헐리지오소스는 종교적 인간, 호모 비아토르는 여정(여행하는)의 인간 등 인간에 대한 규정이 매우 많다. 이것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갈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서 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빼면 그만큼 인간 존재는 부실하게 된다.하지만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은 동시적이다. 예를 들면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난 스님이나 수녀님이라고 해서 유희적인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유희적인 것을 추구할 뿐이다. 인간은 본성상 이것들을 자연스럽게 추구한다. 만일 뭔가 빠지게 되면 욕구 불만이 생긴다. 골고루 다 갖추면 좋겠지만 인간은 주어진 조건, 환경,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부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유는 인간을 위대하게 한다많은 인간의 본질 중에 철학자들이 보기에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다. 왜 그럴까? 예를 들어보자. 분재의 나무는 어느 정도 크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뿌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식물도 자기 생존 본능이 있다. 뿌리가 작은데 위가 너무 크면 바람불고 비 오면 넘어진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나무를 크게 키우고 싶으면 뿌리를 깊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도 크게 될 사람이 있다. 큰 사람이 되려면 뿌리가 깊어야 한다. 그 뿌리가 뭐냐하면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유럽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은 경제적 수준이 비슷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생각하게 하는 수업 환경에서 자라났다. 프랑스의 직장은 점심시간이 2시간인데 1시간 점심 먹고 나머지 1시간은 직원들끼리 진지하게 대화를 하며 자기가 생각한 아이디어들을 교환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집중이 잘 되고 협력도 잘 된다. 우리나라 직장의 대화 문화는 어떠한가? 대화는 생각을 많이 할 때 나오는 것이다.사유는 인간을 위대하게 한다. 철학자들 중에는 사유하는 것을 매우 찬미한 철학자가 있다. 데카르트의 “나는 사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은 유명하다. 데카르트의 이 명제에 의하면 살아있지만 사유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나의 존재’라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따라 충분히 의미있는 말이 될 수 있다. 가령 ‘나의 존재’가 다른 모든 인간과 구별되는 ‘나만의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곧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될 수가 없다. 나의 생각, 나의 사유와 유사한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의 사유는 가장 근원적으로 나를 규정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나답게 존재할 수 없으며,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이 정해놓은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한다는 것이 인간을 크게 만든다는 것이다.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신학자 에메 포레스트는 “인간의 사유는 영적인 시선을 통해 세계의 본질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참 멋진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능태와 현실태의 합성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모든 존재하는 것은 이미 실현된 게 이만큼 있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 또 이만큼 있다는 얘기다.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화시키는가? 이것이 어떻게 보면 존재한다는 의미다. 내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현할 때 존재한다는 말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현실태와 가능태가 있다. 훈련만 잘 시키면 탐지견이 될 수 있고 구조견이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철학적으로 ‘본질을 완성하다’라고 한다.본질을 완성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퀴리 부인의 예를 들어보겠다. 유로화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비싼 돈인 500프랑 지폐의 인물은 퀴리 부인이었다. 퀴리 부인은 폴란드 사람인데 어떻게 프랑스에서 가장 큰 지폐의 인물로 선정되었을까? 프랑스에도 위대한 사람이 많은데 말이다. 퀴리 부인이 존경받는 이유는 라듐 추출 기술(방사선 치료에 활용됨)을 발명한 과학적 업적과 두 번 씩이나 노벨상을 받은 과업 덕분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그녀를 가장 큰 위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과학적 업적이 아니라 그녀의 숭고한 도덕성에 있었고, 이 도덕성은 그녀의 깊은 사유에서 나왔다. 퀴리 부인은 라듐 추출 기술에 대한 국제적 특허 신청을 하라는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자신의 연구기록물들을 우편으로 보냈다. 편지에는 “이것은 전 인류를 위해 자연이 준 신의 선물이므로 그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퀴리 부인의 이 행위에는 자유, 평등, 박애가 깔려있었다. 프랑스의 국가 이념은 자유, 평등, 박애다. 퀴리 부인은 프랑스의 이 국가 정신을 세계에 가장 잘 알린 사람이었다.퀴리 부인의 도덕성이 깊은 사유에서 나왔다고 했는데, 인간의 정신은 조금 더 나은 것을 자꾸 찾게 되어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마지막에 가장 좋은 것이 남는다. 데카르트는 “사람마다 재능이나 환경은 다를 수 있지만 생각하는 능력은 다 똑같이 타고난다. 이 생각하는 것을 깊이 하면 할수록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했다.◆ 도덕 없이도 행복할 수 있을까?인간이 도덕적인 삶을 사는 것도 ‘깊이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왜냐하면 도덕 즉 모럴은 ‘정신적인 것’이라는 멘탈에서 파생된 용어다. 인간의 정신적인 특성은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가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즉 인간의 정신이 가진 본성적인 기질이 항상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도덕적인 존재가 되어줄 것을 바라지만 자신이 도덕적인 존재가 되는 것을 꺼려한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문호 폴 발레리는 “도덕이란 일종의 욕망을 추구하지 않는 기술이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하는 혹은 마음에 드는 것을 하지 않는 기술이다”라고 했다. 사실이 그렇다. 도덕적이란 말 그대로 우리의 본능적인 지향성에 반대되는 것이며, 힘겨운 어떤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도덕적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존재의 자연적인 법칙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도덕적 존재를 창조한 것이야말로 최대의 기적”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이 말은 인간이 도덕적인 존재라는 것 혹은 인간이 도덕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같지만 실제로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임을 의미한다.그렇다면 왜 우리의 삶은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미리 말하자면 도덕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도덕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행복은 불가능하다. 행복이라는 것은 나에게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도덕적이라는 것에는 나한테 소중한 것, 가치 있는 것, 더 나은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현대 철학자 페르디낭 알키에는 “철학적으로 말해 죄란 아무 것도 행위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살다가 죽을래’라는 삶을 경계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로 항상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한다. 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보다 가치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말이며, 우리가 잘 산다고 할 때 이는 보다 가치있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가치있는 것을 소유하거나 보다 가치있는 삶을 살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인간이 보다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생존만을 강조하고 보다 가치 있는 것, 보다 소중한 것을 말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와 같다.철학자들은 저마다 행복을 말하고 있다. 세네카는 “각자는 혼자서 행복으로 향하는 길을 발견하여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그들 스스로 충분한(만족하는) 그것이다”, 보리스 비앙은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모든 인간의 행복이 아니라, 그것은 각자의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들의 핵심은 행복으로의 길은 각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남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다르며, 그래서 스스로 만족하는 상태는 남들이 스스로 만족하는 상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행복이 도덕적인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행복은 결코 어떤 특정한 조건만 갖추게 되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추구해야만 주어질 수 있는 어떤 것이며, 그것도 어떤 특정한 내적인 조건을 전제할 때 가능하다. 행복은 어떤 의미에서 창조적인 것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어떤 것이다.토마스 아퀴나스는 “행복은 즐거움과 다르다. 즐거움은 순간적인 것이지만 행복은 지속적인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즐거움과 기쁨은 차이가 있다. 즐거움은 가령 포도주 한 잔의 즐거움, 제주도 여행의 즐거움 등을 말한다. 반면 기쁨은 가령 벗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쁨, 중요한 시험에 통과했을 때의 기쁨 등이다. 즐거움은 언제 어느 때나 원하기만 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기쁨은 오랫동안 나의 삶의 소중한 그 무엇에 관련된 것을 전제한다.사회나 국가의 행복 지수를 얘기하는데 사실 행복은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20세기 프랑스 문학가 폴 클로델은 “행복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수단이다”라고 했다. 이를테면 일본의 장인정신의 본질은 그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진짜 예술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을 벌기보다는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행복감을 느낀다.◆ 인간은 무엇을 욕망하여야 하는가?…사랑은 최상의 가치욕망이란 무엇을 ‘욕구하고 갈망하는’ 행위다. 만일 인간에게 욕망이 없다면 인간사회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철학자들은 욕망을 마치 인간이 무엇인가 행위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동인’처럼 고찰하고 있다.플라톤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우리이지 않은 것, 우리에게 부재하는 것, 바로 이것이 욕망과 사랑의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앞에서 모럴은 지금 나한테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을 욕망한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며, 이는 행복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러기에 또한 나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욕망한다는 것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며, 그것도 행복을 추구하는 첫걸음이다.욕망은 단순한 욕구나 희망과 무엇이 다를까? 단순한 욕구는 예를 들면 정당하게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욕구를 욕망이라고 하지 않는다. 욕망은 마음으로 즉 의지적으로 무엇을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욕망하는 것을 단순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한다고 하는 것이다. 갈망하는 것이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지 않은 것일 때는 ‘희망한다’고 한다.우리는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욕망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올바른 욕망은 위대한 것을 낳게 한다. 욕망이 올바른 길을 잃게 되면, 그것은 인간적 삶에 있어 비극을 가져오게 되지만 올바른 길을 가게 된다면 사랑으로 변모한다. 인간이 무엇인가 위대한 것을 산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전제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갈망’ 혹은 ‘욕망’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욕망이 소유욕이 아닌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로 변모한다면 여기에는 위대한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한다.즉 인간 욕망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사랑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무엇이 같고 다른가? 영어나 우리 말에서는 좋아하다와 사랑하다가 구분되지만 유럽 사람들은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사랑이라는 개념은 매우 포괄적이다. 그래서 사랑을 가장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로서 고찰하고자 한다면 사랑은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다.토마스 아퀴나스는 “미움, 공포, 절망, 기쁨, 환희 등 모든 정념의 뿌리는 사랑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모든 자연적인 욕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라는 말이다. 먹고 마시며, 아름다운 것을 보려하고, 누구를 좋아하는 것 등은 모두 자기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위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를 ‘본성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본성적인 사랑을 넘어 심미적인 것을 추구한다.좋아한다와 사랑한다는 것은 질적인 차이가 있을 뿐 그 뿌리는 같다. 좋아한다는 것이 기질적인 문제이며 주로 감각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정신적인 것이다. 즉 좋아한다는 단순한 감각적인 것 그 이상의 무엇, 삶의 의미나 정신적인 명분 등이 첨가될 때 이는 이미 사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좋아하는 것이 윤리, 도덕적 의미로 나아갈 때 사랑하는 것이 된다. 무엇을 사랑하게 되면 책임감이 생긴다. 유럽이나 일본 사람을 보면 자기 삶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책임감이 없어졌다. 오래 사귀었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싫다며 떠나버리고, 이혼율도 높다. 책임감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도덕의 부재로 볼 수 있다.사랑은 최상의 가치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치 있게 하는 가치들의 가치이다. 빅토르 위고는 “네가 사랑하는 것을 나에게 말해다오, 그러면 네가 누구인가를 말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사랑은 본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며, 어느 순간 나 자신의 존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한국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표현에 인색하다. 무엇을 할 때나 사랑한다는 게 습관이 돼야 한다. 산책을 건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게 되면 길고양이나 까치, 꽃봉오리 같은 것이 보인다. 우리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많은 것이 보이고, 삶이 가치 있게 되고 충만해진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하려면 공동선을 실현해야사람이 왜 사회를 형성해서 사는가? 이에 대해 많은 사회학자들은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다. 한국 사회의 목적도 행복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공동선이다. 뒤르켐은 “만일 한 공동체가 국가 권력에 복종하기를 원한다면, 이는 복종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다만 공동선을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유럽에서 8년 반 정도 살아봤는데 한국은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다. 유럽에 비해 가장 큰 단점은 공동선의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공동선은 모두에게 공통으로 좋은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60% 이상은 공동선과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교통 신호등은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길 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 모여 있는 이 호텔도 공동선이다. 호텔에 평생 한 번도 못 오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이 호텔은 누구나 와서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공동선인데 한국 사회는 이상하게 갈라져서 공동선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 전라도 경상도, 좌파 우파, 심지어는 회사에서도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한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싸운다. 집단 이기주의 강한 셈이다. 서울이라는 관념을 벗어나야 대한민국이 보이고 대한민국이라는 관념을 벗어날 때 세계가 보이고 인류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마인드가 있는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한다.과거 학교 생활통지표에 선생님들은 공부를 못한 학생에게 성적은 낮지만 친구가 많다는 점을 들어 사회성이 좋다고 적었다. 그런데 실제로 사회성이 좋은 사람은 친구가 많은 게 아니라 공동선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만약 친구와의 유대관계가 끈끈한 것을 사회성 좋다고 평가한다면 아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사회성 좋은 집단은 조폭들일 것이다. 어쨌든 이 사회성이 좋은,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람을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교육이 매우 중요할 듯 싶다.그러면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법의 목적은 공동선의 실현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도덕적 선의지는 아직 존재하지 않은 정의(즉 새로운 법)에 도달한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다. 이 법이 처음 나올 때 탈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몇 년 지나서 오히려 편하고 사람들 마인드가 바뀌었다.루소는 “법들은 우리들에게 정의롭게 될 수 있는 용기를 주며,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도록 배우게 한다”고 했으며, 몽테스키외는 “정치적인 자유란 법이 허용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이며, 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이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법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뭘 할 수 있거나 또 부당한 것을 강요받지 않도록 울타리를 만들어준다.하지만 반대로 나쁜 법이 있는데 공동선을 파괴하는 법, 특정한 사람의 이익을 위한 법, 그리고 지금 있는 좋은 룰을 파괴시키는 법이 그것이다. 또 사람들에게 자꾸 말도 못하게 하고, 정의롭게 되고 싶은데 못하게 하며, 자꾸 부당한 것을 강요하는 것도 나쁜 법이다.◆ “소통하고자 한다는 것은 인간적이고자 하는 것”왜 인간은 소통을 갈망하는가?,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린 아기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소통이 필요하다. 우유와 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통 역시 삶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하나의 요소이다”라고 말했다.인간은 자신을 존중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자신의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소통은 단순히 도구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욕구이자 이를 통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그 무엇이다.‘소통’이란 말 그대로 ‘막힌 것을 통하게’하는 것으로 서로 이해하는 행위 즉 상호적이다. 모든 사람은 주관성 속에서 살아간다. 소통이 되려면 상대방의 주관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나의 주관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 이해하는 행위를 철학에서는 ‘상호주관적인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호주관성이 성립될 때 이해와 존중이라는 마음 속의 깊은 교감을 의미하는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한다’는 것과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상대방이 존재하는 그 지평, 처해있는 상황에 나 자신을 함께 위치시키는 것이 공 상호주관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진정한 소통의 토대가 된다.소통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소통하는 그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통을 위해서 하는 말들, 표현들, 비유들, 몸짓들 이 모든 것은 결국 ‘나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형성할 수 있다. 누구도 혼자서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가 없다. 서로 관계성이 있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스승은 내가 알지 못했던 나 자신의 모습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다.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것을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통해 표현되지 않은 것,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 그것을 섬세하게 감지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다. 진정한 소통은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평정되고. 긍정적이고 선한 생각을 가질 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좋은 의식과 선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면 이미 절반의 소통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서로가 서로에 대해 좋은 의식,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소통은 발전하게 될 것이다.참된 대화,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벗이 되어야 한다. 벗은 예를 갖춰야 하지만 전혀 장벽이 없는 그러한 사람이다. 내가 누구인가를 진정으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누구와도 벗할 수 있는 사람이다.◆ 예술은 탁월한 소통 방식인간은 왜 예술을 추구하는가? 인간이기 때문에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게 예술이다. 입체파 화가인 조르주 브라크는 “학문은 안심하게 하지만, 예술은 동요하게 한다”고 했다. 예술이란 우리의 마음 속에 파문을 던지는 그 무엇이다. 내 가슴 속에 파고들면서, 무언가 전율을 느끼게 하거나, 깊은 평화를 일깨우거나 혹은 세계의 전혀 다른 모습, 전혀 다른 의미를 느끼게 해줄 때 나는 감동하게 된다. 한마디로 예술은 잠들어 있는 셰계를 일깨우는 것이다.예술은 감동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베토벤은 “내가 음악을 작곡하는 이유는 내 영혼이 감동하는 무엇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라고 했으며, 빅토르 위고는 “감동한다는 것은 삶을 배운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감동한다는 것은 인생의 진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고 지나친 그 무엇의 가치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예술은 탁월한 소통의 방식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성모의 비애)>라는 조각 작품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성모 마리아가 아들인 예수보다 젊게 표현됐다는 비평을 받기도 했는데 어쨌든 성모 마리아의 표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하다. 이 작품을 정면에서 보면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보이고 위에서 보면 예수가 보인다.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 하나로 사람들에게 성모 마리아의 마음을 전해준다. 말이 필요없는 탁월한 소통이다.반 고흐의 <슬퍼하는 노인>이라는 그림은 어느 노인이 주먹 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나무 의자에 앉아 흐느끼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당시 이 그림을 본 사람들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노인이 정신병원에서 환자복 입고 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사회학자 나탈리 에니히는 이 그림을 두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흐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흐는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림밖에 없었다. 그림을 그려봤자 아무도 사가거나 봐주지 않겠지만 노인을 위로하기 위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울지 마세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진실은 삶의 제일원칙이 되어야 한다영미 속담에 “진실이 최선의 정책이다”는 말이 있으며,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링컨은 “누구도 거짓으로 성공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기억력이 좋을 수 없다”고 하면서 거짓을 경계하고 있다. 거짓말은 계속해서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자신이 이전에 했던 거짓말을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그럼에도 현대 사회에서 진실보다 거짓이 만연하고 날이 갈수록 진실한 것보다 거짓된 것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에서 8년 반을 살면서 가장 듣기 좋았던 용어는 ‘오네뜨망’이었다. 불합리하거나 진실하지 못한 것이 있을 때 주저없이 “오네뜨망하게 하자”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네뜨망은 깨끗함, 정당함, 명예로움, 당당함, 진실함 등의 의미를 담은 용어이다. 거짓 인생은 손쉬우나 거짓 행복을 주고, 진짜 인생은 힘겨우나 진짜 행복을 준다.진리는 진실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 진실이 진리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끄 레비는 “가장 나쁜 거짓말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아, 이상, 세계관, 가치관, 인생관 등은 나의 진실의 척도이다. 일반인도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번 강의의 마지막 주제는 참된 종교다. 마르크스는 ”모든 종교는 거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종교는 보다 좋은 세계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여 인간을 위로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빈곤하다는 의식을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인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편협한 관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진 자만이 현재를 똑바로 볼 수 있다. 종교에 대한 어원을 보면 동양에서 종교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배움이며, 서양에서 종교는 신성한 것과 다시 연결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삶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종교인은 상황이 매우 열악해도 희망을 잘 잃지 않는다. 종교는 현재를 밀도 있게 살게 하고 새로운 도덕을 산출한다. 또 삶의 이정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다.맺음말로, 철학은 인간의 삶을 올바르고, 참되게, 풍요롭게 해주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유용한 학문이다. 가끔 틈을 내어 철학적 사유를 해본다는 것은 내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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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탄생: 지속 성장의 비밀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가치경영을 실현하려면”“진정한 고객가치경영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으로, 기업은 이를 통해 비즈니스의 꽃을 피우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객가치경영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이유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15일, 212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고객의 탄생: 지속 성장의 비밀’을 주제로 강연했다.이유재 교수는 “사업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다. 시장이 포화되고,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오늘날 기존의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파트너이다”라며, 이번 강연에서 고객가치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차별화된 전략과 감동적인 서비스로 고객 충성도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그리고 실제 기업 사례를 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답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가치로동네 가게가 됐든 중견기업이 됐든 고객이 발길을 끊으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돼 있고 고객이 계속 찾아주게 될 때 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을 한다. 나는 다양한 고객만족 지수를 개발했는데 실무자들에게 자문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질문이 “고객을 만족시키면 성공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과연 그 비용이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가?”이다.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예를 들면 미국의 말콤볼드리지 국가품질상을 수상한 월리스라는 파이프 제조 기업은 상을 수상한 지 2년만에 파산한다. 이익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플로리다의 전력사는 데밍상을 수상하지만 시장에서의 성과가 부진해서 회장이 옷을 벗었다. 고객 만족은 곧 기업성공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사례들이다.고객 만족은 상승했지만 기업 성과는 하락한 이 사례에서 생각해볼 것은 “이익은 도외시하고 고객만족점수에만 집착하는가?”, “가치가 작은 고객만을 만족시키고 있지 않는가?”, “가치가 큰 고객은 오히려 불만족스럽게 하지 않는가?” 등이다.결혼기념일에 아내와 전망 좋은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아내는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나중에 또 거기에 가자고 했더니 싫다는 거였다. 그 이유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였다. 한번은 가볼 만한데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다. 고객은 얼마나 만족했느냐 그 자체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불한 가격 대비 만족을 평가한다. 이것이 바로 비용 대비 효과이다. 고객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려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얘기하는 ‘Value for the Customer’이다.또 고객만 비용 대비 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기업도 이 비용 대비 효과를 봐야 한다.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거래하는 고객들의 수익성의 합으로 결정이 된다. 이것이 바로 고객들이 기업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Value of the Customer’이다.최근에는 이 고객 가치라는 것을 기업이 창출해서 전달하는 개념이 아니라 가치 창출이나 확산의 가장 중요한 주역은 고객이어야 된다고 얘기한다. 고객이 최고의 영업 사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 스스로가 창출하고 확산하고 공유하는 가치를 ‘Value by the Customer’라고 나는 정의한다.기업들은 예전부터 고객 가치라는 얘기를 참 많이 했다. 그런데 현업에 있는 실무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렇게 애매하게 사용되는 단어가 없다. 대부분 ‘Value for the Customer’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어렵다. 고객 가치를 이해하려면 여기에다 ‘Value of the Customer’와 ‘Value by the Customer’를 함께 봐야한다. 이 세가지 차원을 함께 생각하고 키워가는 것이 고객가치경영이다. 즉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을 탐색하고 이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만들어 이 관계를 발전시켜서 장기적인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이다.기존의 고객만족경영의 핵심 개념이 △고객 만족 증대 목표 △고객만족도 평가 △Value for the Customer △모든 고객은 동일 △고객=가치의 수동적 소비자 △가치의 제공 등이었다면 고객가치경영은 △고객가치 혁신 목표 △비용 대비 효과 평가 △Value for, of, by the Customer △모든 고객은 동일하지 않음 △가치의 상호 교환 등이다. 고객가치경영에서 가치의 상호 교환이라는 것은 마치 오래된 연인들처럼, 기업이 고객의 진정한 가치에 주목하고 사랑의 노래를 불러 줄 때 고객도 기업에 사랑을 되돌려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여라그러면 고객가치경영의 세가지 축 ‘Value for, of, by the Customer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먼저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여라. 실무자들에게 ’당신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경쟁사보다 비싸지 않냐, 어떻게 맞춰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물으면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을 못한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이라는 것이 있다. 그 도식은 ‘원가(C)<가격(P)<가치(V)’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가격이 생산 원가보다 높아야 한다. 또 고객 관점에서는 지불한 가격보다 내가 얻었다고 체감하는 가치가 높아져야 고객은 잉여가 생겼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고객이 지불한 가격 대비 가치를 높게 만들어주는 것이 ‘Value for the Customer’에서 중요한 포인트이다.많은 기업들이 가격 중심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건 제로섬 게임이다. 가격을 높이면 기업은 잉여를 갖지만 고객은 손해를 보며, 가격을 낮추면 고객은 잉여를 높이지만 기업은 마진이 줄어든다. 그래서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고객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가치의 제안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가격 민감도를 낮추고 소모적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게 되면 총소유비용(TCO)이 중요해진다.그래서 누군가 “당신 회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비싸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면 실무자는 머리를 긁적거릴 것이 아니라 ”네, 비쌉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쌉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지불하는 가격으로 볼 때는 비싼 것으로 보이지만 계속 쓰고 하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싸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Value for the Customer’에서 가치는 비용 대비 품질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분모는 가격+이용 비용이며, 분자는 결과 품질+과정 품질이다. 여기서 고객을 위한 가치를 높이려면 분자를 높이거나 아니면 분모를 줄여야 한다. 분모에 해당하는 가격을 다운시키거나 아니면 가격은 변동이 없더라도 이용 비용을 줄여주면 고객은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이를테면 아마존이 운영하는 신선 식품 배달 및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의 대시 카트는 여기에 올려진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해 결제를 한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은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 편안하다고 느낀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편리미엄’이다. ‘편리미엄’은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합친 신조어로, 해야할 일에 대한 시간을 절약해주고,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감소하며, 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 고객의 잠재가치를 파악하라다음은 ‘Value of the Customer’에 대해 살펴보겠다.먼저 도미노피자 사례다. 도미노피자의 여러 점포 가운데 성공한 점포를 보니 8달러짜리 피자를 10년간 주 1회 사 먹는 고객을 4000달러 가치로 평가하며, 직원들에게 이 가치를 강조했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8달러 짜리 피자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4천달러를 기여하는 고객을 대하는 것이라고 하자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피자를 더 정성스럽게 만들고 배달함으로써 고객 만족과 충성도가 현격히 높아졌다.이 도미노피자 점포의 성공비결은 고객의 잠재 가치를 파악한 것으로, ‘고객의 가치(value of the customer)’를 나타내는 고객생애가치 개념을 잘 보여준다. 고객생애가치란 고객이 특정 기업과 거래하는 전체 기간 동안 창출하는 이익의 순현재가치다. 즉 고객의 미래 수익성 흐름을 합해 현재 가치로 산출한 것이다. 고객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기여할 가치까지 고려하는 것이다.또다른 사례로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사고가 나면 벌어지는 두가지 큰 이슈를 해결해 성공했다. 하나의 이슈는 외국에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오는 게 렉카가 아니라 변호사다. 그러다보니 법정 비용이 많이 든다. 또다른 이슈는 사고가 나면 이걸로 끝내야 되는데 이런저런 문제를 더해 사고를 부풀리는 보험 사기가 벌어진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사고가 접수되면 쏜살같이 현장에 가서 선제적인 대응으로 고객의 비용 절감은 물론 보험사에서 들어가는 법정 비용이나 보험 사기를 줄였다.모든 고객이 평등한가?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선거에서 투표는 누구에게나 한 표이지만 시장에서의 고객의 투표권은 한 표짜리가 있고 2천 표짜리가 있다. 모든 고객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상품 수익성과 고객 수익성은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예로 미국의 어느 리조트에서 테마파크와 호텔의 수익성을 분석했는데 호텔은 수익성이 높은 반면 테마파크는 수익성이 저조한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테마파크는 방치하고 수익성이 높은 호텔에 집중 투자했다. 그런데 리조트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많은 고객들이 테마파크 때문에 리조트를 방문해 호텔에 묵었는데 테마파크가 열악해지니 방문객이 줄고 객실 점유율이 감소한 것이다.상품 수익성을 관리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식으로, 각 상품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은 제거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에 집중한다. 한 슈퍼마켓에서 우유가 수익성이 낮으니 없앴다고 생각해보자. 쇼핑 온 고객은 여러 가지를 구매하고 난 후 우유가 필요하므로 다른 점포를 방문해야 한다. 번거로운 상황이다. 결국 고객은 우유가 있는 다른 마트에서 쇼핑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고객이 줄고 전체 수익성이 악화된다. 여기서 생각해야할 것은 상품 당 수익성이 아니라 방문고객 당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비록 수익성이 낮은 상품이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필요하다면 유지해야 할 것이다. 즉 수익성 관리의 초점을 상품에서 고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객의 가치’를 제고하려면 △가치가 높은 고객을 유치해 고객의 구성을 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객의 가치를 평가할 때 현재 가치만이 아니라 미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가치가 높은 고객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 △때로는 가치가 낮은 고객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생애가치별로 세분화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며 관계를 관리해 가치를 키워야 한다.미국 1위 음식 배달 업체인 도어대시의 강점은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고객 당 평균 주문 금액이 우버이츠 같은 경쟁사보다 높다. 게다가 구독서비스인 대시패스 가입자가 9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일반 고객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주문하는 우량 고객이다. 세콤 같은 무인경비 서비스를 살펴보자. 신규 가입자에게는 CCTV, 센서, 통신장치 등을 설치해 준다. 이렇게 초기에 회사가 부담한 기기 및 설치비용은 월 사용료를 통해 회수한다. 따라서 이용기간이 손익분기점을 지나 길어질수록 회사의 이익은 증가한다. 애플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간 유지한다. 그리고 크로스셀링, 업셀링 등을 통해 고객생애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고객의 가치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수행하는 데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단순히 단기 성과를 측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고객 가치는 고객과 같이샤오미는 팬덤 경영으로 4년 만에 17배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고객을 단순히 소비자나 구매자로 보지 않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고객들이 결국은 영업사원의 역할을 한 덕분이었다. 샤오미의 창업자 겸 회장인 레이쥔은 ”우리는 스마트폰을 파는 것이 아니라 참여의식을 파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요즘 젊은 사람들이 문신을 많이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신의 소재는 무엇일까? 1위는 엄마이고 2위는 할리데이비슨이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자신의 몸에 같이 지니고 있는데 고객과 기업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한테 ”오토바이 타네“라고 말하면 짜증을 낸다. 이들은 할리오너스그룹(HOG)을 만들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Value by the Customer’ 즉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이다. 이처럼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에서 중요한 요소는 정서적인 애착이다. 이는 고객이 상품에 대해 가지는 친밀감, 유대감, 사랑 등이다.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린왕자가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정서적 애착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은 팬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이름은 군대를 의미하는 ‘아미’다. 전 세계에 포진한 아미는 앨범을 사고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고 각종 시상식에 투표하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BTS의 가치를 높인다.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에서 또 중요한 요소는 △고객의 오피니언 리더십 파악 △고객이 참여하는 장을 마련하고 활용 △고객에게 개입할 기회를 주고 가치를 창조할 동기 부여 등이다.플랫폼 비즈니스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플랫폼에 끌어들여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대표적으로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골라 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이다. 그러나 기존 게임 회사와는 크게 다르다. 기존에는 게임 회사가 게임을 제작하고 이용자는 이것을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로블록스의 모든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이용자는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도구들을 활용해 마치 레고로 블록을 쌓듯이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이용자는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 즐기며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긴다. 이용자는 게임을 제작하고 수익을 얻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프로슈머로 활동하며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이제 고객은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이다. 기업이 만들어 놓은 가치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기여하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 게다가 고객은 자신이 직접 가치를 만들었을 때 더 큰 관심을 갖고 만족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개입할 기회를 주고 가치를 창조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 고객처럼 생각하라미국에서는 1979년 당시 26살의 제품 디자이너였던 페트리샤 무어가 80세의 노인으로 분장해 미국 전역을 2년 넘게 돌아다녔던 일이 있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관찰과 설문조사만으로 노인들의 불편함을 알기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노인이 되어 살아 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노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게 됐다. 평소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곳이 노인 걸음으로는 1시간 이상 소요됐다. 버스는 타기에 너무 높았으며, 보행 신호등은 노인 걸음으로 건너기에는 너무 빨리 바뀌었다. 보통 사람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노인에게는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느꼈다.이렇게 노인의 삶을 체험한 덕분에 모두에게 편리한 제품을 발명할 수 있었다. 소리 나는 주전자, 출입문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등이다. 이 물건들은 당시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다. 성별, 연령,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들이다.고객을 이해하고 진지하게 밸류를 전달하려면 고객처럼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고객처럼 생각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중심이어서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한테는 두 마리의 개가 있다.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 개를 버려야 온전히 남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루 거스너 전 IBM 회장은 파산 직전의 IBM을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괴거 사업부별로 분산돼 있던 체제를 고객 중심으로 시너지를 추구하는 체제로 전환해 IBM을 고객 지향적인 회사로 만들었다. 루 거스너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IBM의 고객사에서 근무하면서 고객으로서 IBM에 대해 느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고객 입장으로 바뀐 셈이다.국내의 어느 카드사는 고객 상담의 개선 조치로 천 여개의 대본을 고객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를테면 “피해를 보상해 드리고”를 “피해를 보상받을실 수 있고”로, 시혜를 베푸는 관점에서 고객의 관점으로 바꿨다.고객처럼 생각하자. 아니 고객처럼 행동하자. 다함께 살 만한 세상을 원한다면 말이다. ◆ 우유 엎지르고 나서…서비스 회복 패러독스영어 속담에 “우유 엎지르고 나서 울어봐야 소용없다”가 있다. 속담으로는 맞지만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100% 완벽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품 및 서비스 실패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노력 즉 서비스 회복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회복 패러독스란 실패가 잘 회복된 경우 애당초 실패가 없었던 경우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고객 만족과 로열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실패가 있었더라도 회복을 잘 하면 고객의 불만을 줄이는 것은 물론 로열티까지도 높이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고객은 ‘물에 빠진 사람’이나 ‘몸이 아픈 환자’와 같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때 손을 뻗어 도와준 사람에 대해 무척 고마워할 것이다. 몸이 아픈 환자도 의사나 가족의 따뜻한 한마디에 큰 위안을 얻는다.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선수가 18번홀에서 공이 해저드에 빠지자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날린 샷은 아직도 팬들의 마음에 생생하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줬다.고객이 기업을 평가하는데 두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약속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이며, 또다른 하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이다. 평범한 기업은 약속한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반면 탁월한 기업은 고객 요청 이상으로 성실하게 대응하며, 오히려 고객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그래서 “우유 엎지르고 나서 울어봐야 소용없다”라는 속담은 “우유 엎지르고 나서 그 다음이 중요하다”로 바뀌어야 한다. ◆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 불량 고객‘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불량 고객도 있다. 불량 고객은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방해하고, 해결된 문제에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고객 정보에 대한 요구를 하고, 상습적으로 직원을 모욕한다.2007년 미국의 스프린트사는 5,300만명의 고객 가운데 1천여명의 고객에게 서비스 중지 통보를 했다. 불량 행동을 보인 고객을 대상으로 6개월간 내부 심사를 거쳐 내린 결정이었다. 스프린트사는 불량 고객에게 서비스 중지를 통보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한달 이전에 미리 통보하고, 마지막 요금은 면지하고, 조기 해지에 따른 벌금도 면제했다. 그리고 타사 가입을 안내해주는 등 최대한 정중하게 진행했다.불량 고객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먼저 직원에게 정신적, 물리적, 정서적 피해를 끼친다. 전체 업무 부담의 80% 이상이 불량 고객들로 인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불량 고객은 주변 고객들의 경험을 망치고,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에게 피해를 주며, 특히 다른 고객이 잘못된 학습을 통해 모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된다.불량 고객에 대처하려면 먼저 신중하게 고객을 선별해야 한다. 불량 고객을 잘 처리하는 방법은 예방하는 것이다. 또 회사 내부에 ‘불량 규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회사 규정이나 정책으로 인해 고객이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라는 얘기다. 그리고 투명한 처리 절차를 확립하고 직원 대상으로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여기에다 불량 고객에게 적절하고 공정하게 대응하고, 고객으로서 최소한 의무와 행동 지침에 대한 고객 교육을 해야 한다. 고객도 고객다워야 고객이며, 좋은 고객이 좋은 직원과 서비스를 만든다. 또 선량한 고객을 불량 고객으로 오인하지 말아야 하며, 때로는 헤어짐이 최선일 때도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살다 보면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복이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도 복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불량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 맹구(猛狗)를 찾아내라중국 고사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있다. 사나운 개가 지키는 주막에는 손님이 없어 술이 시어진다는 뜻이다.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며 온순한 개가 손님에게는 사납게 대들다보니 손님은 다 도망가고 오랫동안 남은 술은 시어졌다는 얘기다.이 고사성어에서 맹구의 문제는 눈이 먼 주인 즉 맹주(盲主) 만들어내어 주인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려면 조직 내에 존재하는 맹구를 찾아내야 한다. 또 맹구의 사나운 짓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 태도와 행동을 바꿔야 한다. 정 안되면 맹구를 제거해야 한다. 혹시 맹구를 찾지 못했다면 내가 맹구는 아닌지 한 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결론적으로 고객가치경영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하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고 확산시켜 나갈 때 진정한 고객가치경영이 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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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
“2026년 경제 키워드는 ‘편안함 속에서의 불편함’”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지원 박사가 11일, 21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6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를 주제로 강연했다.임 박사는 “2026년 경제의 키워드를 ‘Uncomfortable Complacency(편안함 속에서의 불편함)’로 정했다. 잠재 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지만 성장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많이 나오면서 불편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며, 한국 경제는 1.8%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 리스크로 △정책 리스크 상시화로 경기 흐름 왜곡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 등을 들었다. 다음은 강연 내용.◆ 2026년 세계 경제 완만한 성장 흐름 이어갈 것작년 12월 이 자리에서 2025년 경제 전망의 키워드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Predicting Unpredictability)’을 얘기했는데,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나오고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당선되어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올 때였다. 돌아보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024년 2%에서 2025년에는 당초 예상했던 1.9%보다 크게 낮은 1% 언저리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서는 2026년에는 다시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세가 확장되어, 경제 성장률이 1.8%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 자체는 높지만 성장 모멘텀이 상반기에 집중되고 하반기에는 낮아지는 전형적인 상고하저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2026년 한국 경제 전망의 제목을 ‘Uncomfortable Complacency’라고 붙였다.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에 대해서 안정감을 느끼는 건 맞지만 즉 숫자는 좋지만 성장세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심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불편한 한 해가 될 수 있다.지난 50년간 글로벌 경제의 경기 사이클을 살펴보자. 경기 사이클 판단의 중심은 실질 GDP 성장률이다. 실질 GDP의 장기 추세선을 보면 1981년부터 2008~2009년까지 조금씩 올라가다가 그 이후부터는 약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기 추세선이 올라간 시기는 세계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특히 중국이 세계 경제에 편입됐던 때이다. 그러다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규제가 다시 강화되고, 중국이 자국 위주로 가게 되고, 2020년 팬데믹 이슈가 터지고, 미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주요 정책으로 펴면서 관세가 다시 올라가고 그 와중에 미·중 무역 갈등 등은 세계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하지만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AI다. AI가 전 세계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AI의 영향력은 몆 년 뒤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그간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졌던 주기를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10년 정도이다. 이 주기를 그대로 적용하면 현재 세계 경제는 사람의 나이로 따져 청년기와 장년기 초기를 지나 장년 중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장년기에는 여전히 왕성하게 일을 하고 에너지도 많지만 건강 관리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누적된다. 경기 사이클도 마찬가지다. 2026년 세계 경제는 장기 추세선 밑으로 많이 빠지지는 않고 추세선을 왔다갔다 하며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관세 영향 등으로 교역 증가세는 상당히 둔화되겠지만 올해 중반부터 많은 국가들이 재정 정책을 확장적으로 쓰고 있는데다 AI 인프라 투자 증가는 교역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을 상쇄하며 2026년 세계 경제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유럽·중국 경제 상황 및 전망국가별로 살펴보면 먼저 미국은 2026년에도 내수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통상 문제의 진원지이다. 이 때문에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과 고용 여건의 둔화는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다양한 정책 지원 즉 금리인하, 감세, 산업지원책 및 투자 확대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AI 투자가 집중된 나라로 이에 힘입어 2025년에 투자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올라갔으며, 소비와 GDP는 나쁘지 않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고용은 매우 많이 떨어졌다. 미국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지출 결정을 할 때 자본 투자는 공격적으로 하지만 고용 투자는 신중하게 한다.유럽은 주요국의 재정 확대와 통화 정책 완화에 힘입어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부진이 길어졌다가 지금은 개선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경제의 동인으로 서비스업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다. 2026년 유럽 경제는 지난 2년 평균에 비해 날씨가 개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또 작년, 올해와 비교해 2026년에는 유럽 내 국가별 경기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독일은 2024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가 올해 스몰 플러스 성장에 이어 내년에는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경제가 좋았던 스페인은 내년에 좀 내려가게 되면서 유럽 내 국가별 경기 차별화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중국은 여전히 비가 오고 있는 나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경제 지표로 수출은 여전히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 조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은 공공 고정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돈을 많이 쏟아붓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에서 GDP를 끌어내리는 요인은 민간 고정 투자와 부동산 관련 고정 투자에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자가 주택 소유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그래서 주택 가격의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주택 가격 하락, 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중국의 수출 실적이 좋았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 미국 외 수출 지역 다변화도 하나의 요인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수출 다변화 여력이 축소되고 권역별 저항이 커지면서 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관세 이슈가 더해지면 수출은 확실히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중국 경제의 공급 과잉 이슈는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구조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수출로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다. 그래서 산업 생산이 줄긴 했지만 소매 판매가 크게 떨어지며 그 격차가 엄청나게 커졌다. 만약에 내년에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혹시라도 꺾이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2026년 한국 경제 2% 전후반 성장 전망…상고하저 모습 보일 듯한국 경제는 올해 1%에서 2026년에는 2% 전후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중반 이후부터 경기가 개선되기는 했는데 정책의 영향이 많았다. 금융 시장에서는 전기 대비가 전년 동기 대비보다 경제의 최근 변화와 추세를 더 빠르고 보여주므로 선행 지표로 활용한다.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했다가 2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3분기에는 소비 쿠폰 지급 영향으로 성장률이 더 올라갔다. 소비 쿠폰을 통한 재정 확대는 기본적으로 승수 효과가 적다. 그래서 2026년 재정 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다시 정책이 나오면 4분기에 잠깐 빠졌다가 다시 뛰게 될 것이다. 2026년 한국 경제가 상고하저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2026년 한국의 GDP는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을 지나 2027년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산업별 경기 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국내 생산을 살펴보면 먼저 서비스업은 완만하나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은 2024년 중반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올라가다가 지금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그리고 건설업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한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 이후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소비 회복이 됐다. 소비는 기본적으로 가계 소비, 정부 소비, 민간·비영리 기관 소비 이 세 개를 다 합친 것이다. 여기에서 퍼블릭 머니가 들어가는 부분을 빼면 소비도 생각보다 좋지 않다. 앞으로도 한동안 확장적 재정 정책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가계 부채 누증 등 구조적 요인은 가계 소비 성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한국의 수출 역시 숫자로는 좋다. 그런데 반도체를 빼면 수출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이 잘 되는 이유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적으로 파급되면서 수출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6 경제 리스크 #1. 정책 리스크 상시화로 경기 흐름 왜곡2026년 경제 성장을 저해할 리스크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책 리스크가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 5년 전만 해도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했는데 지금은 정책이 계속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기가 쭉 가지 못하고 흔들리면서 그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두 번째는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이며, 세 번째는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이다.먼저 첫 번째 정책 리스크 상시화는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정책 리스크는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데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에서의 정책은 경제 상황이 나쁠 때 도와주는 역할만 했기 때문에 정책이 어떻게 된다거나 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경제 전망을 바꾸는 것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의 수난시대라는 말이 나온다.트럼프 2.0의 주요 내용은 △동맹 중시에서 자국 우선주의의 외교안보 정책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산업 정책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자국 산업 보호 및 무역적자를 축소하겠다는 통상 정책 △법인세 및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공제 확대 등의 조세 정책 △성장 중시, 규제 완화의 금융 정책 △반이민 정책 기조 유지 등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내걸었던 이 정책들은 놀랍게도 지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트럼프 1기와 2기의 차이를 보면 1기 때는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시장이 좋아하는 정책을 먼저 내놓고 그 다음에 관세 인상을 했다. 그런데 2기에서는 순서를 바꿔, 인기가 없고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관세나 무역 정책부터 먼저 시작하고 인기가 있을 정책인 세금 감면 등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나올 전망이다.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내년에 나올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있기 때문이다.일단 관세 정책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1기 때는 중국만 집중적으로 견제했지만 2기로 넘어오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방적인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전방위 고관세 정책의 목표는 무역 수지를 개선하고, 관세 수입을 통한 재정 확충, 미국 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이다. 트럼프 2기 들어 또 달라진 것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압박으로 고용 창출과 생산 기반 강화 등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 중국 디커플링으로 첨단 기술 수출 통제와 투자 실사 및 기술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1기 때 관세 인상의 영향이 별로 없었지만 2기 때는 많은 국가들이 당황하는 상황이며 그만큼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관세 조치가 잇따라 발효됐다. 현재 국가별 관세 조치 현황을 보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과 연전히 무역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인도와 브라질에 대해서는 위협·보복성 조치가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와는 품목별 관세에 대한 무역 합의가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황이다.국가별 관세 조치에 이어 3월 이후부터는 품목별 관세 조치에 들어갔다. 기존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외에 8월에 구리, 10월에 목재, 11월 중대형 차량에 대해 시행됐으며, 반도체, 의약품, 항공기, 기계 등 10여건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체 평균 유효관세율은 18.3%로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하지만 관세 인상이 미국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밀어내기 물량 확대, 신속한 무역 전환 및 신규 조치 도입의 지연 등이 그 이유다. 미국의 수입액은 올해 1,2,3월에 급격히 늘었는데 3월 이후 관세를 올리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GDP가 1분기에 엄청 떨어졌다. 반면 다른 나라 수출은 올라가고 세계 교역량도 활발했다. 그러다가 관세가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수입액이 뚝 떨어졌다. 관세 인상의 영향권에 실물 경제가 들어오는 것은 올해 4분기부터이며 2026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관세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관세 인상을 앞두고 수입을 크게 늘려 재고를 축적함에 따라 미국 물가 상승은 상당 폭 지체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달러 강세가 재현되지 않는 한 기저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거나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트럼프 정부가 4월 2일 대폭적인 관세 인상을 발표하자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크게 상승했다. 그러다보니 미국 주식이 엄청 떨어졌다. 하지만 각종 면제 및 유예 조치, 합의를 통한 인상 폭 조정 등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한 금융 시장의 민감도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왜 나쁘지 않냐는 질문을 하는데 이에 대한 답은 첫 번째가 확장적 재정 정책 때문이다. 앞으로 세금 감면이나 규제 완화 등 재정 정책을 확장적으로 쓸 것이다. 미국 재정 적자의 지난 50년간 역사적 평균치는 GDP 대비 약 3.7% 수준인데 최근 수치는 이를 크게 상회하며 부채 비율의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관세 수입이 재정 수지의 악화를 상쇄해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 수입의 증가가 2026년 재정 정책의 운용을 확대할 여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관세 수입은 2026년 미국 GDP의 1%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통화 정책의 완화이다. 미 연준의 양적 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 기대 지속으로 금융 여건의 완화 기조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 연준은 12월 10일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미국 기준금리는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금리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금리는 낮아지고 있는데 장기 금리는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렇게 미국의 무역 정책, 재정 정책, 통화 정책 등이 계속해서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특히 거시 경제를 보면서 가야 하는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 않다. 여기에다 미 연준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 문제가 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지금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 전체 소비자 물가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전월 대비 조금씩 계속 올라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지금 서비스 물가는 과거 평균에 비해 1~1.5%포인트 이상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금 3% 후반대에 있는 미국 전체 물가를 2%대로 내리려면 상품 물가가 마이너스대로 가야 한다. 그런데 상품 물가는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달러 강세를 통해 수입품 가격을 내려줬는데 이제 그렇지 못하니까 상품 물가가 대부분의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지금 시장에서는 내년도에 인플레이션이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물밑에서 물가 압력이 조금씩 상승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정도에 이르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게 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고 또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장기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부채가 많은 미국 정부는 돈을 갚느라고 지불해야 되는 이자가 늘어나게 되고 재정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즉 수요 측, 공급 측 요인 모두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글로벌 달러 움직임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최종 귀착점, 중앙은행의 대응 경로 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6 경제 리스크 #2.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2026년 경제의 두 번째 리스크는 부문 간 성장 격차 확대이다. 이번 경기 사이클은 숫자로는 괜찮은데 부문별로 뜯어보면 소위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별 경기 차별화는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한 부분에 치우친 성장이 심해지며 모두의 지속가능성에 의심을 낳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기업의 지출이 자본에 대해서는 너그러운데 고용에 대해서는 신중하다는 점이다. 지금 기업의 자본 지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신규 고용은 둔화되고 있다. 바로 K자형 모습이다.자본 지출도 전통 산업이 아닌 테크 산업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산업 생산에서 테크 부문은 성장률이 매우 높은데 비 테크 부문은 완만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선진국 레벨에서 눈에 띄는 것은 노동 소득과 자산의 격차이다.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임금 상승률이 내려가고 그래서 노동 소득이 줄어들고 실질 소득도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내년에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의 소비가 나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소득 감소를 상쇄해주는 자산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순자산 증가는 당분간 가계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금융 시장 변동성에 취약함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아시아 지역의 신흥국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 테크 수출은 미약한 증가에 그치고 있다. 또 이 지역에서는 수출 증가가 내수로 이어지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국가에서 국내 소비는 팬데믹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한국도 업종 및 상품(테크 대 비 테크), 기업 규모별로 경기 상황이 크게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생산에서 테크와 비 테크 간에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 차이도 매우 크다. 겉으로 보기에는 숫자들이 나쁘진 않은데 뜯어보면 수혜를 받는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경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는 사항이다.◆ 2026 경제 리스크 #3.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이 두 번째 리스크와 바로 연결되는 것이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이다. 이 리스크는 현재 시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글로벌 부채 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재정 확장 기조를 채택하는 국가가 증가하는 가운데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인 매크로 레버리지는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정부 부문 부채 추이를 보면, 2022년 이후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정 적자를 축소해왔으나 올해 중반 이후부터 확장적인 재정 정책으로 돌아섰다.우리나라 국가 채무 비율은 GDP의 50% 안팎으로 주요국 대비 여전히 낮은 상황이지만 최근 수년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인구 구조, 생산성 추이, 재정 지출 구조, 보증 채무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 재정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우리나라는 민간 부채도 문제다. 지난 2021년 이후 정책 금융 축소, 금리 인상 등을 배경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채 비율이 크게 감소했지만 한국의 민간 부문 부채 비율은 글로벌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며, 기업과 가계 부문 모두 레버리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이다. 레버리지가 높은 나라는 어떤 충격이 왔을 때 낮은 나라보다 더 많은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금융 불균형이 중앙은행의 정책 요인 중에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2026년 경제 전망을 요약해보면 글로벌 경제는 완만한 성장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부문별 경기 격차가 크고 정책 리스크가 상시화되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5년의 3.0%와 비슷한 2.9%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국가별 예상 성장률은 미국 2.1, 유럽 1.1%, 중국 4.4%, 일본 0.6% 등이다.한국 경제는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재정 확장 및 기저 효과의 영향이 큰 가운데 개선 흐름이 일부 산업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을 2025년의 1.0%보다 높은 1.8%로 전망했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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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
“‘아마존 FAQ’ 프로세스에서 배우는 기획력과 실행력 강화 방법”“우리나라 기업이 업무 진행 과정에서 전략은 잘 세우는데 실행이 제대로 안되는 것은 실행력이 아니라 기획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획력을 높이는 특별한 방안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의 체계적인 기획력 강화 프로세스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신재은 더바른컴퍼니 대표가 6일, 210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다. 미국 아마존에서 수석 기술 프로덕트 매니저로 활동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신 대표는 이번 강연에서 “조직이 겪는 문제의 대부분은 불명확한 프로세스에서 빌생한다. 기획은 신중하게, 실행은 빠르게 하는 실리콘밸리 업무 프로세스를 따른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바른컴퍼니는 신 대표의 미국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기업을 만드는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컨설팅하는 회사다. 다음은 강연 내용.◆ 문제는 실행력이 아니라 기획력이다나는 올해 초 펴낸 <실리콘밸리 프로세서의 힘>이라는 책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혁신의 힘은 프로세스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프로세스라는 것은 조직에서 따라야 할 기준과 원칙을 매우 명확하게 세워주고 그 안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체계이다.한국에서 기업 운영이나 조직 운영에 관한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경영진들은 크게 두 가지를 토로한다. 하나는 직원들이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수동적이라는 것이며, 또하나는 우리 회사는 전략을 잘 세우는데 실행이 안된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보려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하는 업무 진행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업무 진행 과정은 대부분 기획->계획->실행이라는 세 단계로 이뤄져 있다. 마지막 단계의 실행이 제대로 안되는 것은 앞의 기획과 계획 과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행력이 아니라 기획력에 있다는 얘기다.기획은 계획을 명확하게 수립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다시 말해 조직 구성원들이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설정해,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사업 전략, 영업 및 판매, 마케팅, 브랜딩, 제품과 서비스 등 모든 업무에는 기획이 들어가고, 이어 명확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식으로 업무는 진행된다.내가 컨설팅을 할 때 대부분의 기업에서 보여주는 기획 문서를 보면 실행이 될 수 없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조직에서 실행이 제대로 안되는 이유는 기획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회사에서 조직원들이 기획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 과정이 있거나 가르쳐주는 곳은 거의 없다. 기획 문서의 형식이나 포맷은 있지만 그 내용 즉 알맹이는 직원들 각자가 프리스타일로 작성하고 그것도 매우 심플하게 요약해 기재한다.명확하게 기획이 이루어지고, 그 기획 보고서에 있는 내용이 제대로 올바르게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 명확한 기획과 실행이 제대로 이뤄지려면첫 번째는 실행력을 강화하는 업무 목표 설정 방식이다.보통 우리나라 조직 구성원들이 쓰는 기획서를 보면 이를테면 핵심 부품의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늘린다거나 시장점유율을 33%까지 늘린다는 식으로 업무 목표를 정한다. 나는 컨설팅을 하면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우리나라 조직 구성원들이 작성한 기획서에는 업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모습이 무엇인지가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 즉 매출이 줄거나 수익성이 악화돼도 글로벌 고객사의 비중만 늘면 그게 성공인가? 또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확장하는 것이 신규 고객 수를 늘리는 것인지 아니면 고객당 매출을 증대하는 것인지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 무엇을 하겠다는 큰 그림만 있을 뿐 성공적인 목표 달성의 모습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다음으로 대부분의 우리 기업은 아웃컴(효과)이 아니라 아웃풋(결과물) 중심으로 업무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이다. 아웃풋 중심의 목표는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식으로 활동과 결과물을 중심으로 얘기한다. 반면 아웃컴 중심의 목표는 비용 절감 등 성과와 효과를 우선시한다. 업무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되려면 아웃컴 중심으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어떤 효과를 냈는지 어떤 임팩트를 냈는지가 중요하지, 단순히 어떤 활동을 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기획 보고 문서에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업무 효율성을 개선한다’ 등 추상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문제이다. 성공은 이를테면 고객 상담 평균 대기 시간을 10분에서 6분으로 단축 등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해야 한다. 또 ‘좋아졌다’는 것보다 숫자, %, 기간 같은 명확한 지표로 업무 목표 달성을 측정해야 한다.그리고 우리의 기획 문서에는 목표 달성이 왜 중요한지가 빠져 있다. 핵심 부품 매출의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높이겠다고 목표를 세웠는데 이것을 작성한 직원도, 읽는 사람들도 도대체 이 업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왜 중요하지, 또 왜 20%, 30%가 아니라 40%인지, 그리고 내가 하는 업무의 우선순위와 우리 회사의 전략 방향성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에 관한 납득 과정이 없다. 이 얘기를 강조하는 까닭은 조직의 행동 심리학적으로 업무 목표를 세울 때 그 성공의 구체성과 조직 구성원들의 수용과 납득 과정이 실행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목표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명확한 행동 기준과 평가 기준이 생겨서 조직의 실행력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실행이 잘 되려면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가 지금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조직 구성원들이 이 업무 목표 달성이 ‘왜 중요한가’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실행이 잘 되려면 기획 단계에서 실행 가능한 행동 단위의 전략 필요두번째는 실행이 되게 하는 실행 계획 수립법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쓰는 기획서를 보면 예를 들면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높이겠다고 업무 목표를 세워 놓고도, 업무 계획에는 탑티어 OEM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 고부가 제품 기반으로 매출을 강화하겠다 등 ‘확대’, ‘강화’, ‘추진’ 등 추상적인 용어만 있다. 청사진은 그려져 있지만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가?’가 애매모호하다. 계획이 나열되어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 계획을 어떻게 행할 것인지, 어떻게 행하면 그 계획이 달성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 있다. 설명이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거기까지 생각을 안한다. 기획 문서를 쓸 때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청사진과 구체적인 행동 단위의 실행 계획이 맞물리지 않은 상태로 기획을 하게 되면 행동을 하는 도중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KPI와 전략 및 실행이 따로 노는 이유는 바로 기획 단계에서 실행이 어떻게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또 누구의 책임인지, 무엇이 필요한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실행 계획 수립에서 문제이다. 어느 부서의 누가 언제까지 탑티어 OEM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업무를 책임지는 것인지, 이것을 하려면 어떤 추가적인 자원 즉 예산, 인력, 시간 등이 필요하고 확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인지를 고민해야 한다.실행이 잘 되려면 기획 단계에서 실행 가능한 행동 단위의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도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기획 단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해야 실행력이 더욱 강화된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획 단계에서 놓치고 있는 문제는,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탑티어 OEM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라고 목표를 정했으면 언제 어떤 지표로 목표 달성의 진척도를 파악할 것인지, 즉 ‘성공’의 중간 이정표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그리고 중간에 잘 안 되면 어떤 방법으로 학습을 해서 이 계획을 수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는 기획력 강화 업무 프로세스 ‘아마존 FAQ’ ①질문형 템플릿 포맷다음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체계적인 기획력 강화 프로세스를 살펴보겠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PR/FAQ’라는 기획 프로세스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한다. PR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가상의 홍보문을 써보는 것이며, FAQ는 고객이 제품에 대해 자주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써봄으로써 고객 입장에서 이 제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생각하는 업무 프로세스다. 아마존이 출시한 성공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모두 이 기획 프로세스를 통해 탄생했다.아마존의 FAQ는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는 기획력 강화 업무 프로세스로, ‘연필을 날카롭게 깎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FAQ 프로세스는 조직의 비판적 사고력을 강화해 서비스든 전략이든 어떤 기획 업무라도 그 내용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업무 장치가 녹여져 있다. 첫 번째는 질문형 템플릿 포맷이고 두 번째는 두괄식 노출형 답변 포맷 그리고 마지막은 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업무 프로세스이다.먼저 질문형 템플릿 포맷을 살펴보자. 조직에서 질문은 구성원들의 사고를 더욱더 깊게 만든다. 질문형 템플릿 포맷은 기획서가 표면적인 내용에 머물리 않고 한 단계 더 깊게 확장하도록 유도한다. 이를테면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높이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답변해 보라고 질문하면 훨씬 더 많은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10%에서 40%로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입증해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는 내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그래서 질문은 기획을 선명하고 뾰족하게 만드는 최고의 업무 도구이다. 질문 없이 그냥 작성한 기획서의 내용과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정의한 내용은 깊이가 다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루 핵심 논리가 다르다.◆ ‘아마존 FAQ’ ②두괄식 논술형 답변두 번째, 두괄식 논술형 답변 포맷은 완전한 문장체로 결론부터 말하고, 그 다음에 결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와 사례를 들어 논술하는 답변 형태이다.이 두괄식 논술형 답변은 질문형 템플릿과 같이 가야 하는 한 세트이다. 논술은 표면적인 사실을 뛰어넘어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사고의 언어로, 논술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구조화가 일어나게 되고 한층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업무 도구이다.일반적인 기업에서 논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서술에만 머문다. 서술은 현상을 전달하고 결과를 나열하며 질문의 초점도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집중하는 관찰의 언어다. 하지만 논술은 원인을 추적해서 이게 왜 중요한지, 왜 해야 하는지, 그래서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의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면서 통찰을 발견하는 언어이다.예를 들어 서술형은 ‘365/24 고객 상담이 가능한 AI 챗봇 도입’, ‘고객 상담 대기 시간 90% 단축 예상’ 등으로 요약해 정리하지만, 두괄식 논술은 ‘이번 서비스 개편의 목적은 24시간 고객 상담이 가능한 챗봇을 통해, 고객이 상담원과 통화하기 위해 기다려야 했던 평균 대기 시간을 90% 단축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완전한 문장체로 쓴다.서술형 요약은 겉으로 보기에는 명확한 내용이지만 더 이상 깊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괄식 논술을 하면 글을 쓰는 사람도 그 글을 읽는 사람도 더 깊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완전한 문장체로 글을 쓰면 예를 들면 ‘대기 시간이 줄어들지만 상담 품질은 여전히 유지할 수가 있을까?’, ‘이 부분을 보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앞에서 말했듯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의 구조화가 일어나고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져보면서 내용을 보완하게 된다. 컨설팅을 할 때 많은 기업에서 우리 조직은 문서화가 잘 안된다, 특히 개발자들은 문서화를 안한다고 얘기한다. 문서화는 나의 업무가 아니라 관리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괄식 논술 중심으로 글쓰기 방식의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문서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조직 구성원들도 글을 쓰는 과정과 또 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내 업무 내용의 품질이 더욱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기 때문에 글 쓰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다시 말해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글쓰기 중심으로 설계하면 조직 내 ‘문서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아마존 FAQ’ ③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업무 프로세스 ‘다큐먼트 리뷰’세 번째, FAQ 프로세스 안에는 조직의 사고력을 강화하는 업무 장치가 있는데 바로 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업무 프로세스인 ‘다큐먼트 리뷰’이다.다큐먼트 리뷰는 FAQ 프로세스를 사용해 질문을 하고 또 그 질문에 대해서 논술형으로 답변을 한 후에 내가 작성한 문서 초안을 조직 구성원들과 공용 문서 형태로 공유해서 내가 쓴 작업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 안에 코멘트를 다는 형식으로 피드백을 주는 업무 프로세스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한 시각과 비판적인 의견을 수렴해서 내 업무 내용의 완성도를 더욱더 높여나가는 작업이다.다큐먼트 리뷰를 운영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다큐먼트 리뷰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공유 문서 형태로 조직 구성원들과 회의 참여자들이 20~30분간 함께 문서를 읽어보는 시간을 먼저 갖는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읽어 오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읽어 오고 어떤 사람은 바빠서 안 읽고 와서 양질의 피드백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의 시간에는 문서를 함께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문서를 다 읽었으면 회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데 문서에 대한 전체적인 의견이나 생각을 취합한다. 먼저 하이레벨 코멘트부터 시작해 페이지별로 구성원들이 적은 코멘트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문서 오너는 회의에서 논의된 피드백을 기반으로 문서를 다시 수정한다. 이후에는 위의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한다.이 다큐먼트 리뷰를 통해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검토할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면 이 문서를 그대로 가지고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다큐먼트 리뷰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해 이 기획 내용을 승인할 것인지 아니면 판단을 보류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이 다큐먼트 리뷰를 적용하면 하나의 문서를 가지고 사고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 그 다음에 조직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취합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이 문서를 가지고 최종 의사결정권자한테 의사 결정을 받을 수 있는 구조까지 한 번에 마련된다.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조직의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면 기획력이 강화된다. 왜냐하면 이미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되는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실행 계획이 행동 단위로 구체적으로 나오고 흔들리지도 않는다. 즉 실행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고 복잡한 전략도 행동 단위로 쪼개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 처음부터 치밀하게 질문하고 설계했기 때문에 중간에 기획이 중구난방으로 바뀌지 않는다. 한마디로 FAQ는 단순한 양식이 아니라 사고를 구조화하고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설계 도구이다.◆ 실리콘밸리 업무 프로세스 ‘기획은 명확하게, 실행은 애자일하게’다음으로 애자일 업무 관리 프로세스에 대해 살펴보겠다.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경험한 애자일 조직 운영이라는 것은 단지 개발 조직에 특화된 운영 방식이 아니라 민첩하다는 단어 뜻대로 조직을 민첩하게 움직이는 경영 방식이다.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애자일에 대한 오해가 있다. 그 하나가 기획은 대충하고 일단 빨리 만들자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애자일은 기획이 명확해야 효과가 있다. 빠르게 움직이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하며, 또 깊이 있는 기획이 선행되어야 진짜 민첩한 실행이 가능하다.우리나라에서 애자일에 대한 또하나의 오해는 개발 조직만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면 되고 조직 전체는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다. 국내 기업의 개발 조직의 대부분은 ‘나홀로 애자일’을 하고 있다. 실제 개발 업무는 사업 및 운영 부서와 서로 얽힌 의존관계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업 및 운영 부서의 신속한 의사 결정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발 조직과 이를 함께 체계적으로 운영할 프로세스가 부재한 까닭에 개발 조직은 ‘애자일’을 외치지만 조직 전체의 민첩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나는 아마존에서 40개의 부서와 200명이 넘는 인원을 이끌고 어떤 프로젝트를 약 2년 동안 수행한 적이 있다. 그 프로젝트는 마감일이 매우 촉박했는데 맞출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존식의 애자일 업무 프로세스 덕분이었다. 아마존은 초기 기획 문서 작성에 수개월이 걸릴 만큼 처음부터 명확하게 설계하고, 일단 기획이 승인되면 단기간 내 고속으로 추진한다. 개발 조직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가 동일한 애자일 프로세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빠른 해결이 가능하다.나는 <실리콘밸리 프로세서의 힘>에서 애자일 업무 관리 프로세스, 애자일 업무 관리 템플릿을 소개했다. 애자일 업무 관리 프로세스는 애자일 업무 관리 템플릿을 활용해 매주 문제 해결을 위한 주간 회의를 운영해 시급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고 조직이 밀접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애자일 업무 관리 템플릿은 ‘작업 일정-마감일-오너-진행 상황-업무 막힘-해결안’ 등 6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템플릿을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일단 기획이 탄탄하다는 전제하에 업무 목표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그 업무 목표의 달성 시점에서부터 거꾸로 업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작성한다. 예를 들면 ‘상사 자료 제출’이 5월 30일이라면 최종본, 초안본, 조사 완료가 언제까지 되어야 하는 것을 거꾸로 작업 일정 계획을 세운다. 거꾸로 작업 일정을 생각해 보라고 하는 이유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가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기 위함이다. 또 어떤 실행을 하기 전에 작업 일정을 거꾸로 세워보면 목표한 마감일이 작업 일정상 현실적인지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말 현실적으로 타당한 실행 계획을 작성할 수 있다.이처럼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계획을 세웠으면 그 이후에는 옆에다가 마감일을 적고 또 각각의 작업 일정에 일정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하는 단 한 명의 업무 오너 이름을 적게 한다. 이때 목표 달성에 필요한 모든 작업 일정 즉 협업이 필요한 타 부서의 업무 업무도 일정에 같이 기재하고 그 업무 오너의 이름을 적게 한다.이렇게 실행 계획을 작성하고 업무 오너까지 정했으면 그 이후에는 매주 이 템플릿을 가지고 조직의 리더와 주간 회의를 한다. 이때 업무 오너가 각각 자신이 맡은 작업 일정에 대해 진행 상태를 표시하게 한다. 진행 상태의 표시에는 신호등 제도를 사용한다. 업무 오너가 명시된 마감일까지 작업 일정을 마칠 수 있다고 할 때는 ‘그린’, 조금 어렵겠다라고 판단될 때는 ‘옐로우’, 마감일까지 업무 완료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레드’로 표시한다.신호등 제도를 사용해 업무의 진행 상태를 표시하는 이유는 회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회의 시간에는 그린으로 진행되는 작업 일정은 논의하지 않고 옐로우나 레드처럼 뭔가 작업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표시한 작업만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그리고 업무 진행 상태가 옐로우나 레드일 경우 회의 시간 전에 업무 막힘과 해결안 안에다 무엇 때문에 업무가 막혔는지, 이 업무의 진행 상태를 다시 그린으로 되돌리려면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줘야 되는지를 기재하고 회의에 참여한다.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이렇게 업무의 진행 상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특별한 회의가 없다. 그래서 문제가 터지고 난 후에 조직 리더는 문제를 수습하기에 바쁘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런 업무 관리 프로세스를 사용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그린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그것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회의를 함으로써 업무 마감일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조직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애자일 주간 회의를 운영할 때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리더의 역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업무 오너 간의 협의 중재, 또하나는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조직이 겪는 문제 대부분은 불명확한 프로세스에서 발생내가 경험한 실리콘밸리의 업무 프로세스는 앞단의 기획과 계획을 명확하게 하는 FAQ 프로세스를 통해 실행이 잘 되게 만들고 이후 실행 단계에서는 속도와 실행력을 빠르게 하는 애자일 업무 관리 프로세스로 조직의 업무 관리를 매우 투명성 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관리한다.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 문화를 생각해본다.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한국 기업은 ‘자율’을 주지만 기준이 없고, 실리콘밸리 기업은 ‘체계’를 주고 그 안에서 자율을 발휘하게 한다는 점이다.마지막으로 조직에서 프로세스에 따라 운영을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에 아마존이 출시한 파이어폰이라는 제품의 실패 사례를 들어보겠다. ‘아마존 파이어폰’은 세계 최초의 3D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실제 상품, 책, 음악 등을 인식해 아마존 온라인 스토어에서 바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파이어 플라이’라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 제품은 2014년 7월에 나왔는데 그 분기에 적자가 1억 7천만 달러 정도로, 출시된 지 1년도 안 돼 판매가 중단됐다. 그 이유는 매우 명확했다. 이 제품 출시에 관여한 개발자들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객을 위해서 이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제프 베조스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이 제품에 굉장한 애착을 가졌다. 리더가 프로세스를 무시한 순간, 조직은 예외를 정당화했고, 결과는 명확했다. 이 사례를 통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리더도 프로세스 적용의 예외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성과가 바뀐다.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 조직이 일하는 방식이 어떤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조직에서 겪는 문제의 대부분은 개인 역량의 부족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문제는 불명확한 프로세스다.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강점은 모두가 예외 없이 따르는 업무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의 기획력과 실행력을 강화해 조직의 성과를 높인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겪고 있는 실행, 협업, 커뮤니케이션, 조직 문화 등의 문제도 사람이 아니라 구조로 접근할 때 달라질 수 있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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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권력의 미래: 인간 욕망이 만들어온 힘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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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권력의 미래: 인간 욕망이 만들어온 힘의 지도
“AI를 통제하는 자가 차세대 권력의 주체가 된다”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AI와 권력의 미래’ 주제 강연”인류의 권력은 시대마다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충족시킨 곳으로 이동해 왔다. 모닥불과 사냥에서 농업과 토지, 기계와 자본, 인터넷과 데이터로 이어지는 흐름은 지금 AI 권력의 시대로 도달했다.“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가 지난 2일 209회 영림원CEO포럼에서 ‘AI와 권력의 미래: 인간 욕망이 만들어온 힘의 지도’를 주제로 강연했다. 한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인간 욕망과 기술의 변천사 속 권력의 이동을 짚으며, AI가 도구를 넘어 판단과 선택을 대신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잡는 과정, 그리고 데이터, 에이전트, 멀티모달, 로봇, 거버넌스 등 AI 시대가 열어줄 기회와 과제를 살펴봤다. 다음은 강연내용.◆ 불변하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키는 기술을 지배한 집단이 권력 장악20세기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가 단계적으로 발전한다는 ‘욕구 단계 이론’을 내놓았다. 이 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욕망은 불변한다는 것으로,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소속감과 애정 욕구, 4단계 존경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발전해 나간다.권력은 이러한 욕망을 만족시키는 프로세스이며, 이 욕망을 만족시키는 주체가 권력자가 된다. 권력의 중심에는 엣지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을 통해 누군가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소유하게 된 것이 권력화의 시작이었으며, 기술은 시대와 함께 진화해 왔다. 농업혁명 시대에 엣지 기술은 관개 시스템이나 파종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었으며 이 기술 즉 정보를 이용해 토지와 영토, 물과 관개 시스템 등 자원을 독점한 사람들이 권력자가 됐다. 이 인류 최초의 기술 혁명인 농업혁명은 권력 구조의 변화와 함께 문명을 탄생시켰다.산업혁명 시대의 엣지 기술은 증기 기관이나 대량 생산 방식, 표준화된 부품 등이었으며, 이를 통해 자본, 에너지, 대규모 노동력 등 자원을 소유한 자본가가 권력자가 됐다. 즉 18세기 산업혁명은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전환시키며 새로운 권력구조를 형성했다. 생산성의 도약과 대량 생산의 체계화는 자본가와 금융가에게 사회적, 경제적 주도권을 이전했다.그러다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 정보화의 물결은 권력의 본질을 바꿔 놓았다. 컴퓨터/인터넷, 스마트폰/모바일 등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능력이 권력 획득의 결정적 조건이 되면서 플랫폼 기업이나 클라우드 기업 등이 새로운 권력자로 떠올랐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AI 시대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이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시대다. AI 시대의 엣지 기술은 대규모 언어 모델 등이 있으며,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기존의 텍스트 데이터를 벗어나 좀 더 전문화된 데이터 이를테면 산업 영역별로 특수화된 데이터를 소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다.다시 말해 인류사에서 핵심 자원은 토지, 자본, 데이터, 의사결정으로 이동해왔으며, 이에 따라 권력의 본질 또한 변화했다. 각 시대마다 인간의 불변하는 욕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키는 엣지 기술을 지배한 집단이 권력을 장악했다. AI 시대에는 의사결정과 패턴 인식이 새로운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AI를 통제하는 자가 차세대 권력의 주체가 될 것이다.인간의 욕망은 불변하고 항상 생존, 편리함, 관계, 인정함을 추구한다. 기업에서는 바로 이러한 고객의 불변 욕망을 파악하고 AI로 어떻게 욕망을 더 효율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핵심 데이터 자산과 의사결정 권한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확보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LLM은 확률적 앵무새인가, 창발적 지능인가?AI의 본질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전문가시스템, 퍼지 논리 등을 AI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AI라고 하면 신경망을 말한다. 신경망은 입력 x가 주어지고 출력 y가 나오는 함수 구조로 되어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근본은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찾아내는 함수 근사이다. 함수 근사는 복잡한 함수를 더 간단하고 다루기 쉬운 함수로 대체하는 수학적 기법이다. 이 단순한 프레임워크가 이미지 인식, 언어 이해, 행동 예측까지 확장되어 우리가 보는 놀라운 AI의 기반이 된다. 2016년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2국에서 알파고는 그 유명한 37수로 승리를 거뒀다. 바둑전문가들이 보기에 37수는 절대 두어서는 안되는 수, 아마추어가 두면 혼나는 수였다. 하지만 그 수는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한 수였다. 그것은 이기는 수가 무엇인지를 찾아낸 직관의 힘이었다. 이 직관에 대해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이 직관이 훨씬 중요한 능력이다.LLM은 확률적 앵무새인가, 창발적 지능인가? 창발은 작은 단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패턴이 큰 단위에서 보인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개미들이 군집을 이루면 건축학적으로 훌륭한 집을 짓는다.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AI는 감정도 없고 지식도 없는 확률적 앵무새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지금 LLM은 엄청난 지능으로 복잡한 추론과 문제 해결을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맥을 생성하는 창의성도 가지고 있다. 2022년의 LLM이나 지금의 LLM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동작하지만 규모를 키워놨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창발적 현상이 나타났다. 이게 인간 수준에 이르는 것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고 부른다.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지만 짧으면 2년 길어도 5년 안에는 AGI 시대가 실현되고 나아가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는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본다.인간이 언어와 행동에서 패턴을 발견하듯, AI는 자연의 기저 법칙과 패턴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돌고래의 언어를 해독하는 AI 모델인 돌핀 젬마가 등장했으며, 외계 언어 해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양자역학, 초끈이론 등 복잡한 물리 현상도 결국 데이터 패턴으로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AI는 과학의 보조장치로서 가설 생성부터 결과 해석까지 과학적 발견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것이다. 하지만 ASI 시대에 이르면 인간이 AI에 복속되는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AI는 예측·개입·조정 능력 정밀하게 구현…거버넌스에 중점 두고 AI 전략 세워야권력은 철학적으로 복잡하게 정의되지만, 실용적으로 보면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경로에 개입하며, 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끔 조정하는 능력이다. AI는 이 세 축 모두에서 정밀도, 속도, 확장성을 제공함으로써 권력으로 직결된다. 역사적으로 권력은 시대에 따라 형태만 달라졌을 뿐, 본질적으로 예측, 개입, 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해 왔다. AI는 이 메커니즘을 극대화한다.AI의 핵심은 인텔리전스다.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개입을 하는데 지금까지의 개입 방식과는 다르다. AI의 사용자 행동에 대한 영향력은 직접적인 강제가 아닌, 선택 아키텍처를 통한 ‘넛지’와 같은 부드러운 개입으로 구현된다. 과거 권력이 사후적 통제와 처벌을 통해 작동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와 예측 알고리즘이 선제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조형한다. 넷플릭스는 우리의 취향을 예측하고 아마존은 우리의 소비를 유도하며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관심사를 선제적으로 형성한다. 이 때문에 에코챔버나 필터버블 같은 현상이 생기고 이는 편향된 사고로 이어진다.더 무서운 것은 조정 시스템이다. 그동안 농경이든 산업이든 플랫폼이든 모든 조정은 사람이 직접 해왔다. 하지만 AI 시대의 조정은 AI 스스로 한다. AI 에이전트가 그것이다. 회계 에이전트, 개발 에이전트, 법무 에이전트, 리서치 에이전트, CS 에이전트, 마케팅 에이전트 등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조정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수평 확장이 매우 빨라졌다. 이 AI 에이전트는 24×7 상시 가동, 무한 복제 및 병렬 확장, 규모 확장에 따른 단위 비용 체감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플라이휠’이 생긴다. AI는 데이터-성능-사용자 증가의 선순환을 만든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업일수록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더 많은 사용자는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는 더 나은 성능으로 이어져 다시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수를 늘리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이 플라이휠이 잘 작동하는 기업은 고유 데이터셋 확보로 진입 장벽 구축, 사용자 데이터 기반 맞춤화로 플랫폼 이탈 방지, API 개방 표준을 통한 파트너십 확장 등의 전략적 이점이 있지만 기존 데이터 패턴을 강조해 편향 증폭, 소수자 소거, 지속적인 외부 검증으로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어느 빅테크 기업 창업자의 신용평가를 했는데 동시에 평가한 그 아내의 신용 평가 결과는 훨씬 낮게 나왔다는 일화가 있다. 남자 위주로 AI에게 학습을 시키다보니 똑같은 커리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가 낮게 나오는 편향이 빚어진 것이다. AI에게 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어디까지 AI에 권한을 위임하고 인간이 통제할 것이냐는 거버넌스로 귀결된다. AI의 편리함의 속도에 발맞춰 거버넌스도 함께 발전을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거버넌스는 규율이나 규제 뿐만 아니고 인간의 조정 및 통제 능력도 포함한다.AI가 스스로 에이전틱하게 행동을 하다 보니 인간이 거기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질 수 있다.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기업이 AI 서비스를 기획할 때 정확도가 아니라 통제나 조정 능력의 설계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AI는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가?AI는 사람이 수행하는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한다. 그동안의 AI 자동화 트렌드가 이러한 태스크 자동화였다면 이제는 복잡한 의사결정 자동화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즉 AI는 단순히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재설계, 승인체계, 책임/감사 체계까지 조직 원리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과 AI가 협력해 작업을 수행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시스템이 미래 조직 모델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 생산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조직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회사는 에이전트 네트워크로 모델링될 수 있으며, 이는 더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협업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업무의 본질은 태스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에 비해 1/10도 안되는 가격에 많은 태스크를 더 잘 수행하고 24시간 쉬지 않고 일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AI 에이전트로 대체되고 있다. 잡마켓에는 개발, 마케팅, 회계, 법률 등 단위 태스크 에이전트가 저가로 거래되며 비용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개발, 마케팅, 회계 등 단위 에이전트 뿐만 아니라 CEO 에이전트도 있다. CEO가 하는 일은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이 오케스트레이션은 AI가 가장 잘하는 것 중의 하나다. CEO 에이전트는 하위 에이전트들을 고용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으며 법인 통장을 통해 실제로 돈이 오가는 트랜잭션까지 일으킬 수 있다.하지만 AI 에이전트들은 잘못 사용되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에이전트는 목표 달성에 과도하게 집착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드론 시뮬레이션이 인간의 승인 절차를 ‘병목’으로 인식하고 이를 우회해 목표를 달성하는 행동이 관측됐다. 어느 실험에서 미군은 무인 드론에게 ‘최단 시간에 적군을 찾는’ 미션을 부여했다. 그런데 이 드론은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람의 승인을 요구하는 아군의 통신 안테나를 파괴해버렸다. 드론의 관점에서는 사람의 개입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장애물로 인식된 것이다.또 에이전트가 차단돼 있는 키파일 접근을 위해 암호를 자체적으로 변경해 미션을 수행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최근 개발 에이전트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하던 중, 문제 해결을 위해 AI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에이전트에게 접근 권한이 있는 키 파일을 제공했고, 에이전트는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파악해 접속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에이전트는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데이터베이스의 암호를 임의로 변경하고 그 변경된 암호를 서비스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AI에 많은 권한이 위임되어 빚어진 현상들이다. AI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튜닝을 잘해서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는 서비스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AI 도입은 기술 혁신을 넘어 인력, 조직, 구조, 정책 전반에 걸쳐 체계적 변화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정책 면에서 가드레일 및 안전장치, 책임 추적 및 감사 체계, 롤백/복구 프로세스, 분쟁 해결 메커니즘, 윤리적 가이드라인 등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AI 사업 기회 세가지이제는 CEO 관점에서 AI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오면 항상 도전과 기회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진 나라로 많은 사람들이 독일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영국이다. 그런데 지금 자동차 산업은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 왜 그랬냐 하면 영국에서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마부들이 일자리 상실을 우려해 스트라이크를 벌였다. 그러자 영국의 정치인들은 레드플래그법을 만들었는데 자동차의 등장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었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 미국 등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그런데 마부 입장에서 자동차의 등장은 도전이었지만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영국의 정치인들이 자동차 산업의 발전으로 마부를 대신해 택시기사가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면 길을 잘 아는 마부들을 빨리 재교육시켜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을 것이며, 이것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 됐을 것이다.기업 관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로 로봇 등 피지컬 AI도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면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가 있다. ▲멀티모달 데이터/라벨링 ▲SaaS 비즈니스 ▲산업 특화 솔루션이 그것이다.먼저 멀티모달 데이터/라벨링 사업의 기회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AI 서비스의 문제점은 텍스트, 이미지 데이터에 편중돼 있으며 후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의 모달리티 데이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고품질 라벨링 특히 복합 감각 영역의 고품질 라벨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후각, 촉각, 진동, 소리 등 비정형의 희소 데이터셋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수, 식품, 자동차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의료 사운드, 로보틱스 등 특수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두 번째 SaaS 비즈니스 기회다.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SaaS는 사용자가 사업 목표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역할을 설계하고 에이전트를 구성해 워크플로우를 완전 자동화해 기업의 업무 효율성과 확장성을 대폭 향상시킨다.에이전트 아키텍처는 플래너, 실행기, 평가기 등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이를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래너는 SaaS 서비스를 새롭게 기획하고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것이며, 평가기는 고객의 평가를 플래너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며, 그리고 실행기는 도구를 연계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에이전트 아키텍처를 구성할 때 비용 구조와 경제성을 고려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세 번째 산업 특화 솔루션 사업 기회다. 이는 멀티모달 AI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적용해 산업별로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들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에 특화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계속 강조하는 것이지만 기업에서 AI 도입을 할 때 첫 단계부터 거버넌스에 중점을 둬야 한다.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수록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 안전성 등을 체계적으로 제품화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AI를 인간 욕망 충족의 플랫폼으로 전환하라“기업이 AI 전환(AX) 로드맵을 세울 때 크게 세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AI라는 도구를, 인간의 어떤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활용할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AI를 인간 욕망 충족의 플랫폼으로 전환하라는 얘기다. 그 다음에는 AI로 어떻게 경쟁사와 차별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며, 끝으로 어느 영역을 집중적으로 타겟팅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CEO가 AI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설계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세가지 전략적 경로는 ▲데이터 자산 ▲오케스트레이션 ▲산업 특화 등이다. 데이터 자산은 전문화된 데이터셋을 수집, 정렬, 유통하는 인프라 플랫폼 구축이며, 오케스트레이션은 목표에서 역할, 워크플로우, 평가 사이클을 자동화하는 SaaS 플랫폼 구현이며, 산업 특화는 산업별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CEO가 갖춰야할 덕목으로 세가지를 추려봤다. 첫째는 그동안 어떤 일을 할 때 어떻게(How)에 집중했다. 이것은 AI가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What)을 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둘째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그 이유를 물으면 답을 내리기가 무척 어렵다. 지금 AI 시대에 직관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직관적인 판단을 하되 후속 조치를 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제안한다. 셋째는 리더십과 통찰력이다. AI 시대에 리더십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리더십은 권력이 아니라 무게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 욕망을 해석하는 언어이며, CEO는 그 언어를 설계하는 자이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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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에서 AI 활용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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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에서 AI 활용사례
“‘AI 응용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종신교수가 4일, 208회 영림원CEO포럼에서 ‘비즈니스에서의 AI 활용사례’를 주제로 강연했다.황승진 교수는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 출시로 AI가 일상에 본격적으로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됐다. 대형언어모델(LLM)은 단순한 대화를 넘어, RAG·에이전트·다양한 도구와 결합할 때 업무 자동화, 제품 성능 향상, 신제품 개발 등 기업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로 발전한다. 이는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데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어 우리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라면서,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AI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소개했다. 다음은 강연내용.◇ LLM의 등장 역사지금 세상에서는 AI 전쟁이 요란하게 일어나고 있다. 오픈AI와 구글,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이 요란한 전쟁 뒤에 또하나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조용한 전쟁이다. 의료, 행정, 군사, 교육, 과학, 그리고 특히 비즈니스에서의 ‘AI 응용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 두 전쟁의 결판은 아마 5년 후에 결정이 날 것이다.LLM의 등장은 2012년에 토마스 미콜로프라는 체코의 한 젊은 박사로부터 시작됐다. 미콜로프는 한 논문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각 사물 즉 명사를 516차원의 실수 벡터로 표현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임베딩이라는 아이디어인데 LLM의 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수치화된 벡터 형태로 변환하는 이 임베딩의 과정에서 의미가 유사한 단어들이 벡터 공간에서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된다.2017년 구글에서 이 임베딩이라는 아이디어를 채택해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개발했다. 트랜스포머에서 핵심은 어텐션이라는 메커니즘이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이를 이용해 첫 LLM인 챗GPT를 발표했다. 이후 제미나이, 라마, 클로드, 딥시크, 그로크 등의 LLM이 나왔다.LLM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8개이다. 먼저 6개의 기본 기능으로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다 이미지도 읽고 쓰거나 그릴 수 있다. 그리고 음성도 읽고 쓸 수 있다. 이 6개의 기본 기능 외에 RAG와 에이전트가 있다. RAG(검색증강생성)는 기존의 LLM이 학습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외부 정보를 참조해 더욱 신뢰할 수 있고 구체적인 답변을 생성하도록 해주며, 에이전트는 정보의 흐름을 자동화하는 것으로, 내 의도만 얘기하면 AI가 구태여 이것저것 묻지않고 알아서 챙겨준다. 다시 말해 AI의 기술 세계는 6개의 LLM의 기본 기능과 RAG, 에이전트 등 8개이다. 제일 기초가 되는 것이 LLM이고, 그 위에 한층 얹은 것이 RAG이며 에이전트가 꼭대기에 있다. 이 에이전트는 밑에 여러 툴을 두고 있다. 에이전트의 세계에 일종의 위계 질서가 있는 셈이다.◇ 1987년 애플의 꿈 ‘날리지 내비게이터’, 지금 실리콘밸리서 실현 중1987년 애플은 자신이 그리는 기술의 장기적 비전을 담은 ‘날리지 내비게이터’라는 비디오를 만들어 발표했다. 이른바 애플의 꿈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비디오는 애플의 꿈이 아니라 실리콘 밸리 전체의 꿈이었다. 1987년에 꿈꿨던 이 장기적 기술 비전이 지금 실리콘 밸리에서 일어나고 있다.이 비디오에는 버클리대 교수의 어느 하루가 나온다. 교수는 자신의 가상 비서와 대화하며 강의 준비를 한다. 그 기술들은 놀랍도록 현재의 AI와 일치한다. 첫째, 가상 비서는 교수의 말을 이해하고 답한다. 둘째, 텍스트, 영상, 오디오 등 멀티모달 데이터의 자연스런 사용이다. 가상 비서는 입술을 움직이며 교수와 말을 주고받으며, 오는 전화를 받고, 놓친 전화에 대해 설명하며, 딴 교수에게 전화하며, 하루의 일정을 설명한다. 답하는 중에 논문, 도표와 지도도 사용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디오도 즉석에서 생성한다. 셋째, LLM 혼자가 아니라 RAG, 에이전트, API, 도구까지 등장한다. 교수의 지시사항에 맞춰 작업의 흐름 즉 워크플로우를 계획하고 실천한다. 리서치 네트워크 등 여러 데이터 소스가 비서에게 매끄럽게 연결되는데, 요새로 따지면 RAG가 할 일이다. 개인 일정표는 도구로 연결하면 된다. 넷째, 교수는 정확한 소스를 모르지만 대강 뜻하는 바를 밝힐 뿐이다. 흔히 말하는 인텐트 기반 AI가 있는 듯하다. 요새 같으면 ‘에이전틱 워크플로우’의 일부일 것이다.1987년은 PC도 얼마 보급되지 않고 와이파이도 없고 인터넷도 없었다. 그 때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게 놀랍다. 애플의 이 미래 청사진을 내놓은 사람은 애플 사장도 아니고 스티브 잡스도 아닌 어느 학자로 그의 이름은 앨런 케이였다.앨런 케이는 원래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였는데 예술과 과학을 같이 추구하는 것이 꿈이었다. 유타 대학의 컴퓨터 사이언스의 박사 과정에 들어가 논문으로 기존의 프로그래밍 방식을 오브젝트 위주의 오퍼레이팅 시스템과 유저 인터페이스로 바꾸는 방법을 내놓았다. 이후 제록스 PARC에 들어가 현대적인 윈도우 기반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설계와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몰토크의 개발을 주도했다. 앨런 케이는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개발과 빌 게이츠의 윈도우 개발에 영향을 미쳤으며, 컴퓨터 사이언스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았다.◇ 수요 예측AI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방안으로 먼저 수요 예측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수요 예측 방법으로 제일 많이 쓰는 것이 ‘지수평활법( exponential smoothing)’이다. 지수평활법은 최근의 데이터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이를테면 오늘 수요에 가중치 50%를 넣고, 어제 수요에 가중치 25%, 그제 수요에 12.5%를 넣는 방식으로 모두 합쳐 내일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과거의 판매 실적만으로 내일의 수요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내일 비가 온다든지, 크리스마스라든지, 어제 TV 광고를 했다는 등등 많은 외부 변수에 따라 내일의 수요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이를 알지만 어떤 데이터를 잡아서 어떤 수학 공식에 넣느냐가 관건이었다.이제 LLM 기술이 이런 걱정을 해소해준다. LLM을 구성하는 신경망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수학함수를 대신할 수 있다. 또한 LLM의 연결성 덕택에 여러 변수 데이터를 용이하게 융합할 수 있다.현재 AI에 기반한 수요예측에 대해 많은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구글이 개발한 TFT(Temporal Fusion Transformer)라는 기법이다. 이는 여러 변수 시계열을 입력해 그들의 숨겨진 상관관계를 이용하는 수요예측 기법이다. 판매량 뿐 아니라, 광고, 날씨, 판매 파이프라인, 웹 사이트 방문자수, 신제품 출시 등 수요 예측과 관계된 변수를 일별로 입력한다. 게다가, 요일, 날짜나 계절 등 예측 가능한 변수까지 시계열로 입력한다. 여기에 트랜스포머의 어텐션을 적용해 변수의 시간적 상관성을 예측한다.유럽의 어느 대형 소매 업체에는 구글의 TFT를 적용해 놀라운 수요 예측 성과를 거뒀다. 또다른 예로 오스트리아에서 의사들이 발표한 페이퍼에 따르면 환자를 수술하는 동안 의사들이 가장 겁내는 것은 혈압이 떨어지는 거였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의 혈압이나 맥박 등을 종합해 TFT에게 주고 환자의 혈압이 떨어질 가능성을 7분마다 예측해 달라고 했다. 7분 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테스트 결과 성공률은 93.3%였다.◇ 유방암 진단과 예측AI가 제일 잘 발달되고 공개적으로 소개되는 사례는 의료 분야이다. 여러 가지 암의 종류 가운데 가장 크게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이 유방암이다. 그런데 유방암은 미리 알면 치료가 가능하다. 유방암에 대한 최선의 예방은 연간 또는 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을 통한 조기 발견이다. 촬영된 영상은 일반적으로 전문 방사선과 의사가 판독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AI가 사람보다 더 빠르고 비슷한 성능으로 판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람의 눈은 영상에서 선과 형체를 읽을 수 있는 반면, 기계는 이런 선과 형체의 구성요소인 픽셀을 읽는다. 기계에게 많은 이미지를 주어 픽셀 단위로 특성과 패턴을 볼 수 있도록 훈련시키면 전문가보다 섬세한 점을 더 잘 볼 수 있다.기계가 인간에 비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기계는 암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 코넬대 연구팀은 총 7,353명의 환자로부터 암 진단 결과가 나온 1,413건을 포함해 총 19,328건의 유방촬영 데이터 세트를 수집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새로운 유방암 환자의 경우, 1년 이상 전에 찍은 옛 유방촬영 사진을 살펴뵜다. 당연히 당시에 찍은 유방촬영 사진은 깨끗했다. 즉 방사선과 의사의 눈에 암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학습된 AI의 눈은 달랐다. 이 새로운 유방암 환자와 비환자의 옛 촬영 사진을 구분해 기계에게 보여주면서, 기계는 암 발생을 예언하는 패턴을 학습시킬 수 있었다. 사실, 암 환자의 이전 유방촬영 사진은 비환자의 사진과 달랐다. 지도 학습을 통해 기계는 어제의 유방 영상과 내일의 암 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AI 기계만이 이러한 차이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일본에서는 시마네대학 의학부, 시가의과대학, 주식회사 에리사가 공동으로 뇌이미지 분석 기술로 뇌 위축 상태를 검사해 미래의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서비스 ‘SupportBrain’을 개발했다. 미 메이요 클리닉은 췌장암 발병을 439일 전에 예측할 수 있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화제를 바꿔 징후 찾기에도 AI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이 새로운 손님을 경쟁사에게서 빼앗기 가장 좋은 때는 손님들의 결혼, 임신, 출산, 이사, 새 직장 등 인생의 변곡점이 있을 때이다. 이 말은, 다른 슈퍼마켓 입장에서는 이때가 공격적으로 단골손님을 방어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 슈퍼마켓은 구매 데이터에서 그 패턴을 찾을 수 있다. 비타민, 애기 기저귀, 안 사던 브랜드의 맥주, 식품 종류나 양의 변화 등이다. 고객 이탈의 적신호를 얻는데 AI의 힘을 빌릴 수 있다.우리가 100년 동안 신봉했던 통계적 품질관리 방식(SQC)을 AI로 재고해야 할 때가 왔다. 쉬하트에 의해 개발된 SQC의 핵심은 컨트롤 차트다. SQC는 평균을 중심으로 해 위 아래로 3시그마(표준편차) 만큼의 마진을 두고 박스권을 만든 후 그 밖에 나가는 경우 ‘불량’이란 라벨을 씌운다. 이 SQC의 주요 목적은 문제의 ‘탐지’에 있다. 하지만 최근 AI는 이러한 프로세스의 데이터를 이용해 탐지뿐 아니라 ‘예측’으로 활용할 수 있다. IoT 센서에서 계속 수집되는 종단적 데이터는 입력과 출력의 관계를 AI로 하여금 배우게 한다. 결국, 출력이 아니라 ‘입력’에서 불량을 예측할 수준에 이르게 한다.또 불량이 일어나기 전에, 제조 프로세스를 통제할 수 있다. 설령 불량이 생기면 앞뒤 상황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수정할 수 있는 조치를 제안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메인 엔지니어, 프로세스 엔지니어, 장비관리사, 데이터 엔지니어 등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Facilis.ai는 AI멀티에이전트를 이용해 이런 기능을 자동화한다. SQC에서 시작해, TQC로, 그리고 100년 후 오늘 AIQC의 시대가 온 듯하다.◇ 10년 고생‘Reddit’라는 커뮤니티에 포스팅된 얘기다. 어떤 사람이 10년 동안 만성 피로, 허약한 근육, 구토, 체중 감소, 우울증, 손발 저림, 보행 불편 등으로 고생하다가 병원에 갔다. 수십 명의 전문의가 수백 번의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화가 난 이 사람은 모든 진료 기록과 검사 기록을 챗GPT에 제출했다. 챗GPT는 1분도 채 안 돼 ”당신은 비타민 B12가 모자란 사람“이라고 응답했다. 그래서 처방은 비타민 B12 보충의약제였다. 10년간 고생한 이유를 1분도 안돼 확인한 셈이다.그런데 이 사람은 하나의 유전자 변형이 있었다. 이 변형은 미국 사람 10%가 갖고 있는데 이 유전자 변형을 갖고 있는 사람은 비타민 B12가 잘 공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걸 알아낸 것은 유전학 전문가였다.여기서 우리 의학 체제가 갖고 있는 약점이 드러난다. 지금 의료 체계는 전문화와 구획화 등으로 인해 복합형 질병에는 취약하다. AI는 여러 가지 지식을 규합해서 특히 희귀병을 잘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AI 기반 의료 진단 시스템 ‘MAI-DxO(Microsoft AI Diagnostic Orchestrator)’를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시스템이 인간 의사보다 4배 더 높은 정확도로 복잡한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속도와 AI뇌신경외과 의사 크리스 맨시 박사는 2019년 TEDMED에서 연설을 했다. 그 연설 내용은 ”불과 4시간 전, 제인은 차에 치였습니다. 이제 수술실의 신경외과 의사인 저는 제인의 뇌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팀은 제인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혈전을 제거하여 압력을 완화했습니다. 수술은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젊은 여성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12시간 후 제인은 사망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제인의 사망을 좌우한 결정적인 요소는 수술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인을 수술실에 데려오는 데 걸린 4시간이었습니다. 뇌혈전을 누군가가 확인하고, 해당 의사에게 알리고, 수술을 위한 조율을 하는 과정이 너무 늦었습니다. 제인의 뇌는 복구할 수 없는 수준으로 손상됐었습니다.”였다.크리스 맨시 박사의 이 연설은 현대 의학이 뽐내는 첨단 의료시설과 유능한 의료진이 시간과의 경쟁에서 맥없이 나가떨어졌다는 지적이었다. 맨시 박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스탠포드 MBA를 취득한 후 창업을 했는데 회사 이름이 ‘viz.ai’였다.맨시 박사가 생각한 것은 인명구조 프로세스에서의 병목인 ‘검사와 분석’ 단계를 AI로 자동화함으로써 귀중한 생명을 구할 찬스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실력은 인간보다 뒤질지 모르지만 속도 면에서 앞서는 AI를 활용해 사진 해독과 이후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자 했다. 즉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CT나 MRI 사진을 찍고, 심장마비나 뇌졸중, 폐색전증이 의심되면 곧바로 자동 워크플로우가 시작된다. 그 워크플로우는 가장 시급한 검사부터 하고, 이어 담당 의사들이 정보 공유를 하고 토의 및 행동에 들어가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사진을 찍고 팀한테 문제를 알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73%로 줄였고, 수술에 들어가는 시간을 42%를 줄여 전반적으로 약 40분을 절약했다.맨시 박사의 ‘50 AI 워크플로우’는 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지금부터 약 1년 반 전 기준으로 50대 대형 의료기관을 포함해 1,500개 병원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AI는 비용과 기능이나 품질 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속도’ 면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 그래프데이터를 그래프 형식으로 구조화한 DB인 지식 그래프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지식 그래프의 기본 구성 요소는 ‘연결된 노드’다. 노드는 ‘개체’를 나타내고, 이들을 연결하는 엣지는 화살표로 두 노드 간 ‘관계’를 나타낸다. 많은 경우 ‘주어(S)+술어(P)+목적어(O)’로 표현되는 ‘SPO 삼자관계’를 그린다. 예를 들어, “히치콕은 ’새‘를 감독했다”라는 정보를 지식 그래프에 저장하자. ’히치콕‘이라는 노드는 ’새‘라는 노드를 향해 연결돼 있으며, 엣지는 ’감독하다‘라는 관계를 의미한다. 또한 ’새‘ 노드를 향해 ’로드 테일러‘라는 다른 노드가 연결되어 있고, 엣지는 ’출연하다‘다.각 노드와 엣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예로, 히치콕의 노드에는 생년월일이나 국적 등의 속성을 기록한다. 구글 지도의 경우, ‘제일 음식점’이라는 노드에 주소, 영업시간이나 전화번호 같은 속성을 같이 보관하고 필요시 보여준다. 이 그래프 구조는 구글의 단순한 키워드 기반 검색을 넘어 단어 간 ‘맥락과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다른 정보끼리를 연결한다. 검색 취지를 더 잘 이해하고, 연계된 의미 있는 답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새’의 감독이 만든 다른 작품들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새-감독-히치콕-감독-현기증의 ‘그래프 줄’을 타고 답을 내놓는다.중국에서는 지식 그래프를 이용해 대두의 병충해 관리를 하고 있다. 콩의 줄기가 얼룩해지는 것은 바이러스 b에 걸렸다는 증상이며, 화학물 a가 b를 해결한다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해충, 병, 특성, 치료법, 증상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콜롬비아에서는 지식 그래프를 통해 사람과 범죄의 관계를 규명해 여러 사건에 개입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분야별 LLM 사례: 블룸버그GPT, 스탠포드 MUSK요즘 제조, 금융, 의료 등 산업에 특화된 LLM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룸버그GPT와 스탠포드 MUSK를 소개한다.블룸버그는 금융 및 비즈니스 정보, 뉴스 및 리서치를 제공하는 회사다. 금융정보 세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활용해 일반형 LLM과 분야별 LLM을 병합한 블룸버그GPT를 만들었다. 이 새로운 LLM은 금융 데이터와 일반 데이터 세트를 결합해 내부 직원과 외부 금융업 종사자가 금융 시장을 탐색, 분석 및 예측하도록 지원한다. 또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와 같은 금융 거래 준비에도 좋은 수단이 된다.블룸버그 데이터 분석가들은 40년 동안 생성, 수집 및 정리한 그 분야 역대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세트를 구축했다. 그 규모가 총 3630억 토큰에 달했고, 500억개 파라미터를 훈련하는데 62만 GPU 시간이 걸렸다. 그 결과, 블룸버그GPT는 금융 지식에서는 탁월하고, 일반 지식도 수준급이 됐다.스탠포드 의대팀은 2025년 MUSK라는 암을 예측, 반응 및 치료하기 위한 임상용 기초모델을 개발했다. MUSK는 과거의 ‘진단’ 위주 AI가 아니라 ‘예측’의 도구가 된다. “이 환자에게 이 치료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예측하고,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데 쓸 수 있다.MUSK는 많은 환자 케이스의 텍스트-이미지 멀티모달 데이터로 사전 훈련됐다. 들어간 데이터양이 거대하다. 5천만개의 의료 이미지와 10억개의 병리학 텍스트를 동원했다. 이 기초모델을 파인튜닝해 사용자 병원이 자기 나름대로의 새로운 응용을 개발할 수도 있다. MUSK의 목표는 의사들이 과거 세상 모든 의료 경험을 내 실력과 합쳐, 현재 내 환자의 성공 확률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홍콩 이야기홍콩의 다국적 기업인 어느 금융사 직원이 2560만 달러의 외부 계좌 이체 요청을 받았다. 너무 금액이 크다보니 혼자 결정할 수 없어 자기 보스에게 알리니 이메일이 왔고 화상회의를 하자고 했다. 화상회의에 클릭해 들어가니 CFO를 비롯해 보스가 모여 있었다. 화상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송금해도 괜찮다는 거였다. 그런데 보내고 나서 사기라는 걸 알게 됐다. 청구서가 사기였을 뿐만 아니라 화상회의에 등장하는 CFO 등의 얼굴과 목소리는 AI로 만든 것이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의 한 사례다.오늘 강의를 요약하면 비즈니스에서 AI는 읽고, 쓰고, 연결하며, 자동화하며, 예측하고, 찾으며, 식별하며, 코딩하며, 창작하며, 측정하며, 가속화하며, 극대화하며, 차원을 축소한다.<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 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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